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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진작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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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11-07
[탐사기획]"정신질환 진작 알았더라면…" ( 세계일보 기사 인용) `불량소녀`서 `모범소녀` 된 어느 女 소년원생 ◇서울시내 한 유흥가에서 여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노닥거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선진이(15·가명)는 현재 경기도 안양의 정심여자정보통신고(안양소년원)에 수용돼 있다. 이곳은 여자 비행청소년만 수용하는 소년원이다. 요즘 선진이는 악대반 활동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부터 악대반에서 피아노 연주를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익힌 피아노 실력 덕분에 자신도 또래친구들 틈에서 뭔가 제몫을 다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기만 하다. 하지만 올 1월 말 처음 입소했을 때만 해도 선진이는 정신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신입 면담과정에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선진이는 “모든 게 싫고, 사는 게 의미 없고, 잠을 자면 다음날 깨고 싶지 않다. 죽고 싶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가족도, 학교도, 심지어 함께 어울려 다녔던 친구들조차 몰랐던 내밀한 아픔이었다. 선진이는 9살 때 엄마가 지금의 아빠(계부)와 재혼했다.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에 계부와 같이 살았지만 초등학교 때만 해도 교내 글짓기나 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도 하며 밝게 자랐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자 성격과 행동이 거칠어졌다. 부모는 아이의 그런 변화를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처음엔 불량친구들과 자주 어울려 다니더니 급기야 1학년 말에 무단 가출까지 했다. 엄마가 수소문 끝에 친구집을 전전하던 아이를 찾아내 4개월 만에 집으로 끌고 왔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정신과에도 데려가 봤지만 아이가 치료를 거부하는 바람에 진단도 받지 못했다. 아이는 이내 다시 집을 나가 버렸다. 이후 8개월 동안 가족과 연락을 끊고 횟집 주유소 등에서 일하며 남녀친구들과 동거생활을 했다. 나중에는 유흥비를 벌려고 어른들과의 ‘조건 만남’도 가졌다. 끝내 지난해 12월에 광명역 부근에서 또래학생들에게서 휴대전화와 돈을 뺏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우장훈 안양소년원 의무과장(정신과 전공)은 선진이가 우울증과 불안 장애, 품행 장애 등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 과장은 아이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상담과 함께 약물치료(항우울제, 항불안제)를 꾸준히 병행했다. 치료과정에서 아이는 그동안 꽁꽁 닫아 뒀던 속마음을 열었다. 처음에는 이복동생들(1살, 5살)이 태어나면서 엄마의 애정을 빼앗겼다는 우울한 기분에서 시작된 반항이 가족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무뚝뚝한 계부는 일에만 바빴고, 엄마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예전만큼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교사들도 선진이를 ‘문제아’로 볼 뿐 도움을 주지 않았다. 결국 극단적 반항으로 자신을 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입소 10개월 만에 선진이는 완전히 달라졌다. 본격적인 치료를 받자 눈에 띄게 증세가 호전됐다. 엄마가 매주 1회 면회를 오면서 예전의 따뜻했던 가족관계도 회복했다. 최근 고입 검정고시에서 소년원 내 2등으로 합격했다. 원내 영어말하기 대회에서는 3등을 했다. 조만간 메이크업아티스트 3급 실기시험을 볼 예정이다.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을 밝게 볼 수 있게 됐다. 우 과장은 “선진이처럼 사회에서 품행 장애와 ADHD,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가 이곳에 와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청소년 문제 예방 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가정이나 학교, 사회에서 좀 더 일찍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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