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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진행 힘들고, 부모에 말하기도 어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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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11-06
“수업진행 힘들고, 부모에 말하기도 어렵고” 세계일보기사인용 정신질환 아동과 학부모의 학교 불신이 심각한 가운데 교사들도 정신보건 인프라의 부족으로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큰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실에서 30∼40명의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가 한 두명의 학생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운 데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자녀의 문제를 설명하고 정신과 진료를 권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재팀이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 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들은 한 반에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이 평균 1.5명에 이를 것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8명은 이들로 인해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맡은 학급에 ADHD등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이 몇 명인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2명(37%)의 교사가 1명이라고 답했고, 18명(21%)의 교사는 2명이라고 응답했다. 3명과 4명, 5명 이상이라고 답한 교사도 각각 13명(15%), 3명(3%), 2명(2%)에 달했다. ‘없다’는 응답은 19명(22%)이었다. 이는 초등학교 교사마다 1명 이상의 정신질환 학생을 지도하고 있을 정도로 아동정신질환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신질환이 있는 학생 때문에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느냐’는 질문에 5명(6%)만 ‘문제없다’고 답했고, ‘약간 어렵다(48명·55%)’ ‘매우 어렵다(25명·29%)’ ‘수업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다(1명·1%)’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사들도 아동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정신건강을 검진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모를 불러 정신과 치료를 권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교사가 부모에게 아이의 정신과 치료를 권하면 부모들이 ‘우리 애가 미쳤다는 말이냐’며 펄쩍 뛰는 경우가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문 결과에서도 ‘교사의 치료 권유에 대해 부모의 태도가 수용적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17명(20%)만 ‘대체로 그렇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28명·32%) ‘매우 그렇지 않다’(11명·13%)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와는 별도로 취재팀과 인터뷰한 일선 교사들은 학교내에 치료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간부들이 책임을 일선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털어놓았다. 교사 사회에서도 평교사와 부장급 이상 교사들간의 인식차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 서초구 등의 일부 학교에선 일선 교사들이 정신질환 제자들을 돕기위해 지역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학교내에 특수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시도하다가 부장급 이상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부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차원에서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학생의 폭력 등 이상행동을 막자는 것 뿐이지 치료 등 근본적인 접근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교사들이 어떤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에서는 학생이 사고를 치면 담임에게 시말서를 쓰도록 하는 등의 조치만 하고 있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천덕꾸러기`` 신세 정신질환 아이들 허술한 학교 정신건강 관리 체계가 정신질환 아이들과 가족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곳인 만큼 아이들의 질환 발견과 사회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에는 아이들의 정신질환을 조기 발견해 도와줄 시스템이 부족하다. 학교 당국은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고, 교사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대처법을 제대로 몰라 혼란을 겪고 있다. ◆학교 정신보건 인프라 ‘취약’=학교에선 매년 신체 발육과 제반 질환 유무를 살피는 신체검사를 한다. 이 검사를 통해 나타난 소아청소년 성장 곡선과 질환 통계 등은 아이들 성장을 돕고 질병을 조기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정신건강은 따로 검사하지 않아 질환이 있는 학생을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발견해도 이를 도와줄 전문 상담교사가 부족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전문 상담교사가 학교에 상주, ‘문제 학생’들을 일찍 발견해 지역사회의 치료 서비스로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국 1만여개 초·중·고교 중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175곳에 불과하다. 139개 고교와 36개 중학교에 전문 상담교사가 배치됐을 뿐 초등학교에는 단 1명도 없다. 이 정도로는 급증하는 정신질환 아이들을 대응하기 어렵다. 담임교사가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학생을 발견해도 부모에게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모들과 마찰을 꺼려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교사에게 자녀의 질환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은 대단히 운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이 크다. 취재팀의 학부모 설문 결과, 학부모 204명 중 64명(31%)은 자녀의 정신질환을 교사에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학교 행정은 ‘현상 유지’뿐=아동청소년 정신질환이 급증하면서 일선 교사들도 이 문제를 점차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취재팀이 서울,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 교사 8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이 정신질환 학생 문제로 수업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주관식 설문에서 “ADHD 등으로 돌출행동하는 학생 한 명을 통제하느라 수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나머지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별 교사 차원이 아닌 학교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하지만 현실의 벽이 크다. 입시교육 위주의 현행 교육시스템에서 정신질환 아이들은 학교 당국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정신질환 아동을 비상식적으로 다루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경기도 일산의 중학교를 다니던 ADHD 환자 정호(15·중3·가명)는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며 교장으로부터 전학을 요구받았다. 부모가 ‘사고가 날 경우 학교에 절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서동수 서울시립아동병원 소아정신과장은 “정신보건 사업을 위해 학교에 가면 간부 교사들이 아직도 의사나 상담전문가들을 외판원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교육계의 인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걸음마``… 예산도 ``쥐꼬리``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이에 대한 사회 공공대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예산 탓만 하며 본격적인 치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각 지역의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지관, 의료계 등도 급증하는 치료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료 시스템이 수요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해 심각한 ‘치료 지체’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적인 아동·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학령층 아동·청소년 전체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94개 초등학교 학생 7700명에 대해 정신건강 검사를 한 데 이어 올해 전국 고교 1학년생(66만명) 중 3만3000명(5.5%)에 대해서만 선별 검사를 한 게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대책의 전부다. 이런 추진 속도라면 2011년은 돼야 전수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정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어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빈약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선 선별 검사에서 점차 전수조사로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치료 인프라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전국에 151개 지역정신보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담당자가 한 명이라도 근무하는 곳은 32곳(21%)뿐이며, 아동·청소년 사업에 배정된 예산도 센터당 3000만원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신보건센터가 지역 내 학교와 병원, 복지관 등을 연결한 조기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복지관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체 복지관(400여개)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아동·청소년 특수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사의 인력 수준이나 시설이 병원, 클리닉에 비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도 치료 희망자가 몰려 6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다. 의료 인프라도 턱없이 모자란다. 소아정신과 병원은 전국에 190여개 정도가 있으며 전문의는 200여명뿐이다. 급증하는 아동·청소년 정신질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료계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대부분 자체 연구보다는 외국 학회 자료를 인용하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현 상황은 아이들 정신건강에 대해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의료기관과 복지관, 정신보건센터 등이 제각기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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