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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 꽂는 편견…정신질환자 음지로 내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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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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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쫓겨날까 진료사실 쉬쉬…심적고통에 우울증 심화
매달 문의 800여건…상담료ㆍ약값 비싸 저소득층 고통
지난 20일 논현동 고시원에서 일어난 엽기적 살인행각은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사람이 그럴 수가…’라며 국민은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경찰은 이어 살인마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정황을 속속 발표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치료받은 적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정신병력을 가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어떨까, 진정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되묻고 싶다. 그들을 이 사회가 끌어안지 않으면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은 언제 어디서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았다는 A(28ㆍ회사원) 씨. 근무 중 몰래 병원에 가기 위해 회사에 거짓말을 한 것도 여러 차례. A씨는 “진료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주변의 눈치가 있어 병원에 간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도 자주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가 진료사실을 알까봐 두렵다”고까지 했다. “(알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지도 모르는데…”라며 A씨는 고개를 돌렸다.
▶‘드러낼 수도 없고 말할 데도 없고’=정신질환자들의 고통은 ‘질환’ 그 자체가 아니다. 사회가 그들을 고립시키는 게 문제다. 자신이 질환을 밝혔을 때 예상되는 자신을 향하는 의심의 눈초리는 그들을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지게 한다. 그늘로 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A씨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을 당당히 밝힐 수 없는 사회 분위기는 정신질환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적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를 막으려면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부터 사회적 관리 시스템의 정비가 모두 필요하다”며 “정신질환자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이들을 격리하고 치료하는 데까지 전 과정을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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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때로 걷잡을 수 없이 세상이 싫어진다”고 고통스런 목소리로 호소했다. 직업도 없는 그의 수입은 월 40만원의 국가 보조금이 전부. 상담치료 한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박씨에게 1회 10만원이 넘는 상담치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육체의 고통과 달리 정신질환자는 아픔을 밝히는 것조차 ‘각오’가 필요한 사회 분위기, 게다가 돈 없으면 제대로 치료조차 받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박씨는 조용히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중얼거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헤어나기 힘든 경제난에 이중, 삼중고를 겪는 저소득층이 치료에 소외돼 있는 현실은 ‘제2의 정씨’, ‘제2의 고시원 참사’의 가능성을 높게 만들고 있다.
고시원 살인사건의 범인 정씨 역시 중학교 때 자살을 시도했을 만큼 치료가 절실했지만 오랜 기간 경제난에 허덕인 그는 단 한 번도 정신과 치료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심한 두통을 앓고 있다”며 “범행을 저지른 때도 두통이 생겼던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정씨 역시 특별한 직업도 없이 월 17만원짜리 고시원에 혼자 살았다.
▶그저 약에 의존할 수밖에=치료를 결심한다 해도 저소득층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싼 치료비에 다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가의 상담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구입이 가능한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준희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위기관리팀장은 “정신질환에 효과가 뛰어난 신약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저렴한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문제는 저렴한 약의 경우 부작용이 적지 않을 뿐더러 효과도 미미하다는 점. 기초수급대상자 김모(41) 씨는 “좋은 약이 시중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너무 비싸 복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정신질환자 대부분이 고가의 치료약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
상담치료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전 팀장은 “무료 상담전화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치료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매달 문의만 700~800건에 이르지만 정작 상담치료를 받는 이는 극히 드물다”고 털어놨다.
김상수ㆍ황혜진 기자(dlcw@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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