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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우울한 진실´을 꺼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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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10-15

 

내안의 '우울한 진실'을 꺼내세요
반토막 난 펀드·잇단 자살 소식… '우울 바이러스' 막으려면
"나만 괴롭다" 생각 버리고 인생의 목표 재조정 필요
'우울함' 입으로 내뱉어야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택시기사 김모(55)씨는 요즘 "세상사 낙도 없고 죽고 싶다"는 손님들 때문에 고민이다. "괜히 맞장구 쳤다가 진짜 죽는 것 아닌가 싶다니까요." 싱글 여성 지모(37)씨는 밑천이었던 펀드가 반 토막 나 우울한데다 배우 최진실씨의 자살 소식까지 겹쳐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내와 부인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 아빠' 임모(52)씨는 "환율 걱정을 하다 불쑥 죽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우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IMF 때를 방불케 하는 경제 위기 상황과 잇단 연예인 자살 등 사회적 요인이 '우울증의 계절' 가을과 겹치면서 그 증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창한 행복찾기 신경정신과 원장은 "몇 주 사이 우울증 환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며 "우울증을 극복한 환자가 다시 찾아오기도 하고 신규 환자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박진생 원장도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우울증 환자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렉사프로'의 경우 경기 불안과 자살 소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100정들이 제품 판매량이 1만4531개로 지난 8월(9451개)에 비해 약 53.8% 증가했다.

◆우울증도 전염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집단적 우울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건국대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중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우울증 메커니즘이 전 세대에 확산됐다"고 우려했다. 우울증은 대개 중년들이 성취하고자 했던 기대치와 현실의 간극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때 많이 생기지만, 최근 재테크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젊은 층에서도 경제 불황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함께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치나 규범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아노미(무규범) 상태에 빠졌다"며 "개인주의가 발달하면서 우울증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회가 흔들리는 개인을 전혀 통합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주가의 심리적 마지노선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토대를 떠받치고 있는 '정신적 지지선'도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감정의 전염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창한 원장은 "옆 사람이 하품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하게 되듯 우울함도 전염된다. 이로 인해 우울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몸을 움직여라, 냉정해져라

전문가들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나만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 동안 너무 높았던 인생의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 '심리적 충격의 낙폭'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명지대 문화심리학 김정운 교수의 처방은 '몸을 움직이라'는 것. 그는 "몸을 움직이면 환경에 대한 지각이 변하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창한 원장은 "우울함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 '환기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우울증을 빨리 자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욕,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생리 욕구에 문제가 있다면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고(故) 최진실씨의 우울증 치료를 담당했던 박진생 원장은 "최씨의 경우 처음에는 치료에 잘 임했지만, 나중엔 스케줄 때문에 약물만 처방했다"며 "우울증 환자의 경우 꾸준한 치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외톨이 문화 극복해야

일부에서는 사회 전반의 우울 상태를 해소하는 제도적인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호기 교수는 "구조적으로 우울증에 걸려도 병원을 찾을 경제력이 없는 사회적인 약자들이 더 고통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에 전문심리상담사를 두는 등의 방법으로 정부가 국민의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지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려서부터 타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교육을 통해 정신적인 '외톨이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입력 : 2008.10.15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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