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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황세희의몸&마음] 법정에 휠체어로 나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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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09-29
[Dr.황세희의몸&마음] 법정에 휠체어로 나오는 까닭은 [중앙일보 황세희]  어느 사회건 불공평은 존재한다. 하는 일 없이 평생 대우 받고 사는 공주 팔자도 있고, 궂은 일 떠맡아 하면서 구박까지 받는 무수리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딱히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찌 보면 이런 게 조물주의 뜻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팔자 타령만 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 주어진 소중한 기회니까. 또 운명론은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팔자가 사나운 사람이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면 막가파식 행동을 초래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팔자와 평등을 원하는 본능적 욕구, 바로 이 두 가지 모순이 공존하도록 한 타협점 중 하나가 법과 제도다.  훌륭한 가문·외모·지능·재능 등은 사회적 우위를 선점하게 하는 경쟁력 있는 요소다. 이런 요인을 잘 타고날수록 큰 혜택을 누리고 사는데, 이는 다들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래도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은 삶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산다. 세상엔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일, 공평한 일도 적지 않다는 믿음이 있어서다. ‘법 앞에서의 평등’은 대표적인 예다.  잘나건 못나건, 죄를 지었을 땐 ‘몇 조 몇 항’에 의해 벌을 받는다는 생각은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원칙을 지키며 착하게 살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가 현실로 나타날 때, 범죄와 무관한 수많은 사람이 반사적인 분노심을 표출하며 좌절하는 이유다.  12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복 폭행으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K회장의 판결을 계기로, 범법 행위와 관련될 때마다 휠체어를 탄 채 나타나는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과 이들에게 관대한 사법당국을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  의학적으로 휠체어는 크게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첫째는 사지가 불편해 이동이 힘든 장애우의 팔·다리 역할을 하는 전동 휠체어다.  둘째는 뒤에서 누군가가 밀어주는 휠체어인데, 주로 기력이 쇠해 걷기조차 힘든 환자, 링거수액 등 각종 장치가 부착돼 있어 보행이 불편한 경우,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움직이기 어려운 치매 환자 등이 이용 대상이다.  이도 저도 아닌데 휠체어를 활용하는 행동은 정신의학적으로 민망하고 힘든 상황을 조금이나마 매끄럽게 넘어가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적응적 태도’에 해당한다.  `내가 정말 휠체어를 탈 정도로 아프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 면죄부를 받고 싶은 심리다. 어찌 보면 당당한 것보다는 양심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마음속에 남은 미안함과 죄의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또 특혜를 누리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죄인 신분이 되면, 대개 보름쯤 지나면서부터 우울 상태에 빠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휠체어의 순기능 역할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휠체어에 실린 면죄부를 보면서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뿌리깊은 좌절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없어지지 않은 듯하다. 법 앞에서나마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사법 당국이 진지한 고려를 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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