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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 학습력만큼 정신건강도 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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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2-07

기숙학원, 학습력만큼 정신건강도 높일까

뉴시스|기사입력 2008-02-04 09:57

기숙학원, 학습력만큼 정신건강도 높일까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바야흐로 입시철이 끝나고 이젠 ‘재수철’이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재수를 고민하고, 실제로 실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수(반만 재수생)도 하는 마당에 1년쯤이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수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이 바로 학원선택, 계열에 상관없이 11월13일에 있을 ‘그날’을 위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최상의 학습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분주히 뛰어다닌다.

그 중에서도 요즘 재수생들에게 인기 있는 학원이 바로 ‘기숙학원’이다. 기숙학원은 강한 스파르타식 교육과 엄한 규율로 학생들의 사생활을 통제해 최대의 학습효과를 이끌어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숙학원이 새로운 미래를 선택하는 학생들의 정신발달과 대인관계 형성, 그리고 무엇보다 창의적인 학습능력 향상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한국식 교육’이 만들어 낸 기형적 문화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학원식구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 식당으로 향해 학원에서 직접 가꾼 유기농 채소와 과일이 반찬으로 나온 웰빙 식사를 마치고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정규 수업을 마친다.

수업 후엔 1시간 자율학습이 주어져 하루 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선생님께 질문할 수 있는 ‘클리닉 시간’이 있다. 12시 20분까지는 반드시 취침을 해야 하고 다음날 수업 때 졸기라도 하면 엄격한 제재가 가해진다.

한반은 25~30명으로 구성돼 있고 반배치 고사로 인해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 4/4분기로 나눠 개념정리, 심화학습, 요점정리, 문제풀이를 심도 있게 다뤄 취약점 공략에 나선다.

입주 한 달 동안은 면회, 외출, 외박이 금지지만 한 달 후에는 한 달에 한번씩 2박3일 휴가가 주어진다. 휴대전화와 MP3는 절대 금지다. 보통 종합학원보다 평균 8배정도는 비싸니 점수라도 대폭 올라야 돈이 아깝지 않다.”

경기도 양평의 P기숙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하루 일과표다.

보통 기숙학원들은 비싼 수강료만큼 수능점수가 대폭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점수 올리기’ 교육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단시간내에 점수만 올려서 좋은 대학가는 것이 목표인 것.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1년이란 시간은 짧다. 그렇지만 막 사춘기 말에 도달해 있는 여린 학생들에게는 중요한 인격형성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메마른 스케줄 안에서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파고들 때 과연 좋은 대학을 들어간다 한들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대다수 전문의의 의견이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현주 교수는 “학습이라는 것은 자발적이며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스케줄을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짜인 대로 생각 없이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불안증이 많고 따라가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잘 따라가겠지만 일반적인 아이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다”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경기도 남양주시의 이양근(21세·가명)씨는 이번에는 기필코 목표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삼수를 결정했지만 점수 올리기엔 효과가 있다는 기숙학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재수 때 기숙학원을 큰맘 먹고 들어갔지만 워낙 자유분방하고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던 이씨에게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엄격한 기숙학원 생활 안에서도 잔머리를 잘 굴리면 삼삼오오 모여 매일 밤 ‘술파티’ 등 이탈이 충분해 오히려 학습효과가 떨어졌다고 말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안동현 교수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학업만 성취를 할때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고 말한다. 그 일례로 대학에 들어가서도 적성에 안 맞는다고 학과를 바꾸거나 자퇴를 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꿈과 목표는 상실된 채 오직 점수 올리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후진적인 학습 형태안에서 학생들은 갈피를 못 잡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것.

안 교수는 “과연 이것이 적절한 공부방법인지는 의문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건대충주병원 소아정신과 문석우 교수는 “요즘 세상에 핸드폰과 음악을 포기할 정도면 이것은 어찌 보면 우울증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자기 학대의 일종이다”라고 표현했다. 즉 우울증 환자 중에 특히 죄책감이 많은데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자학을 하면 마음이 어느 정도 편해지는 효과를 누린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핸드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세대에 익숙해진 생활패턴을 갑자기 재수를 시작하면서 죄책감과 피해의식 때문에 이 같은 생활에 급작스런 변화를 주는 것은 자기학대일 가능성이 높다.

◇ 또래와의 교감으로 인간성 회복이 중요

그렇다면 이왕 들어온 기숙학원,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 덜 받고 다닐 수 있을까?

안동현 교수는 “무엇보다 대인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들어간 기숙학원에서 1년간 생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면 그 안에서 자신과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짬짬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가가 스트레스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석우 교수는 “학원자체내에서 학원생들의 고민과 어려운 점을 얘기하고 들어주는 시간 등 카운슬링 제도를 강화해야 하고 따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원측도 상담제를 활성화하고 전문 상담선생님을 별도로 둬야 한다는 것.

또한 문 교수는 “요즘 세상에 핸드폰을 강압적으로 못하게 하는 것은 거의 대인관계를 박탈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오히려 무조건 통제하는 것이 역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기숙학원이 엄격한 규율 안에서도 학생들이 마음에 담아놨던 것을 대화로 뿜어냄으로써 ‘환기’의 시간을 마련해 주고, 마음의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김범규 기자 bgk1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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