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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어려운 권력의 단맛…우울증 치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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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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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기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퇴임 이후 상실의 빈자리는 결국 본인 스스로 채워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궁기 교수는 "권위적이었던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퇴임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는 미국 및 유럽 대통령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인 '해비타트 운동'과 같은 각종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한 것을 비롯해 세계 분쟁지역을 돌며 중재활동에 전념해 대통령 재임시절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유명배우나 기업대표들도 마찬가지다. 당대 인기 배우였던 오드리 헵번은 은퇴 후 아프리카 등지에서 난민구호 활동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쳤다. 임기직 정치인이나 기업대표들은 재임시절 덕(德)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민성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최정점에 오르면 오만해지고 독선에 빠지기 쉬워 사람이 변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인심'을 잃게 된다. 그런 사람일수록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허탈감과 공허감이 크다"며 "고 지적했다. 권력상실 우울증은 퇴임 당사자 못지않게 가족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욱희 커리어파트너 대표는 "가족과의 관계가 은퇴 후 삶의 질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잘나가던 사람이라도 일단 지위에서 물러나면 가족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인생을 도모하는 것도 대개는 가족의 범주 내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그런데 직장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서는 가족을 등한시하고 살아온 경우가 적지 않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강조되는 최고의 미덕은 과거의 자신을 빨리 잊는 것이다. 자신이 누리던 권력과 존경에 대한 향수에 젖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추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관동대병원 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자아가 조화롭게 통합된 사람은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행복을 찾는 반면 통합 정도가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외적 조건에 연연하고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은퇴 후 각종 명예직에 욕심을 보이는 것도 과거를 부여잡으려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그보다는 차라리 전혀 새로운 몰입 대상을 찾는 편이 몸과 정신에 이롭다. 장욱희 대표는 "사회봉사활동, 종교활동 등은 인생 후반부를 보람 있고 의미있게 만드는 목표가 될 수 있다"며 "또 손자 돌보기, 아내와의 여행 등 작고 사소한 일에서 행복과 보람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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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 최정점에 있는 사람은 재임시절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퇴임 이후 권력상실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
민성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대개 힘 있는 자리에서 일하다 물러나게 되면 심리적으로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찾아온 공허함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한다.
신현대 전 대통령 주치의는 "대중적 인기를 비롯해 기업체나 국가의 절대권력과 같이 상실 대상이 크면 클수록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신과 의사들은 분석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어떤 사람이 치열한 선거나 경쟁을 통해 최고위직에 오르게 되면 조직 내 모든 사람이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것을 보면서 부담감도 느끼지만 쾌감도 느낀다"며 "그는 이 같은 '꿀맛'을 맛보면서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권력의 달콤함'이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산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은퇴하거나 해고돼 단맛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한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 평상심을 되찾지만 내공이 쌓이지 않은 사람은 권력상실 우울증을 앓게 된다. 담배를 끊고 난 후 나타나는 금단 현상과 비슷한 것이다.
전문의에 따르면 사람에게 삶의 변화는 타의에 의해 직장을 그만둘 때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을 그만둘 때가 있다. 전자에는 월급쟁이 직장인이나 임기직 대통령과 정치인이, 후자에는 자영업자나 오너 경영인이 해당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크고 중요할수록, 은퇴의 순간이 급작스럽게 다가올수록 지위상실에 따른 심리적 타격도 크다.
신현대 전 대통령 주치의는 "타의에 의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퇴임 후 찾아오는 허탈감과 우울증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기업 오너와 같이 자신이 원할 때 그만둘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도 나름대로 새로운 삶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민성길 교수는 "대통령이나 정치인, 공공기관장처럼 임기직은 '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퇴임 후 찾아온 우울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회복되지만 외부 충격에 의해 해고되거나 그만둔 사람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에게 퇴임 이후 허탈감과 우울증이 심한가. 전홍진 교수는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야 하는 사회풍토와 권위주의 문화를 꼽는다.
우리는 초등학생 때부터 지나친 경쟁 분위기와 과외, 학업에 시달리고, 젊어서는 대학 입학과 취업문제, 가장이 돼서는 경제적 문제로 좌절과 분노를 많이 경험하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산다.
이런 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상에 오르게 되면 권위주의에 빠지기 쉽고 재직하는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최정상에 있던 사람이 퇴임하게 되면 허탈감과 함께 우울증까지 겹쳐 심하면 자살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권력 중심에서 물러나게 되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고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며 "때로는 자신을 나무라며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잊고 있던 화려한 과거를 회상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앞날에 희망이 없다는 것 자체가 바로 우울증 증상이며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삶의 의미를 빼앗아가고 환자 생각을 왜곡시키기 때문인데 환자들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후임자가 전임자에 대한 업적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잘못된 관행도 퇴임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한몫한다. 이는 주로 두려움으로 나타난다.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전임자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보는 정신과 전문의가 많다.
민성길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도 퇴임사로 재임기간 업적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자위하지만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느낀다"고 지적한다.
그는 "후임자에게 권한을 넘겨주고 시간이 지나면 고독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 권력이고 민주주의의 한 과정으로 봐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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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신과 회사가 하나가 돼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휴일에도 출근을 하고 직장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이들이 갑자기 퇴직하게 되면 회사와의 일체감이 무너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자신이 더 이상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과 함께 우울증과 자살 생각에까지 이를 수 있다.
심리학자 라이카르드는 은퇴 후 적응 양식을 면밀히 조사해 은퇴자의 다섯 가지 유형을 보고한 바 있다.
첫째는 성숙형이다. 이들은 은퇴 후 늙어가는 자신의 삶을 큰 어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생이 값진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둘째는 은둔형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 조용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셋째는 무장형이다. 이들은 늙어감과 소외에 대한 불안감이 심하고, 은퇴 후 수동적인 면이나 무력함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무엇인가를 함으로써 자신의 능력 감소를 막으려 노력한다.
넷째는 분노형이다. 이들은 자신의 인생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했다고 비통해 한다. 또한 실패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려 남을 질책하고 은퇴 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자학형이 있다. 이들도 은퇴 후 자신의 삶을 실패로 보고 비통해 한다. 그러나 분노형과 달리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꾸짖는다.
이 중에서 성숙형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면 은둔형과 무장형은 비교적 잘 적응한 경우고, 분노형과 자학형은 적응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적응 양식은 일생을 통한 성격 형성 과정의 결과로 나타나며 성숙된 성격을 형성한 사람이 은퇴 후에도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은퇴한 사람이라면, 또는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과연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와 어떤 유형이 될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스트레스를 예방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일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재충전 기회를 갖도록 한다. 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 평소 하고 싶었던, 그러나 하지 못했던 일에 관심을 갖고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전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 운동으로 생활 리듬을 잃지 않도록 한다. 가족과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가족 구성원의 심정을 헤아려 본다. 항상 완벽하게 하거나 꼭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여유를 가진다.
은퇴는 실패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 과업을 일단락하고 정리하며 남은 생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생활에 만족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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