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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금지 약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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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9-15
‘어린이 금지 약물’의 진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성인용 약, 용량 조절해 써온 의사 대체약 없는데 무조건 매도는 곤란 박인숙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 최근 대통합국민신당의 한 국회의원이 국내에서 지난 3년간 3만 6000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에게 ‘금지 약물’이 처방되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투병 중인 아이를 둔 부모들은 이 같은 발표내용의 보도를 듣고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연령 금기약’ 중 상당수는 이미 소아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약물들이고 대체 약물이 없는 필수 약들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부모들의 불필요한 불안과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높이고, 더 중요하게는 처방된 약물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어린이 환자가 약물 복용을 중단해 위험에 처하는 사례를 낳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모든 약은 제대로 복용했을 때에만 효과가 있고 과다하게 먹거나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질병 치료 시 기대하는 치료 효과가 부작용보다 훨씬 더 클 때에만 그 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모니터하는 것은 의사의 기본 역할이자 의무이다. 그런데 약의 부작용만을 강조하여 약을 처방한 의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한다면 아무 약도 주지 말고 모든 병을 치료하라는 황당한 주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즉 안전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약은 극히 드물다. 특히 심장약, 간질약, 면역 억제제, 항암제 등의 특수약일 경우 소아를 위해서 개발된 약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이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각한 질환의 치료약일수록 어린이에게 사용이 허가된 약이 거의 없다. 한 예로 현재 국내에서 2세 미만 어린이에게 사용이 허가된 간질약은 거의 없다. 이럴 경우 성인용 약을 사용하되 용량을 조절하고 부작용을 신중히 모니터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거 수십 년 동안 지속된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개발된 약이 국내 수입허가를 받을 때 소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었다는 표시가 없으면 ‘연령 금지약제’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아에게서 실제로 큰 문제없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잘못된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어린이 간질 발작이나 심장 부정맥 치료에 규정상 사용이 허가된 약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당장 ‘준법투쟁’이라도 하여 이런 질병을 가진 소아환자가 생명까지도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 따라서 이와 같이 국민을 오도하는 발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하여 심각한 질환을 가진 소아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금지약물’을 처방하는 비양심적인 의사로 매도되어 결과적으로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가 깨어지고, 부모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시키고, 나아가서 의료사고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의 진료행위까지 국가가 규제하고 제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처사이다. 또한 의료의 기본적인 생리도 모르는 비전문인의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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