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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화(火) 부르는 방화범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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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2-12
화가 화(火) 부르는 방화범의 심리
( 헬스조선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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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범의 유력한 용의자 채모(70)씨는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토지 보상문제가 잘못돼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본인 소유의 경기도 일산 땅이 개발됐으나 보상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땅을 팔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노가 원인이 된 방화사건은 한두 해에 걸쳐 일어난 것이 아니다. 2006년에는 한 청년이 실연에 따른 분노 때문에 서울 잠실 고시원에 불을 질러 8명을 숨지게 했다. 그 해 세계문화유산인 경기도 화성의 서장대를 방화로 소실시킨 20대 청년, 2003년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의 주범은 모두 화가 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방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일까.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파괴하는 방법에 그치지 않고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 해방감과 함께 강한 쾌감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화병클리닉)는 “방화는 열등감과 좌절감이 쌓인 이들이 불을 통해 자기 힘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외감이 심해질 경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강박적 방법으로 방화를 선택하기도 한다. 불은 따뜻한 이미지로 긴장을 완화해주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성장과정에 주목하기도 한다. 조도형 신경정신과 의원의 조 원장은 “야뇨증을 겪었거나 가출한 사람에게서 방화범이 많다는 통계도 있다”며 “방화범의 인생사를 알아야 보다 근본적인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특별한 동기 없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병적 방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병적 방화(Pyromania)는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특별한 동기 없이 반복적으로 불을 지르고, 불타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증상이다. 뚜렷한 동기 없이 2회 이상의 방화행위를 하고, 장난으로 화재경보를 울리거나 소방기구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화로 인한 재산과 생명의 상실에는 무관심하고 파괴된 상태를 보고 만족해한다면 병적 방화에 속한다. 단,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감과 복수심,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저지른 방화는 병적 방화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한창수 교수는 “중증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에 이어 자살충동을 겪은 사람에게서도 병적 방화는 가끔 일어난다”며 병적 방화의 이차적인 원인으로 환각, 정신분열증, 술, 약물중독 등의 경우를 제시했다.
화를 잘 내는 불같은 성미를 지닌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평소 꾸준히 이완요법을 할 것을 제안한다.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김씨처럼 극단적인 방법으로 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는 평소 복식, 단전호흡이나 요가 등을 권한다”며 “그래도 감정 조절이 힘들다면 약물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홍세정 헬스조선 기자 hsj@chosun.com
‘방화 충동’ 어릴 때부터 다스려야
우리나라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방화로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됐다. 경찰에 잡힌 방화 용의자는 2년 전 창경궁에도 불을 놓으려 한 적이 있다고 하니, 방화가 일회성 사건만은 아닌 것 같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 가운데에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관련 전문의들은 방화를 ‘충동조절장애’의 하나로 여기기도 한다. 이 장애는 본능적 욕구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자신이나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병적일 정도로 심각한 도박, 도둑질, 쇼핑 등도 이에 해당한다. 방화광은 타오르는 불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방화의 이유를 여러 정신적 상처에서 찾곤 한다. 먼저 소외되거나 학대 받은 사람들이 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끌어내려 방화를 한다는 분석이 있다. 실제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방화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진 조사결과도 있다. 또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신경기능에 장애가 있어 위험에 대한 판단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이 일부러 불을 놓는 사례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임신 중에 습관적인 과음을 한 임신부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태아알코올증후군’이 나타날 위험이 있는데, 이 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면 일반인보다 방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함께 반사회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공격적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 방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 지속적으로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도 방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불을 조심히 다루지 않는 어른들을 보면서 자란 어린이, 정신질환을 앓거나 약물중독·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둔 어린이, 성적 혹은 신체적 학대를 받은 어린이들도 방화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분류된다. 성별로는 여성보다 남성 방화범이 압도적으로 많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엽기적인 살인행각을 저지른 살인범 가운데 청소년 시기에 방화를 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화와 범죄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 사회에서 방화를 막으려면 여러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주요 건물에 경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손가정을 줄이고 어려울 때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 때에 제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불에 대한 환상을 갖기 때문에 화재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린이와 청소년 방화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방화 경력이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한국환경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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