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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과 정신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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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8-29
냉동인간과 정신장애인
이경민
서울시광역정신보건센터 자문의/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
저는 최근에 정신보건 지도자의 인권교육 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정신보건 지도자분들이 정신장애인의 인권 함양에 관심을 보여 주셔서 매우 성황리에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2일간의 뜨거운 강의와 토론을 뒤로 하고 다시 진료의 현장에 서고 보니 이상과는 많이 다른 현실에 다소 위축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월요일, 계속입원 심사를 통해 퇴원 조치가 떨어진 환자의 시누이가 저를 찾아와 2일 있다가 다시 환자를 입원시키고 싶다고 합니다. 환자의 남편은 사고로 이미 예전에 사망을 하였고 환자와 시누이는 호적상으로도 아무 관계가 없어 도저히 환자를 데리고 살 형편이 안된다며 오늘은 우선 퇴원을 하지만 2일 후 다시 입원을 받아달라고 말하는 환자의 시누이에게 환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강변해 보지만 별로 설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재원 일수는 1368일로 미국의 63일에 비해 26배가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원의 적절성을 평가한 자료에서도 54.9%가 부적절(정신요양원의 경우 60%)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9). 퇴원 후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이 부족한 한국적 상황이 이런 부적절한 입원을 지속시키는 큰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가족조차 없거나 혹은 있다 하더라도 가족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정신장애인을 퇴원시킬 경우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거나 혹은 거리로 내모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어 계속입원심사를 통한 퇴원율이 2.7%(2005년 현재)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정신보건시설의 수가 매년 증가추세에 있고, 2003년 이후에는 사회복귀시설의 증가가 두드러지다고 합니다. 2003년 97개이던 사회복귀 시설은 2007년 현재 170개로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사회복귀시설의 종류도 법이 개정되면서 생활시설, 지역사회재활시설, 직업재활시설, 대통령상의 시설(추가 예정)로 다양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정신장애인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길이 넓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사회복귀 시설이 더 다양해지고, 더 확충되는 동안 한 해 한 해를 병동에서 보내게 되는 환자들에게는 냉동인간이 100년 후 해동되어 완전히 달라진 신세계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소설 같은 상황이 꼭 허구의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탈원화
정신보건 영역에서 아주 기초적인 단어이지만 여전히 정신장애인의 기본적 인권을 위해 우리가 힘써 노력해야 하는 이 개념이 하루 빨리 일상적이 되어버리면 좋겠습니다. 며칠 후면 외박 같은 퇴원을 마치고 돌아올 그 환자에게도 (어떠한 형태의 집이 되었건) 집으로 돌아갈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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