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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과 분노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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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1-25
 화병과 분노조절







글 | 민성길 (서울시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정신과 진찰실에서는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우선은 머리가 아프다, 잠이 안온다, 입이 마르다, 가슴이 뛴다, 열이 난다, 답답하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그런 증상 이면에는 거의 모두 억울하다, 분하다, 화가 난다 등의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화병이다.


한국 사람들은, 그 성향을 좋게 설명한다면 감정이 풍부한 민족이다. 역사적으로도 억울하고 분하고 한 맺힌 사연이 많은 민족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말에 감정에 대한 용어가 풍부하게 발달하고 있다. 그 중에 독특한 한(恨)과 정(情)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한과 정은 모두 분노와 억울하고 분한 감정 등이 앞뒤로 연결되어 있다. 정이 배반당하면 화가 나고 이런 감정을 오래 삭이다 보면 한이 된다. 극단적인 화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은 한 중에서도 복수심이 곁들여진 원한(怨恨)을 만들어 낸다. 억울, 분노, 한 등이 쌓이면 화병(火病)이 생긴다.


문제는 화에는, 불(火)과 같이 파괴적 힘이 있다는 것이다. 화를 참기 어렵게 되면  신경질, 욕하기 뿐 아니라, 폭력, “홧김에 확“ 등 범죄마저 나타날 수 있다. “하필 내가 왜 당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우울, 절망, 자살로도 나타날 수 있다. 화병은 결코 가벼운 병이 아니다. 오래 앓으면 죽기도 하는 병이기도 하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위장병, 암, 자살, 우울증 등등은 특히 화, 분노, 억울, 한, 우울, 불안 등에 관련되어 생기는 질병들이다.


이제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는 화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도, 분노의 감정을 해소하고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신체적으로는 운동이 좋다. 술 담배는 오히려 해가 된다. 화가 날 때 이완동작을 실행할 수 있다. 그것은 심호흡을 통해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하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몸에 힘을 빼고 자율신경계 반응(맥박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될 수 있으면 화가 날수 있는 상황을 피하고, 말을 삼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화가 나면 우선 일단 화를 지그시 참아야 한다. 화의 요인을 반감 없이 받아들이고 사건에 대해 긍정적으로 그리고 지혜를 발휘하여 적절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꼭 표시하고 싶으면 자신이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비폭력적 방법으로 표현한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잠언 15장 1절). 유머감각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그리고 그 분노가 누구 때문이라기보다, 나 자신에게는 탓이 없는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서하는 것이 좋다. 내가 복수하면 마음은 시원해지겠지만, 분노는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기어히 용서가 안된다면 허허하고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역설적 의도라는 방법도 있다. 상황을 거꾸로 생각하는 것이다. 일부러 마음속으로만 화를 극도로 내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끝으로 “영적 성숙” 내지 조교적 성숙, 즉 기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원수를 네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있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 서울정신보건네트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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