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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병일까 나쁜 습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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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7-09-12
Why] 중독은 병일까 나쁜 습관일까
조선일보 기사인용
美서 중독의 정의 논란
중독은 질병인가 아니면 의지 박약인가. 약물 중독, 알콜 중독,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섹스 중독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콜라, 라면 같은 특정 음식에도 우리는 쉽게 ‘중독’이란 단어를 갖다 붙인다. 하지만 중독을 명확히 정의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은 모양이다. 지난 8월 20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중독이 과연 질병인지 아니면 도덕적 결함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논란이 증폭된 것은 미국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의 명칭을 ‘국립중독질환연구소’로, 또한 ‘국립알콜중독연구소’를 ‘국립 알콜질환 및 건강 연구소’로 각각 바꾸자는 법안이 올봄 미(美) 의회에 제출된 때문이었다. 입법을 추진한 델라웨어주 바이든 상원의원(민주당)은 “용어를 바꾸면 사람들이 중독을 바라보는 태도도 바꿀 수 있다”며 “이는 중독에 덧입혀진 사회적 낙인을 지우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중독은 병이니까 병으로 부르자는 얘기다.
일반 미국인들의 생각은 이와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2002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콜 중독에 대해 반은 질병으로 나머지 반은 나약한 의지 때문으로 간주했다. 단 9%의 응답자만이 ‘완전히 병’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미국 정신과 진단기준(DSM-IV-TR)에 나와 있는 중독의 정의가 아마도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개념일 것이다. DSM에 따르면, ‘해롭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박적으로 그 물질을 취한다는 것’이 중독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헤로인 때문에 몸이 떨리고 설사나 구토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헤로인을 원하고 그래서 헤로인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중독이다. 이런 강박적인 면 중심으로 보면 게임 중독이든, 포테토 칩 중독이든 본질적으로는 다 같은 것이다.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줄곧 반대해온 심리학자 필르에 따르면 중독은 그저 나쁜 습관일 뿐이다.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뒤따를 고통을 외면하는 인간 본성이 다소 과장된 형태로 나타나는 학습 된 행동일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NIDA 볼코프 소장은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학습으로 인한 뇌의 변화와 중독으로 인한 변화는 확연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뇌 영상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해 온 볼코프 소장은 “약물 중독은 학습이나 기억과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뇌의 여러 다른 부분, 예를 들면 원치 않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거는 부분까지 방해한다”고 말했다.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중독이 과연 신체적 병인지 아니면 심리적, 도덕적인 문제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미 다 끝난 게임이라고 지적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뇌와 무관한 정신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마약 중독자처럼 손을 떨고, 직장이나 가족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마약을 구해야만 하는 극단적인 모습이 곧 중독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 또한 마약 못지않게 강력한 중독이다. 어지간해선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환경에서도 왜 어떤 사람은 중독에 빠지고, 어떤 사람은 멀쩡한가. 남궁 교수는 “중독에 취약한 유전자를 타고 났거나, 후천적으로 뇌에 변화가 생기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쉽게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독을 뇌 질환으로 보는 것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희망적”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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