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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120만명 정신질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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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7-11-07
아동·청소년 120만명 정신질환 `신음`
(세계일보 기사 인용)
[탐사기획]영혼이 흔들리는 아이들
"제 때 치료 못 받아요"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학생이 놀이기구에 혼자 앉아 먼 곳을 쳐다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탐사기획]영혼이 흔들리는 아이들
아이들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인터넷 중독, 반항 장애, 틱 장애 등으로 소아정신과와 상담치료실을 찾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초등학생 26%가 정서 또는 행동 문제를 안고 있고 ADHD 질환자가 13%나 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아이들 정신질환은 사회문제인 탓에 방치하면 비행이나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부모들은 사회의 편견에 시달리며 발을 동동 구르는 반면 정부는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아이와 가족의 고통, 사회적 편견, 무심한 학교, 대책 등을 5회에 걸쳐 심층 진단한다.
서울시의 초등학생 100명 중 5명이 ADHD 판정을 받았고, 중학생 100명 중 3명은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ADHD, 반항 장애, 사회공포증, 틱 장애 등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을 가진 아동·청소년은 최소한 120만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 소아청소년 광역정신보건센터(센터장 김붕년·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서울 강남구, 중구, 성북구, 노원구 등 4개 구의 초등학생 1∼3학년 1382명을 상대로 ADHD 검사를 한 결과 유병률이 5.1%로 나타났다. 1차 선별 설문조사 때는 13% 였다. 또 서울 강남구, 송파구, 중구, 성북구, 노원구 등 5개 구에서 중학교 1년생 3671명을 검사한 결과 우울증 유병률은 2.9%(1차 우울 선별 척도 7%)였다. 이는 2005년 조사보다 2배 늘어난 결과다.
취재팀이 국내 최초의 역학조사(서울시 소아청소년 광역정신보건센터 주관)였던 2005년 12월 서울시 초중고생 2662명 정신장애 유병률 조사를 정밀 분석한 결과 당시 ADHD(4.58%), 반항 장애(4.43%) 틱 장애(1.99%) 등 정신장애 진단이 내려진 학생은 455명(16.7%)이었다. 이를 보수적으로 전국 초중고생 773만명(올해 교육부 통계)에 단순 적용해 보면 129만명이다. 여기에 유치원생을 넣고 인터넷·게임 중독 등 다른 질환을 포함하면 200만명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소아정신학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유치원생을 포함한 18세까지 학생 827만명 중 15%인 124만명 이상이 소아정신과 전문의 치료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94개교 초등학생 7700명에게 실시한 2006년 상반기 정신건강 선별검사에서는 무려 25.8%가 정서 또는 행동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김동현 정신건강팀 담당 전문의는 “25.8%는 정신질환 고위험군으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각종 정신질환으로 치료받는 아동·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
취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행정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 건강보험에 등재된 청소년(19세 미만) 중 19만4421명이 지난해 정신질환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16만2646명이었고 올해는 8월 현재 15만209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ADHD 등 행동 및 정서 장애로 진료받은 청소년은 9만2692명으로 2005년(6만7890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정부는 현재 정신질환을 앓는 아동·청소년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국가 차원의 역학조사로 실태를 파악한 뒤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연계시키는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우울증·학습장애 남매가족도 학교도 `나몰라라`
사회복지사 도움으로 치료 받고 회복 중
지난 2월 동네 공부방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을 찾아온 민희(12·여·가명)와 민수(9·가명) 남매는 한눈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민희는 상담받는 도중에도 계속 무언가 쫓기는 듯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수도 제 또래에 비해 말이 너무 어눌했고 쉬운 글도 읽지 못했다. 가족과 학교의 무관심으로 오랫동안 방치됐던 게 분명해 보였다.
사회복지사의 상담결과 아이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어머니는 3년 전 이혼한 뒤 집을 떠났고, 도매상 유통일을 돕는 아버지는 아침 일찍 나가 자정 무렵에야 귀가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같이 살지만 폐지 수집을 하러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집을 비웠다. 가족 누구도 두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는 처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매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줄곧 둘이서만 지냈다. 동네 아이들이 학원에서 공부할 시간에 두 아이는 밤늦게까지 거리를 배회하다 잠에 들곤 했다.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성적도 엉망이 됐다.
이런 생활이 계속 반복되면서 밝은 성격이었던 민희는 어느새 매사에 의욕을 잃고 행동도 말도 점점 무기력하게 변해갔다. 동생도 어려서부터 혼자만 있어서인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두 아이 모두 잘 씻지 않아 몸에서 심한 냄새까지 났다. 가족들이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할머니가 아이들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는 했지만 손을 쓰지 못했다. 할머니도 2년 전 암 수술을 해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생계를 위해 매일 저녁 일을 나가야 했기에 아이들을 병원이나 복지관에 데려갈 엄두를 못낸 것이다. 빚 갚느라 가족들 한 달 수입이 고작 40만∼50만원에 불과하지만 현재 다섯 식구가 사는 작은 빌라를 소유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 혜택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학교에서도 두 아이는 천덕꾸러기였다. 민수의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할머니에게 치료를 권한 것 외에 지금껏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관심이나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두 아이가 밤늦게까지 동네를 배회하며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을 걱정한 동네 공부방 선생님이 복지관으로 데려오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 상태였을 것이다.
복지사는 남매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복지관과 연계된 소아정신과에 정신건강 검진을 의뢰했다. 그 결과 민희는 소아우울증, 민수는 학습장애 진단을 받았다. ‘주변에서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에 같이 갔던 할머니는 무지와 가난을 탓하며 대성통곡했다. 다행히 남매는 복지관의 도움으로 미술 및 인지학습 치료 등을 받으며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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