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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 따돌림… 치료비는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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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11-07
학교선 따돌림… 치료비는 눈덩이… 당국선 뒷짐 ( 세계일보 기사 인용) 교사 대처법 몰라.. 병 알리면 불이익 소아정신과 전문의 없는 지방 수두룩 ◇지난 25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신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과 가족들은 사회의 편견과 경제적 부담, 치료 시설 부재 및 국가의 무관심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탓에 상당수 부모들이 심리적·육체적·경제적 고통에 따른 우울증에 시달려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장기 치료를 받는 만큼 의료보험 적용 등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의사들마저 “가능하면 교사에게 알리지 말라”=아이의 학년이 바뀔 때마다 부모들은 불안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떨고 있다. 담임 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교사의 성향 및 대처 방법을 미리 알아본다는 것. 이에 따라 교사가 적극 대처해주면 아이의 상태를 상담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가 더 많아 ‘산만한 아이’로 인식되는 불이익을 감수한다고 한다. ADHD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산만하다고 방치하는 교사가 더 많고, 질환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교사가 어설프게 도와준다는 것이 오히려 왕따를 조장하는 결과로 나타난다”며 안타까워했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환자 부모들에게 학기 초엔 교사들에게 아이의 증상을 알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서천석 서울 신경정신과 소아전문의는 “경험상 교사에게 얘기하면 80% 이상이 불리하다”며 “대처법을 모르는 교사들에게 알리면 오히려 아이가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교육 이민을 고려하는 부모도 많았다. ADHD 아들(초등6년)을 둔 어머니는 “치료 차원에서 캐나다 학교에 5개월 정도 보낸 적이 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사춘기를 맞는 2∼3년 동안 외국에 나가서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부모들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놀이·미술치료 등 상담치료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1회에 5만∼10만원 드는 상담치료를 월 4회 이상 해야만 하는 탓에 가계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 아들(틱 장애)과 딸(사회공포증)을 치료 중인 한 어머니는 “놀이치료 비용까지 한 달에 50만원 이상이 들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저출산 운운하지 말고 존재하는 아이들부터 잘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ADHD 아들을 둔 학부모는 “약값 및 치료비가 너무 비싸서 현재 약물치료만 하고 있다. 사회성 치료를 같이하면 빨리 좋아질 텐데 능력이 안 된다”고 한탄했다. 의료보험을 적용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학부모는 “의료보험이 가장 시급하다. 상담비, 약값, 사회성 치료비로 가정생활이 파탄날 지경이지만 포기할 수 없어서 오늘도 허리띠만 졸라맨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 치료에 보험을 적용해 주면 범죄를 많이 줄일 것으로 본다”며 “CCTV를 설치하는 비용이나 감시팔찌 같은 것에 들이는 예산을 이런 곳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 등 지방의 치료시스템 열악=농촌 등 지방은 치료를 맡길 곳이 없다고 애를 태우고 있었고, 서울·수도권에서는 검증된 상담사들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보건소 등을 이용한다는 학부모는 고작 3%였고, 복지관 등 지역사회기관 이용률도 17%에 그쳤다. 한 학부모는 “현재 지방에는 소아정신과 전문의조차 없는 곳이 많다. 창원, 순천, 진주 등 내가 살아본 지역만 해도 전문의가 없어 서울까지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가려면 결석해야 하고 혹시 다른 아이들이 알까봐 체험학습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는 “믿을 만한 치료시설은 서울과 수도권에 대부분 모여 있고 지역사회에는 소아청소년 전문의, 아동심리학자 등 전문 인력 및 시설이 절대 부족해 의지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병원·복지관·학교 등 16곳 전전 ‘상처뿐인 11년’ 5살 때 이상 징후 발견.. 최초 진단까지 2년여 걸려 치료기관마다 진단 제각각.. 진학 후 증세 더 악화 ◇지난 24일 김혜선씨가 아들의 10여년간 치료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학습장애를 앓는 정민(16·가명)이는 지난 10여년 세월을 고통 속에 살아왔다. 5살 때 처음으로 이상징후가 발견됐지만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 탓에 조기치료 기회를 놓쳐 지금은 체념 단계까지 왔다. 정민이는 그간 소아정신과 5곳과 치료실·복지관 등 8곳을 전전했고, 학교도 3번이나 옮겼으나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상을 향한 아이의 분노와 엄마 김혜선(가명)씨의 깊은 한숨뿐이다. 정민이가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세계일보 취재팀은 정민이의 사례를 아동청소년 의료보건 선진국인 영국의 아동 치료 사례와 비교해보기로 했다. 어머니 김씨와의 5시간 인터뷰와 그동안의 병원 진료기록 조사 등을 통해 정민이의 지난 11년간의 치료 과정을 되짚어봤다. ◆혼란스러웠던 치료 과정=1996년 5월의 어느 날. 김씨는 정민이가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데 자폐 같다”는 말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아이를 부여안고 서울시내 유명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하지만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많지 않아 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주변에서 추천해준 장애인복지관 2곳의 문을 두드렸다. 복지관에서는 정민이의 발달상태와 언어능력이 또래에 비해 뒤처지니 조기교육과 언어치료를 시키라고 했지만 정작 언어치료실에선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복지관의 진단을 믿을 수 없어 뒤늦게 C대학병원을 갔지만 의사는 “ADHD성향인 듯하나 정확한 건 검사를 받아봐야 안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결국 집 근처 D소아정신과에서 심리검사를 받고 나서야 ADHD증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이상징후를 발견한 지 2년여가 흐른 뒤였다. 초기 진단도 어려웠지만 치료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1년만 치료하면 완치될 것”이라는 의사 얘기에 희망을 갖고 초등학교 진학을 1년 미루면서 D병원에서 3년간 치료했지만 아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또래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에게 D병원은 사회성을 길러주는 그룹치료가 아닌 일대일치료만 고집했다. 결국 복합장애로 번져 틱증세까지 보였다. 김씨는 안 되겠다 싶어 그룹치료로 유명한 E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룹치료는 1년이 넘도록 자리가 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이 잠시 다녔던 F병원에선 아이에게 우울증이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찾아간 병원마다 같은 아이를 놓고 제각각 다른 진단을 내리자 김씨는 마냥 혼란스럽기만 했다. ◆취학 후 가는 곳마다 왕따=정민이의 치료 속도가 더딘 데는 학교 책임도 컸다. 행동이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자주 하다 보니 선생님들과 친구들로부터 ‘천덕꾸러기’가 되어갔다. 이 때문에 학교를 다니며 계속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증세가 오히려 심해졌다. ㄱ초등학교 2학년 당시 정민이는 늘 벌을 서고 매를 맞았다. 이 탓인지 아이의 성격도 점점 거칠어져 갔다. 견디다 못한 김씨와 남편이 교사를 만나 아이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으나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ㄴ초등학교로 전학했다. 학교를 옮긴 후 그럭저럭 적응하는 듯 보였던 정민이는 4학년이 되면서 또다시 벽에 부딪혔다. 담임교사는 정민이를 번번이 단체활동에서 제외시켰고 반아이들은 아이를 왕따시켰다. 방법이 없었던 김씨는 또다시 아이를 ㄷ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이번엔 채 일주일도 못 갔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친구들이 던진 눈에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울면서 집에 돌아온 정민이는 더 이상 학교를 가지 않았다. 결국 정민이는 홈스쿨링으로 초등학교를 마치고 지난해 중학교(특수학급)에 들어갔다. “왜 날 특수반에 넣었냐”며 엄마에게 심한 분노를 토해내곤 했던 아이는 요즘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올 뿐이다. 김씨는 “정민이 같은 아이를 어떻게 치료하고 도와줘야 할지 지난 11년간 학교와 병원, 복지관 등 어느 곳도 정확한 정보도 대책도 주지 않았다”며 “정민이가 외국에서처럼 정확한 조기진단을 통해 성향에 맞는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 대책 `걸음마`… 예산도 `쥐꼬리` 복지부 실태 파악 못해… 정신보건센터 등 시설 열악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이에 대한 사회 공공대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예산 탓만 하며 본격적인 치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각 지역의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지관, 의료계 등도 급증하는 치료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치료 시스템이 수요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해 심각한 ‘치료 지체’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전국적인 아동·청소년 정신질환 유병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학령층 아동·청소년 전체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수적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94개 초등학교 학생 7700명에 대해 정신건강 검사를 한 데 이어 올해 전국 고교 1학년생(66만명) 중 3만3000명(5.5%)에 대해서만 선별 검사를 한 게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대책의 전부다. 이런 추진 속도라면 2011년은 돼야 전수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정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어서 객관적인 데이터가 빈약하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로선 선별 검사에서 점차 전수조사로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치료 인프라도 크게 부족하다. 현재 전국에 151개 지역정신보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동청소년 담당자가 한 명이라도 근무하는 곳은 32곳(21%)뿐이며, 아동·청소년 사업에 배정된 예산도 센터당 3000만원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신보건센터가 지역 내 학교와 병원, 복지관 등을 연결한 조기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저소득층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복지관들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전체 복지관(400여개)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아동·청소년 특수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사의 인력 수준이나 시설이 병원, 클리닉에 비해 떨어지는 데다 그나마도 치료 희망자가 몰려 6개월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이용할 수 있다. 의료 인프라도 턱없이 모자란다. 소아정신과 병원은 전국에 190여개 정도가 있으며 전문의는 200여명뿐이다. 급증하는 아동·청소년 정신질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료계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대부분 자체 연구보다는 외국 학회 자료를 인용하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김재원 교수는 “현 상황은 아이들 정신건강에 대해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의료기관과 복지관, 정신보건센터 등이 제각기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치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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