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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병 쟁기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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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7-12-31

[건강칼럼]호미로 막을병 쟁기로 막는다?

 

[머니투데이 배영덕 한림대의대 교수(류마티스내과)][’배영덕 교수의 자~알 죽는법’]

지난번 기고를 보고 지인이 ’오래 살고 싶지는 않고 건강하게만 죽고 싶으냐’고 물어왔다. 그 친구는 아마 오래사는 것과 건강하게 죽는 것의 차이를 정확하게 파악한 듯 하다. 건강하게 죽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명은 마지막 순간에 어떤 질병을 앓느냐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만성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오래 살더라도 건강하게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은 고통받으며 죽지 않다 뿐이지 꼭 오래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적절한 분야 중 하나가 의료환경이다. 컴퓨터가 생활에서 사용되면서 세상이 정신없이 변화하듯이 의학계에서도 컴퓨터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0년 전만 해도 컴퓨터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상상속에서만 있는 일이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종이 차트를 앞에 놓고 환자를 보는 병원이 뒤떨어지는 병원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전에는 엑스레이를 보려면 필름을 현상하고, 그 필름을 필름 걸개에 걸어 놓아야만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책상앞 모니터에서 한 부위를 확대하기도 하고, 뒤집어 놓기도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해결한다.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지지 않으면서 수술하는 로보틱 수술(Robotic surgery)도 최근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차이가 아니면서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10년 전만해도 집안에 암환자나 중환자가 한 명이 있으면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국가에서 대부분의 의료비(암환자의 경우 90%)를 감당하고,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줄어들었다. 보험이 안되던 시절에는 맹장염만 걸려도 가난한 사람들은 가세가 기울었지만, 지금은 맹장염 수술비용은 식당에 밥 한두끼 비용밖에 안된다. 건강보험덕이다.

의료비가 이렇게 싸져서 환자들이 좋은 치료를 적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의사로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암환자나 중증 질환들을 가진 환자들을 보면서 드는 안타까운 마음은 있다. 암이나 만성질환을 초기에 진단하지 못하는 환자들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건강검진은 비보험이어서 일정 비용을 본인이 지불해야한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초기에 진단을 받았더라면 완치 수술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시간이 없고, 정기적으로 드는 돈이 아깝다는 핑계로 병을 키워서 진단받고 치료받기 때문이다.

다른 1,2차 기관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심한 상태의 환자가 많다는 착시 현상이 있겠지만, 암에 의한 사망률이 우리나라에서 1위(2005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차지하고 있는 통계를 보면 착시는 아닐 것이다. 근래들어서 만성질환들이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합병증이 건강한 죽음을 막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질병이 초기에 진단을 하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암은 특히 그렇다. 암으로 자라나는 세포덩어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발견하면 근치적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이 커다랗게 크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발견을 늦게 하게 된다.

부모가 간염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자식들이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가 간경화가 오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당뇨 진단을 늦게 받아서 이미 신장, 심장, 눈에 합병증이 온후 되돌리기 힘든 상황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혈액투석을 받는 사람이 점차 늘고, 심장혈관 우회술을 받는 사람이 많은 것이 증거다. 이는 컴퓨터, 화상으로 환자를 보는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쟁기로 막게 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인들도 환자들에게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어디에서 어떤 수준의 검진을 받으라고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병원마다 건강검진을 한다고 하고, 심지어는 보건소에서도 한다고 한다. 과연 모든 곳에서 같은 질의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 충분한 것일까?

좋은 시설을 가지고 검증된 인력이 있는 곳이 질적으로 최고의 건강검진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몸에 대한 아무런 의학적인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답이다. 그러나 필자는 독자들에게 전략을 가지고 검진을 받는 것을 권한다.

가족성 용종증을 가진 가계는 전략적으로 대장암과 연관된 부위와 검진 방법(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친척 중에 간암 환자가 있으면 간염 바이러스 항원,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간 초음파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뇌졸중이 많은 집안은 혈압과 당뇨가 있는 지 확인하고 일찍부터 뇌졸중의 원인 질환에 대하여 검진하는 것이 순서인 것이다.

물론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모두 주치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철저하게 ’비용 대비 효과’가 적용되는 분야가 건강검진 분야이다. 본인의 능력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미리, 정기적으로 하면, 그 사람은 쟁기로 막을 병을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나라에서 해주는 건강검진만 믿고 나는 튼튼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호미를 잡을 기회가 적다. 눈앞에 보이는 비용이 크다고 쟁기를 들어야 할 때까지 버티는 사람도 건강하게 죽을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독자들의 손에 호미가 들려있는지 쟁기를 잡고 있는 지 확인을 해보기를 바란다. 이것이 컴퓨터로 진료를 하는 시대에도 건강하게 죽기 위한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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