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비 1180px 이상
너비 768px - 1179px
너비 767px 이하

고객참여

‘난독증(읽기 장애)’은 질병이 아니다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
  • 등록일 :2008-10-13
국민일보

‘난독증(읽기 장애)’은 질병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10-12 17:52 기사원문보기


중학교 2학년인 장인성(가명)군은 어릴 때부터 오른쪽 왼쪽을 구분하지 못해 신발을 자주 바꿔 신고, 공을 잡지 못해 공놀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글자를 거꾸로 쓰고 책을 읽을 때 심하게 더듬거려 친구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영어를 배우면서 'dog(개)'를 'god(신)'로 읽거나 'b'와 'd', 'a'와 'e'를 구별하지 못하고 남보다 공부를 많이 하는데도 학업 능률은 떨어졌다. 부모는 시력이나 집중력에 문제가 있나 싶어 안과, 신경과를 전전했지만 별 문제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지난해 11월 찾은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받은 진단명은 뜻밖에도 '난독증(難讀症)'. 어머니 이모씨는 "아이가 공부를 해도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짜증이 심해지고 저러다 정서적 문제까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지난 1년간 맞춤형 학습 훈련을 받은 뒤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으며 언어 표현도 한결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습능력 저하나 학업 부진 같은 학습장애를 겪는 아이들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난독증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HB두뇌학습클리닉은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학습장애가 있는 초·중·고생 426명을 대상으로 학습 관련 두뇌 기능을 평가한 결과, 전체의 38.3%가 난독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난독증은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진단되는 학습장애 가운데 주로 '읽기장애'를 지칭하는 용어로, 신체 기능이나 지능은 지극히 정상인데도 선천적으로 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가리킨다. 원인은 주로 언어 처리를 담당하는 왼쪽 뇌 기능이 오른쪽 뇌 기능보다 떨어지는 상대적 발달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글자를 인식하거나 음소들을 해석하는 데 결함을 보이는 게 특징. 난독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뿐이다. 예를 들면 '핑계→빙게' '모욕→목욕' '혓바닥→허파득' '곱습니다→고븝니다' '너구리→구리너' '스파게티→파스게티'로 읽는다. 또 탁자와 의자 같은 사물의 이름을 혼동하거나 아예 잊어버린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거나 단추 달린 옷을 입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잘 넘어지곤 한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말도 더듬는다. 언어의 인식과 표현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학습 능력이 또래에 비해 뒤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3.8%가 이런 난독증을 갖고 있으며, 남아가 여아보다 3∼4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성도 교수는 "학령기 난독증의 절반 이상은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만큼,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후 글을 처음 배우게 될 때, 다른 아이에 비해 습득이 늦거나 이해가 늦는 경우 난독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독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뇌 기능의 상대적 발달 차이 때문에 언어 정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인 만큼, 제때 적절한 치료와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 좌·우 뇌 기능의 차이는 정보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 우등과 열등을 가리는 유형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양쪽 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교정 훈련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HB두뇌학습클리닉 박형배(정신과 전문의) 박사는 특히 "좌뇌보다 우뇌가 발달한 사람들은 언어적 취약성은 있지만 사물을 더 창조적이고 입체적으로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윈스턴 처칠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아인슈타인, 톰 크루즈(영화배우) 등이 어린 시절 난독증을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