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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病도 처방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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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2-07
마음의 病도 처방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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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면 병원에 간다. 열 나고 콧물이 흐르면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먹는다. 그렇다면 ‘마음의 감기’인 우울증에 걸리면 왜 병원에 가지 않고, 약도 안사먹을까.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은 평생 동안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스로 ‘정신병자’ ‘정신이상자’라는 말이 주는 편견에 휩싸여 신경정신과를 외면하고 있다.
◆ 정신과에 가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과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그 중 극히 일부만이 정신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을 뿐이다. 또 실제 정신이상이 있는 경우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대부분 호전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문제다.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면 내과를 가듯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정신과를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신과 환자들의 경우 약물치료를 받다가 약을 중단해 다시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경우는 대부분 정신과 약을 오래 먹으면 안된다는 편견 때문이다. ‘중독이 된다’‘머리가 나빠진다’‘치매가 생긴다’는 말은 애교에 불과하다. ‘멀쩡한 사람도 정신과 약을 먹으면 정신이상이 된다’는 오해도 있다. 물론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물 중 일부는 습관성이 있으나 전문의의 처방과 적절한 상담을 통해서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현재 사용중인 항우울제, 항정신병약물은 대부분이 습관성이 아예 없는 약물들이며, 항불안제 중에도 습관성이 없는 약물들이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갖는 정신과 환자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은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연구에서 정신질환자가 정상인들에 비해 폭력과 관련한 사건을 일으키는 빈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막연한 불안감은 오히려 정신질환을 앓았던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또다시 정신질환이 재발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가천의과대 길병원 정신과 김석주 교수는 “내과는 심각한 암으로 찾는 사람보다는 복통, 감기 등 가벼운 증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만 경미한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으로 스스로 정신과에 오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치료할 수 있는 초기 상태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뒤, 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긴 후에야 주변에 이끌려 정신과를 찾게 된다”고 우려했다.
◆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정신질환 = 정신질환은 정신병과 신경증(노이로제)으로 나눈다. 정신병은 정신분열병과 조울증처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있고, 인격의 와해가 심한 상태. 반면 신경증은 강박증, 공황장애, 히스테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현실감이나 인격이 온전한 경우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일반인이 갖고 있는 편견과 낙인은 소위 엉뚱하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정신병 때문이다. 정신질환은 흔하게 생기는 병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분열병은 약 1%, 우울증은 7~12%, 불안장애는 10% 정도이며, 특히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물질중독인 경우 20%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뇌의 이상이 그 밑바탕에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정신병은 유전적이거나 개인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신경증은 환경적인 스트레스나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은 뇌에서 나오며, 뇌는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의 밑바탕에는 뇌의 이상, 즉 신경세포나 신경회로,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있다. 최근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의 발전으로 정신질환의 원인도 점차 빠른 속도로 밝혀지고 있으며, 효과적인 약물의 개발은 정신질환 치료에 큰 희망이 되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을 때, 약물을 복용하여 혈압이나 혈당을 조절하듯이 정신에 병이 들면 이상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을 복용해 정신이나 마음을 조절하면 된다. 또한 평소 과도한 스트레스를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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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대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운동, 명상, 긍정적인 삶의 태도 등은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라며 “그렇지만 스스로 조절하기가 힘들다면 조기에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이용 땐…
▲ 가벼운 증상으로 정신과 방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치료가 필요한지, 도움이 될지는 병원에서 말해 줄 것이다. 별 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 식사와 잠의 변화가 있다면 정신과 방문을 고려하라. 특히 식욕 저하나 불면, 졸음이 생긴 것은 정신건강의 적신호이니 꼭 정신과를 방문해야 한다.
▲ 내과에서 이상이 없는데 계속 아픈 경우에 정신과를 방문하라. 공황장애나 우울증,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 특별한 내과 질환이 없어도 각종 신체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몇 년간 고생하던 증상이 몇 달 만에 쉽게 치료되는 경우도 있다.
▲ 스트레스 이후 마음이 괴로워지는 것은 당연, 치료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불안하고 우울해 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만하다고 해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도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치료할 수 있으며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게 된다.
▲ 비관적 시각을 버리고 치료를 계속하라. 특징적인 불안과 우울감으로 치료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비관적인 우울증 환자의 80% 이상도 결국 치료효과를 느낀다.
▲ 조급해하며 치료를 조기 중단하지 말라.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4주 이상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증상이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고 너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약은 장기 부작용이 거의 없다. 오히려 최근에 개발된 우울증 약은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뇌손상을 복구한다고 한다.
이승재기자 lees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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