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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환자, 대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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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7-12-04
의사와 환자, 대화가 필요해
[한겨레] 병원 진료를 의미하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1분 진료’, 소통하는 관계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걸까
▣ 글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상이래도 이러네. 나가봐요!” 김진희(26·서울 목동)씨는 지난 9월 서울 압구정동 한 개인병원에서 의사한테 혼나며 쫓겨났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억울하다. 김씨는 봄부터 밥 한 숟갈, 물 한 모금만 먹어도 올챙이처럼 배가 불룩해졌다. 배가 딱딱해져서 누르면 아팠다. 당장 데구루루 구를 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5개월쯤 증상이 지속되니 걱정이 돼서 유명하다는 내과를 수소문해 찾아갔던 터였다.
8분여 만에 10명의 환자가…
잔뜩 걱정한 김씨와 달리 의사는 30초가량 김씨의 증상을 들은 뒤 “검사를 해봐야겠다”며 47만원짜리 종합검진을 권했다. 그날로 예약을 해서 안구·혈액·소변 검사와 내시경 등을 받았다. 일주일 뒤 다시 갔더니 의사는 짧게 “검사 결과는 정상이네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럼 제가 왜 아픈 거죠?”라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정상인데 귀찮게 구는 환자’ 취급을 당하며 진료실을 나와야 했다. “공짜도 아니고 돈 내고 진료받으면서 내 증상을 묻는데 그런 취급을 당하니 ‘의사에게 당했다’ ‘돈만 날렸다’는 생각만 들어요.”
김씨의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병원에 가서 ‘왜 아픈지’ 설명을 듣기 원하는 건 넘치는 기대다. 감기·몸살·위염·식체 등 ‘사소한 병’으로 병원에 가면 30분 기다리고 30초 진료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아파도 ‘대수롭지 않다’는 의사의 반응을 참아내야 한다.
11월2일 오후 2시.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ㅎ병원에서는 8분여 만에 10명의 환자가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갔다. 진료실에 들어간 지 30여 초 만에 진료실 밖으로 나온 최영자(60)씨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최씨는 “의사가 증상을 얘기했더니 ‘원래 그런 거다’라며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더니 바로 다음 환자를 부르더라고요. 병원에 왜 온 건지…”라며 불만스러워했다. 나흘 전 설사 증세로 병원에 온 최씨는 설사는 멈춘 대신 계속 배가 아팠다. 다시 병원에 왔지만 ‘왜 아픈지’도 모른 채 받은 건 약 처방전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자료를 보면 2007년 7월 현재 하루 동안 서울시에 있는 개인병원 중 내과를 방문하는 환자는 평균 55명이다(이비인후과 59명, 소아과 51명). 이 통계는 환자들이 많이 오는 병원과 별로 오지 않는 병원의 평균치다. 실제 대개의 의사들은 하루에 평균 100여 명의 환자를 보고, 잘된다 싶은 병원은 150명이 넘어간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 전문의는 “하루에 보통 90여 명의 환자를 보는데, 환자들이 특정 시간에 몰려들다 보니 1분 정도로 짧게 진료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1분 진료’는 병원 진료를 의미하는 고유명사다.
입원한 환자도 의사에게 말할 기회나 시간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피부과 레지던트는 “내과처럼 입원환자가 많은 과는 교수님 한 분이 담당하는 환자가 30명인 때도 있다”며 “한 사람당 5분만 말해도 걷는 시간을 포함해 회진 시간이 3시간이 넘어가기 때문에 회진 때도 1~2분 이내로 얘기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일방통행하는 의사, 쌍방통행을 원하는 환자>(굿인포메이션 펴냄)는 독일 내과의사인 지은이가 ‘회진시 환자들의 대화 양식’을 연구한 내용을 소개한다. 독일의 종합병원 의사들이 회진을 돌 때 환자 1명에게 들이는 시간은 3~4분이다. 그중 환자와 의사 사이의 대화에 사용되는 시간은 40~60초. 대부분의 시간은 의사와 의사의 대화에 쓰였다. 책을 옮긴 백미숙 성균관대 교수(커뮤니케이션)는 “외국의 또 다른 연구를 보면 환자는 자신에게 중요한 질병 정보의 40% 이상을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의사-의사 간 대화에서 추론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는 회진 시간이 더 짧기 때문에 정보를 얻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계속 이렇게 멀어야 하는 걸까? 자판기에서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뽑아 먹듯 증상을 말하고 처방전을 받아가는 관계 이상이 될 수는 없을까? ‘나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주는 의사-환자의 관계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까?
‘가정 통신문’ 쓰는 의사
사람들과 차가 바쁘게 오가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주말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정문 맞은편 놀이터의 모퉁이를 돌면 4층짜리 건물 2층에 ‘제너럴 닥터’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병원처럼 꾸민 카페인지, 병원인지 아니면 회사 사무실인지 애매모호한 ‘제목’이다.
11월5일, 간판이 걸려 있는 2층 문을 밀었더니 커피 냄새가 가득 났다. 왼쪽의 너른 공간에는 여느 카페처럼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른쪽 주방을 지나면 하얀 커튼으로 가려진 진료실이 있다. 이곳은 카페이자 병원이다. 병원장 김승범(31·일반의)씨는 “병원에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김승범씨는 “자세히 듣고, 자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성비염으로 병원을 찾은 임아무개(28)씨. 진료에만 40분이 걸렸다. 증상부터 흡연 여부, 입원 경험, 가족 병력, 최근에 먹는 약 등 질문이 꼼꼼하게 이어졌다. 만성환자의 경우에는 문진보다 진단 시간이 더 길어진다. 왜 병에 걸리는지 알고 생활 속 대처법을 숙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이날 코에 민감한 털옷을 입지 마라, 주변에 먼지가 많이 날리지 않도록 청소를 깨끗이 하라, 민간요법 중 하나인 식염수를 넣을 때에는 흡입하지 말고 적시듯이 갖다대기만 하라는 등의 조언과 생활 습관에 대한 ‘잔소리’를 들었다. 임씨는 “보통 이비인후과에 가면 만성이니 약 처방만 받으면 끝이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자기 병처럼 걱정해주니 내 몸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승범씨는 진료가 끝나면 늘 두 장의 처방전을 쓴다. 하나는 약국 제출용 처방전이고, 다른 하나는 손으로 일일이 쓴 환자용 처방전이다. 세 끼 식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위염 환자에게는 ‘세 끼 식사가 제일 좋은 약입니다’, 감기 환자라면 ‘약 다 챙겨드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약 한 알보다 물 한 잔이 더 효과가 좋습니다’는 식이다. 환자가 자신이 먹는 약을 기억하고, 비약물적 처방도 숙지할 수 있도록 주는 ‘가정통신문’이다.
만성 고혈압 환자인 전상삼(44)씨는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감동 진료’를 받고 생활 습관을 확 바꿨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틀에 한 번씩 달리기를 하게 됐고요. 술 먹을 때도 안주는 덜 기름진 걸로 먹으려고 노력해요.” 계기가 된 것은 의사가 건네준 처방전에 쓰여 있던 다음의 문구를 보면서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도 변하겠죠.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워져가는 모습으로 변해가실 수 있기를….’
제도권 병원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올 5월에 개원한 뒤 10월까지 ‘제너럴 닥터’를 거쳐간 환자는 모두 200명이다. 잘되는 동네 병원이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와도 비슷하다. 김씨는 “뜻은 좋지만 생활이 안 되면 이런 시도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가 카페와 병원을 함께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상으로는 환자 1명을 진료할 때 의사가 올리는 수익은 평균 1만원(개인 부담+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이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간호사 2명을 고용한 개인병원의 한 달 운영비는 의사 소득을 빼도 통상 600만~7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심평원은 의사 1명이 하루에 보는 적정 환자 수를 75명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너럴 닥터’는 환자 1명당 평균 진료 시간이 30분이어서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는 최대 30명이다. 진료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김씨는 환자를 충분히 보되 카페를 통해 나는 이익을 병원 운용에 사용하며 ‘선순환 수익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간혹 주변 의사들은 이런 김씨의 시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원래 돈이 많은 것 아니야?” 또는 “‘카페’ 수입으로 충당하는 의료 행위는 완벽한 의료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카페와 병원은 둘 다 기다림의 장소이고, 그 기다림의 의미를 결합한 새로운 실험을 나는 이렇게 현실화한 것이다”라며 “현재의 의료 수가 제도에서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다양한 실험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제도권 병원 안에서도 ‘소통’은 점점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소통’과 ‘대화’가 결여돼 생기는 환자-의사 간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판단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료소송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 중 하나이다.
9개 국립대병원의 의료사고 소송 건수는 2003년부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현재 이들 병원은 모두 191건의 의료사고로 소송 중이다. 서울대병원만 보면 2003년 5건이었던 것이 2004년 14건, 2005년 18건 등으로 부쩍 늘었다. 유형준 한림대 의대 교수(내분비학)는 “의료 분쟁 증가,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경로를 통한 의료 정보의 개방, 일반 대중의 의료권에 대한 기대치 상승 등 의료 분야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로 환자-의사 간 대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성심병원에서 15년간 진료해온 유 교수는 지난해 병원 홈페이지에서 두 차례 항의성 글을 접했다. “환자가 들어갔는데 의사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인사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유 교수는 “몰아치는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글들을 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지난해 9월 의료 현장에서 소통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의사, 간호사, 인문학자들을 모아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를 만들었다.
당뇨병 전문가인 유 교수는 지금은 아무리 바빠도 직접 환자들 혈압을 잰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환자와 저절로 접촉하게 되므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할 수 있고 환자들도 의사가 직접 혈압을 재니 자신에게 신경을 쓴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친밀감이 생기고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현재의 의료 수가 체계 안에서 의사들은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환자 1명당 3분 이상 진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에서는 대신 3분의 시간이라도 환자를 성의껏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서 알리고 있다.
의과대학들도 의료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신설 중이다. 2010년부터는 의사 선발 국가고시에 ‘의료 면담’ 실습 과목이 추가된다. 현재 가톨릭대 의대, 고려대 의대, 경희대 치과대학, 연세대 의대 등 5~6개 대학이 관련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의료 면담’ 수업을 시작한 연세대는 역할극을 활용한다. 학생들이 환자와 의사로 나뉘어 역할을 하면 이를 캠코더로 찍은 뒤 나중에 같이 화면을 보면서 문제점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전우택 연세대 교수(정신과)는 “의사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려면 ‘환자 경험’만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는 2005년부터 ‘의료 대화’ ‘의사 소통 기법’ 두 과목을 신설했다.
의사 소통은 환자 치료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의사와 환자가 소통이 잘될수록 진단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의료 소송은 감소하며, 환자가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기를 부여받아 치료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의료계의 정설이다.
잔소리도 의사의 중요한 일
김대현 계명대 교수 (가정의학)도 진료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편두통·소화불량으로 찾아오는 40~50대 주부 환자들이 대표적이다. 두통의 원인이 ‘갱년기 우울증’ 같은 감정적 요인일 경우가 많다. 이들을 진료할 때 “우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없느냐” “남편은 어떤가”라고 묻기만 해도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김 교수는 “‘아픈 증상’에만 치중하는 진료를 하면 그 증상을 가져오는 감정적 요인을 놓쳐 때론 엉뚱한 약을 처방하게 된다”라며 “진료에서 환자의 통증을 유발하는 정확한 요인을 알려면 충분하고 효율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들일수록 ‘대화’는 의사와의 신뢰를 형성해 치료 의지를 높일 수 있다. 이현석 현대중앙의원 원장은 “만성 질환자들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에 ‘잔소리’하는 것도 의사의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버터, 우유, 치즈 등 유제품을 유독 좋아하는 이아무개(74)씨는 의사의 이어지는 설명으로 유제품을 완전히 끊었다. 협심증이었지만, 변화된 식습관으로 그의 치료 경과는 매우 좋다고 한다.
‘잔소리하는 의사’ ‘음주 습관, 식습관을 상담하는 의사’는 아직 낯설다. 시시콜콜 생활 습관을 따져묻는 기나긴 진료도 익숙하지 않다. 3분이라도 제대로 진료하자는 의사들의 노력과 30분 동안 환자와 공감하는 진료를 하겠다는 한 의사의 실험은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이 발걸음이 모이면, 이제 병원도 갈 만한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지 않을까.
소통하는 3분을 위해
의사는 환자의 첫말 가로막지 말고, 환자는 축소·과장 말아야
30분을 진료할 수 없다면 3분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료하자는 것이 의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소통이 있는 3분’을 위해 의사들은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짧은 시간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길을 맞추고 말을 반복해 최대한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① 진료할 때
-환자의 첫말은 1분을 넘지 않는다. 첫말을 가로막지 않고 끝까지 잘 들어주면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바른 진단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와 반드시 눈을 맞춘다.
-“무엇이 불편하십니까?” “증상이 어떤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등 아픈 곳을 특정하지 않는 개방형 질문을 사용한다.
-이야기 도중 공감을 표시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반복해준다.
-제일 마지막에 불편한 게 없는지 물어본다. 환자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은 마지막에 나올 수 있다.
② 병명을 진단할 때
-“이럴 경우에는 당황들 하시죠” “당황스럽겠지만, 놀랍겠지만” 같은 정서적 지지 발언을 한다.
-전문용어 대신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을 사용한다.
③ 회진할 때
-환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진에 동행하는 간호사·인턴·레지던트에게 하는 지시말과 섞으면 안 된다.
-회진 시작 인사도 중요하지만 끝날 때 작별 인사를 해야 한다. 말하는 의사는 끝을 알지만 환자는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의사가 갑자기 돌아서면 의사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질 수 있다.
-환자의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우리는’ 같은 다수를 뜻하는 주어 대신 ‘저는’이라는 1인칭 단수 주어를 사용한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 환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환자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의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처음 증상을 말할 때 증상을 축소하거나 과장하지 말고 정확하게 이야기할 것 △우울·불안 같은 감정의 변화도 진단의 중요한 단서이니 빠뜨리지 말 것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것보다 한 군데 병원을 지속적으로 갈 것 등을 권했다.
도움말: 김대현 계명대 교수(가정의학 전문의), 백미숙 성균관대 교수(커뮤니케이션)
왜 그때 설명하지 않았나요
[한겨레] 소통 부재로 벌어진 의료소송 사례들…의사에게는 진단 결과를 쉬운 말로 이야기해줄 ‘설명의 의무’가
“엄마가 계속 토하시고 명치끝이 아파서 식사를 못하세요.” 민지희(37)씨는 같은 말을 간호사에게 몇 번이고 반복하며 의사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나 간호사는 진통제와 구토방지제만 주사했다. 의사는 오지 않았다.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의사는 오지 않아
2005년 8월18일 당시 69살이던 민씨의 어머니 정영근씨는 담낭암 치료 과정의 일환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색전술을 받았다. 두 번째 시술인데 처음과는 너무 달랐다. “명치끝이 끊어질 것처럼 아프다”며 식사를 전혀 못했고 먹은 건 다 토했다. 하루에 구토만 20차례 했다. 민씨가 답답하고 분통 터진 건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데, 의사가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것”이었다. 정씨가 색전술을 받고 나온 지 만 28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후에야 담당 레지던트가 병실에 왔다. 곧바로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민씨는 왜 옮기는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의사와 환자의 첫 만남은 ‘진찰실’에서 일어난다. 의사는 이때 환자의 말에 귀기울여 증상을 꼼꼼하게 듣고 진단해야 한다. 진단이 끝나면, 진단 결과를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말로 설명해줘야 한다. 의사의 ‘설명의 의무’가 충실히 이행될 때 의사-환자 모두 만족하는 ‘서로 통하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민씨 어머니를 치료한 의료진들은 ‘소통’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설명을 아무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중환자실로 옮기기 전 간호사가 와서 소변을 받아내고 담당 인턴도 와서 통증 부위를 꾹꾹 눌러댔지만, 그 과정에서도 왜 환자가 17시간 동안 소변을 보지 못했는지, 왜 28시간 동안 통증이 이어졌는지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었다.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민씨는 “의료진이 아무런 얘기도 없기에 어머니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거라고 오해했다”고 말했다. 민씨 어머니는 중환자실로 옮긴 지 12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망하기 1시간 전 민씨가 중환자실을 급히 나서는 레지던트를 붙잡고 “우리 엄마, 고비는 넘긴 거죠?”라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상태가 안 좋으니 가족을 모이게 하세요.”
민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의료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의료소송을 결심한 것도 담당 레지던트의 한마디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병원에 가서 “왜 한 번도 오지 않았냐”고 따지자, 담당 레지던트에게서 돌아온 말은 “그때 더 중요한 환자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민씨는 “나쁜 맘이지만, 순간 ‘내가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씨는 “의사에게는 환자들이 수많은 환자 중 한 명에 불과하겠지만, 환자 개개인은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라며 “그걸 모르는 의사는 결국 또 우리 엄마 같은 피해자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송 결과 진료 과정에서 의사의 과실로 패혈증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들이 시술 뒤 바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패혈증을 발견해 치료를 했다면 어머니의 급작스런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중환자실에 온 뒤에라도 시술 과정에서의 실수를 점검하고 환자의 상태를 솔직하게 보호자와 얘기했다면 아무 준비 없이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일만은 없지 않았을까. 민지희씨는 말했다. “소송에 이겨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셨는데.”
한 템포 쉬어가는 게 필수적
권순모(46)씨도 병원 쪽의 무사안일한 대처로 삶의 날개가 꺾였다. 그는 현대자동차에서 VIP 의전 업무를 담당하는 헬기정비과장이었다. 권씨는 2003년 목 뒤가 갑자기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권씨에게 진통제를 놓았다. 그러나 진통제를 놓은 뒤 목이 낫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왼쪽 다리에 이어 오른쪽 다리까지 마비 증상이 왔다. 나중에 보니 권씨가 맞은 진통제는 혈액 응고를 막는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유로키나제였다. 의학 서적에는 “헤파린과 유로키나제는 투여 전 반드시 핵자기공명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내부 출혈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투여해야 한다”고 돼 있다. 부작용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권씨의 병명은 ‘급성척수경막하출혈(이하 경막하출혈)이었다. 권씨는 “무슨 진통제를 놓는다, 왜 마비가 왔다 등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이 그저 진통제만 주사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그때 의사들이 내 증상을 제대로 듣고, 원칙대로 MRI를 찍어 출혈 여부를 확인했다면 지금과 같은 영구마비 상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연구에 따르면, 권씨의 병인 경막하출혈은 완치율이 30%, 부분치료율이 40~50%다. 투약 전에 의사들이 환자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신이 있다면 ‘환자의 삶’을 좌우하는 의료 사고도 훨씬 줄어들거나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진료할 때 의사들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진행 과정을 파헤친 책 <닥터스 싱킹>(해냄 펴냄)의 지은이 제롬 그루프먼은 “‘속도전’이 중요한 응급실일수록 생각의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하루에 2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의사들의 3분의 2가 신약을 처방할 때 복용 기간과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환자에게 말해주지 않았고, 절반은 정확한 복용량과 복용 횟수를 설명하지 않았다. 제롬 그루프먼은 “정신없는 속도가 의사들을 집어삼킨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종합병원 응급실이 아닌 1차 동네병원도 언제나 시간 싸움이다. 환자가 많을수록 수입이 증가하는 행위별 수가제이기 때문이다. 제롬 그루프먼은 환자들이 몰아닥치는 동네 소아과 의사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쌩쌩 달리는 기차 안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라. (바깥에선) 사람들의 얼굴을 제대로 구별해낼 수가 없다. 매일같이 들이닥치는 환자들 대부분은 바이러스성 또는 만성 인후염인데, 그중에서 가끔 있는 수막염을 찾아내기란 짚더미에서 움직이는 바늘 찾기다.”
홍석우(48)씨는 그렇게 ‘달리는 기차’ 같은 1차 진료기관에서 의사에게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해 ‘목소리’를 잃었다. 그는 30년간 밤무대에 서며 ‘홍길표’라는 이름으로 음반도 낸 가수였다. 홍씨는 수많은 만성인후염 환자 중 드문 ‘성문암’ 환자였다. 지난해 6월 성문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홍씨가 억울한 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이나 성대가 좁아지는 느낌, 목소리가 변하는 증상을 가지고 똑같은 동네병원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쉰 목소리가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증상’은 성문암을 의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증상이라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홍씨가 다녔던 경기 의정부에 있는 병원의 윤아무개 의사는 그가 처음 갔던 2001년 내시경을 한 번 해본 뒤 줄곧 감기약 처방만 했다. 윤 의사는 “환자가 구역질이 심해 간접 후두경 검사를 하기 힘들었고, 약 처방을 하면 증상이 나아져 다른 의심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가수
홍씨는 “마지막에 다른 병원에 가보지 않았다면, 나는 감기인 줄로만 알다가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죽었을지 모른다”며 “의사가 내 상태에 대해 한 번만 더 생각해줬더라면, 내가 내 상태에 대해 조금만 더 깊이 있게 물어볼 수 있었더라면…”이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목소리가 잘 안 나와 입 모양으로만 대화를 한다. 그는 지금 암세포가 식도로 전이돼 식도암으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소통’이 없는 진료실에서, 늦게 발견된 병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다.
주치의제도는 어떤가
[한겨레] 기쁨과 보람을 빼앗는 현재 시스템, 환자를 많이 봐야 하는 강박 벗어나는 방법 고민해야
▣ 고병수 연세의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20여 년 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당뇨, 고혈압을 앓고 계셨는데 자꾸 쓰러지셨다. 나는 의과대학 1학년생이었지만, 의대 다니는 아들이 함께 병원에 가면 덜 불안해하실 것 같아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시던 병원에 갔다. 중소 규모의 병원이어서 그런지 환자도 많고 대기 시간도 길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아버지 이름이 호출되고 드디어 담당 의사의 진료가 시작됐다. 의사는 빠른 말로 여러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단지 당뇨약을 줄인다는 말과 가끔 병원에 와서 혈당을 재보라는 말만 기억되었다. 아버지가 왜 자꾸 쓰러지시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못 알아들었다.
의대생도 못 알아듣는 이야기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당뇨 합병증으로 생기는 ‘저혈당’ 증세였던 것 같다. 당이 너무 떨어지면 어지럽고 가끔 가벼운 졸도도 하게 된다. 저혈당 증세는 잘못 관리하면 합병증으로 인해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당뇨 환자를 다룰 때는 혈당 조절보다 합병증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교과서에 나온다. 아버지는 이런 점들을 하나도 모른 채 그저 병원만 왔다갔다 하셨던 것이다. 의대 다니는 아들도 못 알아들었는데 오죽했겠는가.
전공의 시절을 떠올려본다. 그때는 한밤중에도 환자들의 불편에 대한 연락을 시도 때도 없이 받게 된다. 그럴 때면 병실로 가서 환자를 진찰하고 면담한 뒤 ‘오더’(order)나 필요한 투약 지시를 내리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후배 전공의들이 전화로 간호사에게 오더만 내리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하루 수면시간 3~4시간, 며칠씩 이어지는 밤 근무로 늘 부족한 잠과 싸움하는 것은 알지만 그런 후배들을 보면 불같이 화를 내며 병동으로 쫓아 보내곤 했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서는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 더욱이 절대 환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련 시절에는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병원의 의사 수도 부족하고 환자와 교감을 나눌 시간도 부족하기에 수련 시절부터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과정을 밟아온 건 아닐까 하는 회의도 든다.
개원해서 동네 주민들과 같이 지낸 지 7년이 넘었다. 나는 진료를 하면서 되도록 환자의 불편함을 다 듣고 최대한 알아듣도록 설명을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러기까지는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로서의 의식과 관련한 몇 가지 경험이 있었다.
몇 년 전 일로 기억된다. 기침을 보름 이상 한다고 찾아온 20대 여성이 있었다. 다른 병원에 다니다가 왔기에 약을 처방할 테니 잘 복용하라고 일러주고는 잊고 있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서 그 여성이 다시 찾아왔다. 무척 화난 표정이었다. 기침이 안 나아서 대학병원에 갔더니 ‘폐결핵’이라고 했단다.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을 되돌아봤다. 환절기 감기가 크게 유행할 때였다. 환자가 많아 문진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고, 청진에서 폐 상태가 정상 소견을 보이기에 감기가 오래가는 걸로 생각했다. 좀더 시간을 들여 얘기를 나눴거나 의심을 해봤다면 X-레이만 찍어도 진단할 수 있는 문제였다. 바쁜 와중에 환자의 호소를 일일이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는 건 변명일 뿐이다. 만성 기침을 하면 반드시 기관지 결핵을 의심해보면서 진찰을 하는 게 기본 상식이다. 나는 시간을 핑계로 기본조차 무시해버렸던 것이다.
대화 부족 현상은 나이 드신 분들께 적용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어르신들의 경우엔 자신의 병에 대한 관리 요령이나 약 복용 방법을 잘못 알아듣는 일도 많다. 그 결과는 생각보다 더 큰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
본인 부담 없이 세세한 이야기 나눈다
진료 현장에서 가끔 생각해본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적은 시간에 환자를 너무 많이 봐야 하는 게 문제다. 전공의든 개원의든 대학병원 교수든 진료실에서 몇 마디로 진료를 끝내고 싶은 의사들은 사실 별로 없다. 진료 내용을 상대방이 잘 알아듣도록 하고 병의 경과가 좋아지는 걸 지켜보는 것은 의사들에게 진료 기술 이상의 기쁨이고 보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만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외래 진료를 볼 때 환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진료실 밖 대기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거나, 환자가 너무 없어서 충분한 대화는 할지 몰라도 석 달 안에 병원 문을 닫거나.
미국에서 조사한 바로는 일반 내과계 외래 진료실에서 평균 진료시간은 26분 정도다. 우리나라 병원이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빨리빨리 환자를 봐야 하고, 그래야만 진료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치졸하다고 쉽게 여기지 말자. 현실이 그렇다. 환자의 얘기를 많이 듣고 설명도 충분히 할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주치의제도(주치의등록제)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의사들도 거의가 필요성을 느끼는 이 좋은 제도가 실행이 안 된다.
영국에 갔을 때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선배의 딸은 5살이었는데 웬만하면 병원에 가는 일이 1년에 두세 번이라고 한다. 열이 아무리 펄펄 나도 전화로 상담하고, 해열제 먹이고 하루 이틀 견디게 하며, 기침을 조금 하는 정도로는 그냥 지낸다. 의사가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가벼운 증상들은 큰 문제가 없는 한 잘 낫기 때문에 집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이러한 영국의 주치의 제도가 다 훌륭한 것만은 아니다. 정해진 비용으로 진료를 하니까 충분한 진료와 검사가 안 이뤄져 국민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2007년 초부터는 인센티브제를 적용해 필요한 검사나 시술에 대해서는 수당을 더 주도록 했다고 한다. 단점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국 환자들의 불만이 다소 덜어질 듯하다.
주치의제도는 주로 1차 진료소(동네병원)에서 적용된다. 상상을 해보자. 어느 지역에 세 명의 의사가 진료소를 차렸다. 의사 한 명당 300가구를 담당하면 900가구를 책임지게 된다. 주치의를 관리하는 기구(상급단체)에서 일정액씩 월급 형식으로 진료행위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주기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를 많이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적절한 대가란 현실성 있는 금액 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제까지 이 제도를 선뜻 적용하지 못한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금액을 정부 재정에서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환자 또는 환자의 가족은 주치의와 세세한 부분도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전화 상담도 하고, 인터넷 상담도 가능하다. 필요하면 진료소에서 진찰을 받거나 검사를 한다. 이후 상황에 대한 설명도 계속 들을 수 있다. 물론 본인 부담은 없다. 진료소에는 여러 명의 의사와 직원들이 상주할 수도 있다. 한밤중에도, 휴가철에도, 명절 때도 언제든지 상담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환자 수가 줄고, 약제비·검사비가 엄청나게 줄어드니 국가 의료비 지출이 줄어든다. 줄어든 재정에 국가 지원을 조금만 더 보태면 진료소 운영비는 거뜬히 나온다. 환자는 예방과 적절한 치료를 경험하고, 의사도 만족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보건 인프라를 공고히 하면서도 재정을 그다지 축내지 않을 수 있다.
의료비 지출 줄인 데 지원 조금 보태면
병은 약으로만 낫는 게 아니다. 자기 병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의사와 교감을 할 때 치유도 잘되는 법이다. 의사는 환자의 집안 분위기는 어떤지, 가족 문제는 없는지 세세히 살펴가면서 진료를 할 수 있다. 이제는 정말 정부나 의료인들이 생각을 합쳐서 주치의제도와 같은 새로운 의료체계 방안을 적극 내놓을 때라고 본다. 장벽이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 또한 정책 입안자들의 몫이리라
친절 명의들 "입장바꿔 생각해요"
( 한국일보 기사 인용)
병원·의사 불친절이 환자 회복의지 꺾어
신뢰와 정확한 의사소통 위해 상호노력을
환자들이 병원에서 겪는 불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개선의 여지는 없을까. 물론 불친절한 의사에게 조금 더 무거운 책임이 지워지겠지만 의사를 무조건 적대시하는 환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양쪽 모두 조금씩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보가 선정한 친절 명의 15명은 먼저 의사가 고객인 환자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성태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는 “의사는 하루 종일 아픈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뇌하고, 해결해주는 것으로 밥을 얻어먹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전북대병원 외과 교수도 “환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마음 또한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친절 당위론을 펼쳤다.
친절 명의들은 불친절한 의사들에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
암에 걸려 고통을 겪는 꿈을 자주 꾼다는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보호자에게는 ‘환자가 제 부모(형제)라면 이렇게 치료하겠습니다’,
환자에게는 ‘제가 당신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본인 스스로 그 입장에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오성태 교수는 “한번쯤 환자나 보호자가 돼서 권위적인 의사에게 섭섭함을 당해봐야 한다”며 영화 (1991년작)를 빌려보라고 권했다.
는 성공가도를 달리던 냉정한 의사가 후두암에 걸린 후 관료적인 병원에 몸을 맡기면서 환자의 처지를 몸소 체험하는 영화다.
그렇다면 친절 명의들도 고개를 젓는 환자들, 그들을 화나게 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친절 명의들은 ‘의사를 믿고 따르지 않는 환자나 보호자’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태영 화순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불안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갖가지 정보를 알아보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내가 알기에는 그게 아닌데’라며 귀를 막아버릴 때 화가 난다”고 털어놨다.
박종섭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정통적인 의료행위보다 민간요법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환자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노성훈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종섭 교수는 “짜증이 나고 힘들겠지만 환자 스스로 본인이 불편한 사항을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표현해야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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