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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우울증 ‘가면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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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09-19
국민일보

[인터뷰] 보이지 않는 우울증 ‘가면우울’

기사입력 2008-09-11 11:01 기사원문보기
대한정신과개원의협의회 이희상 학술이사

[쿠키 건강] 가을에 접어들 때면 우울증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바로 계절성 우울증 때문이다.

미국정신의학회(APA)에 따르면 일반인의 10∼20%가 가벼운 계절성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남성보다는 감성적으로 더 민감한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일조량이 많아지는 계절이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되돌아 오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의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자살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정신과전문의들은 말한다. 특히 최근 충격을 준 탤런트 안재환 씨의 자살에도 우울증의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든 자살은 우울증과 연관"

그렇다면 우울증과 자살에는 얼마만큼의 상관관계가 있을까. 이희상 대한정신과개원의협의회 학술이사는 모든 자살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 이사는 "과거에는 우울증을 심각한 정도에 따라 경도, 중등도, 중증으로 나누고 중증의 경우 자살사고가 있는 우울증과 자살사고가 없는 우울증으로 구분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이같은 구분방법에 이의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꼭 우울증의 정도와 자살 가능성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우울증에도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우울증=자살'이라고 볼 수 없지만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을 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고 자살을 하는 사람의 경우 모두 우울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우울증의 정도와 자살 가능성이 비례하지는 않지만 우울증이 자살까지 연결될 가능성은 높다는 얘기다.

◇사고·감정·신체에서 나타나는 우울증 감지증상

우울증의 원인에 관련한 여러가지 이론들이 나와 있지만 가장 신빙성이 있는 이론은 신경전달물질 이상에 따른 것이다.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노아드레날린), 도파민 등 시냅스에서의 신경전달물질 분비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여러가지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크게 생각(사고)의 변화, 기분의 변화, 신체증상 등 세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우선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를 하거나 안좋은 기억만 떠올리고 현재의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미래를 절망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의 주된 증상은 기분의 변화인데, 평소에 기분이 가라앉거나 일상 생활에 즐거움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불안감을 동반한다. 또 신체적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 반복되기도 하고 소화불량, 근육통, 두통, 안구통, 이명, 식욕감퇴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 이사는 "사고에 대한 걱정 등 평소 하지 않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해서 불안증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울과 불안은 항상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며 "결국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집중력, 기억력 등이 저하돼 학생은 성적이 떨어지거나 직장인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숨어있는 우울증 '가면우울'

우울증은 정신분열병과는 달리 본인이 자각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다. 그래서 보호자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오기 보다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고 이 이사는 말한다.

이 이사는 "조증이나 정신분열증은 가족손에 이끌려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울증은 주로 본인이 스스로 병원을 찾아온다"며 "그만큼 본인이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울증 중 본인과 주위사람들이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바로 '가면우울(masked depression)'이다.

이 이사는 "게임에 중독된 학생의 경우 단순히 중독성 질환으로 볼 수 있지만 중독은 우울증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며 "요즘에는 많이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이런 것을 '가면우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내면에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가면우울은 음주, 도박, 게임 등 중독증상과 가출, 비행 등 행동장애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에 있어 자가치료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 요인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운동, 취미생활, 신앙생활 등을 활발히 하는 것이 권장되는데, 특히 취미생활의 경우 중독될 가능성이 없는 부분으로 제한해야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신질환, 경제 어려울수록 악순환"

이 이사는 정신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과 병원 문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눈이 아프면 안과에 가고 귀가 아프면 이비인후과에 가듯, 선진국의 경우 정신과 질환을 뇌의 이상으로 받아들이고 신체 일부의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다"며 "후진국일수록 정신과 질환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아직 정신과 치료가 일반화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가 어려워지고 세상이 각박해지면 사람들의 참을성이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실제 경제가 어려울 때는 우울증 환자가 많아지는데, 이 때는 사람들이 죽을병이 아니면 병원에 오지 않기 때문에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악순환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마지막으로 적절한 시기에 정신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울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역할에 있어서 기능을 상실해 버리는 기능장애가 수반된다는 것"이라며 "단거리 선수가 다리가 다쳤어도 나보다 잘 뛰지만 상실된(변화된) 정도가 더 중요이기 때문에 정신과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삶의 질 측면에서도 제 때 치료를 받는 것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류장훈 기자 rj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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