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 1180px 이상
너비 768px - 1179px
너비 767px 이하

고객참여

[인터넷중독시리즈-1] 인터넷중독에 빠진 아이들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
  • 등록일 :2008-09-12
조선일보

[인터넷중독시리즈-1] 인터넷중독에 빠진 아이들

기사입력 2008-09-11 14:39 |최종수정2008-09-11 18:37 기사원문보기
김영석(가명·17·고1) 군이 처음 게임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어머니는 당시 유행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영석이를 말리지 않았다. 기껏해야 서너 시간이었고 어머니 말도 잘 들었기 때문.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과 함께 PC방으로 몰려가 어머니가 데리러 올 때까지 게임을 했다. 한 달 이상 이런 생활이 이어지자 어머니는 아예 영석이를 외출금지 시켰다. 그러나 집에서도 영석이의 버릇은 고쳐지지 못했다. 영석이는 잠도 거의 자지 않은 채 집에서 10시간 이상씩 게임을 했다. 식사도 대충하기 일쑤였다. 부모님의 잔소리엔 욕과 완력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2학년 1학기를 마쳤을 때 부모님은 영석이를 설득해 동남아로 유학을 보냈다. 한국에 더 두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한인 거주 지역 인근 국제학교에 들어간 영석이는 기숙사에서 묵으면서도 PC방을 다니고 문제 행동을 일으켜 결국 학교도 옮기고 홈스테이를 하게 됐다. 그러나 전학한 학교에서도 수업 중 PC방을 갔다가 들켜 결국 1년 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영석이는 부모님과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로 했다. 그러나 유학을 준비하는 수개월간 영석이는 다시 또 다른 게임에 빠져들었다. 이번엔 슈팅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였다. 떠나는 날까지 게임에 손을 놓지 못한 영석이가 미국에서 새로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 2005년 3월 초. 첫 2개월은 좋았다. 컴퓨터 속도가 느려 어차피 게임은 못 했고 성적도 좋아 영석이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6월이 됐을 무렵 영석이는 학교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머리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가지 않는 등 말썽을 피웠고 결국 7월초 강제귀국 당했다.

두 번의 유학실패를 겪은 영석이는 피난처인 양 더욱 인터넷 게임에 매달렸다. 한 학년 아래인 중3으로 편입했으나 교우 관계는 이미 뒷전이었다. 한 번은 부모가 컴퓨터를 치우자 영석이는 욕 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여 보름 만에 학교를 가는 조건으로 컴퓨터를 다시 하게 허용했다. 이후 영석이는 학교를 다녀 오면 2시간 자고 일어나서 게임하고 겨우 일어나 학교 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결국 견디지 못한 부모는 영석이를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어머니는 “게임에 빠진 뒤 아들이 너무 변했다”며 “솔직히 말하면 아들이 무서웠다”고 했다.

◆청소년 7명 중 한 명이 인터넷중독

영석이뿐 아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청소년(만9세~19세)의 14.4%가 인터넷 중독을 의미하는 고위험 또는 잠재적 위험사용자군(群)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7명 중 한 명이 인터넷중독자인 셈. 청소년 인터넷 이용인구가 724만5000명임을 감안하면 100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인터넷 중독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특히 영석이 처럼 청소년 인터넷중독의 경우 대부분 게임중독자일 경우가 많다. 2006년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학생(초등학생~대학생) 중 83.9%가 게임중독자라고 밝혀 상당수 청소년이 게임중독자로 추정된다.

그로 인한 피해는 가끔 소름끼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01년 3월 인터넷중독의 심각성을  널리 알린 광주 중학생 사건(인터넷 게임에 심취한 한 중학생이 초등학생인 남동생을 살해한 사건) 이후로 2005년 6월 자동차 경주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던 초등학생 2명이 승용차를 훔쳐 운전하다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은 사건, 2006년 5월 평소 일본 야쿠자 등이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던 학생이 자신을 꾸짖는 친할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토막내 버리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 등 인터넷 중독을 둘러싼 사건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상담건수도 꾸준히 늘어왔다. 센터가 처음 설립된 2002년엔 2599건에 불과했지만 2004년 1만8299건, 2005년 3만2833건, 2006년 5만1777건, 2007년 7만2559건으로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올 7월까지 집계된 상담건수 역시 3만6239건으로 작년의 절반을 넘는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엄나래 전임연구원은 “상담원 1명당 면접 상담은 하루 평균 2건, 전화상담은 15~20건 정도 된다”며 “전화상담을 전담하는 날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인터넷중독, 마약중독과 다를 바 없어

인터넷중독은 마약중독, 알콜 중독과 비슷한 특징들을 가진다. 인터넷중독의 세 가지 핵심요소는 금단증상, 내성, 일상생활 장애다. 금단증상이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해지는 증상을, 내성이란 이전과 똑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서 인터넷에 몰두하는 시간이 더 증가하는 특성을 뜻한다.

지난 6월초 이현수(가명·19·고3)군은 일주일간 집에 들어가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간혹 학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PC방을 간 적은 있었으나 별다른 가출 전력도, 말썽을 피운 적도 없던 현수였다. 더욱이 PC방에서 일주일을 보내게 된 별다른 동기도 없다. 토요일 학교 수업이 없는 ‘놀토’에 게임을 하고 싶어 혼자 PC방에 갔고, 그것이 이어져 일주일 동안 PC방에서 있었던 것.

현수는 “원래 그날 학원을 가기로 돼 있었는데 ‘조금만 해야지’하는 생각에 학원을 빠졌고 게임방 소파에서 잤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월요일 오전 8시가 지나있었다”며 “어차피 학교 갈 시간도 지났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게임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당연히 PC방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현수는 그럼에도 게임을 놓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하고 나면 먹어도 먹은 상태가 아니고 계속 속에서 꾸르륵 하면서 속이 좋지 않은데 그냥 물 같은 거 마시면서 계속 하게 된다”며 “가끔 화장실에서 내 모습을 보면 분명 엉망이라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냥 재미있으니까 머무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일상생활에 대한 걱정도 줄어든다. 그는 “처음에 하루이틀은 학교 걱정이 드는데 3일이 지나면 학교는 전혀 생각나지 않고 부모님 걱정만 조금 든다”고 했다. 그는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짓”인데 “그땐 그것이 무척 자연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랬던 그가 PC방에서 나올 수 있는 것 역시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부탁을 받은 친구분이 근처를 샅샅이 헤매다 그를 발견한 것. 그는 “분명 내가 자발적으로 컴퓨터를 하고 있었고 그걸 깬 것이 어머니 친구분인데 어머니 친구분이 내 팔을 잡고 게임방 밖으로 끌고 나올 때 구원 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현수를 상담한 상담원은 “현수의 경우, 인터넷중독 테스트에서 금단증상과 내성, 일상생활 장애 모두 고위험을 기록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똑같은 만족도를 느끼기 위해 오랜 시간 게임을 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수처럼 인터넷중독은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초기 단계는 수업시간에 가끔 졸기도 하고 멍하니 있는 등 인터넷에 점점 몰입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이때는 스스로 인터넷 과다사용의 문제를 어느 정도 인지한다.

중기 단계는 조금씩 성적이 하락하고, 지각과 조퇴, 결석을 자주하게 되는 등 서서히 일상생활 부적응이 발생한다. 후기 단계에서는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행동통제의 어려움을 느끼는 등 금단, 내성 및 일상생활의 장애 등 증상이 심각해진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 고영삼 박사는 “후기에 이르렀을 경우 30회기 이상의 장기 상담을 필요로 하며 때로는 약물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청소년용) PDF 보기

☞ 다른 중독 자가진단 척도들 
 
게임중독의 증상 및 대책을 애니메이션으로 꾸민 동영상.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제공

[김우성 기자 raharu@chosun.com]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