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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 남을라” 몰래 치료받는 우울증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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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8-10-17
문화일보

“진료기록 남을라” 몰래 치료받는 우울증 환자들

기사입력 2008-10-17 14:30 기사원문보기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짜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려온 학원강사 A(여·34)씨는 최근 서울 광진구의 한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신경정신과 병원에 갈 경우 국민건강보험상에 진료 기록이 남을까 두려워서다. A씨는 “일반 병원에서 건보 급여가 적용되는 진료를 받으면 한 번 갈 때마다 1만~3만원 정도 돈이 들지만 심리상담소에선 경제적 부담이 2~3배로 커진다”며 “그래도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숨거나 치료 포기하는 우울증 환자들 = 우울증이 최근 잇단 연예인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됐지만, A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누가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여전히 우울증 환자들을 떨게 만들고 있다. 우울증은 살다 보면 누**도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임에도 불구, 사회적으로는 ‘우울증 환자 = 정신이상자’라는 편견이 뿌리 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건보 급여 대상인 병원 진찰을 외면하고 훨씬 비싼 비급여 진료를 받거나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건보상 진료 기록이 남지 않는 심리상담소나 한의원의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구 신사동 B한의원은 우울증 치료로 인기다. 이 한의원 관계자는 “첫 진료비가 10만원이고 상담과 한약치료, 침시술 4회 등으로 구성되는 한 달 프로그램이 70만원”이라며 “치료까지 보통 3~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400만원을 넘을 수도 있지만,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광진구 중곡동의 C심리상담소는 한 번 상담(30분 기준)에 5만원을, 강남구 삼성동의 D심리상담소는 6만원을 받고 있지만 환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일반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비급여 진료를 고집한다. 중구 신당동 F신경정신과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가 급여 진료에 비해 4배가량 비싼데도, 비급여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역학조사 결과, 전체 인구의 2.5%가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이 중 어떤 식으로든 진료를 받는 사람은 1.1%에 불과하고 나머지 1.4%는 진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차별 없애야” =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우울증 진료를 받을 경우 진료 기록은 남지만, 절대로 외부로 유출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우울증 치료 전력이 실제 생활에서 차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10년 전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직장인 G씨는 “최근 보험 가입 신청을 하던 중 과거 질병 유무를 적는 칸에 우울증 치료 전력을 기록했다가 ‘보험 가입에 제약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한 취업 준비생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네티즌도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친구가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임용에 영향을 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수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우울증 등 신경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이 보험 가입이나 취업 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여전히 적지 않다”며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만큼,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차별도 금지하는 쪽으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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