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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명 결정권’ 인정…윤리·종교적 논란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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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11-30
[한겨레] ‘존엄사 국내 첫 인정’ 의미와 전망
불필요한 연명치료 포기땐 의료진도 수용해야
안락사와 경 계모호…제도 마련 난항 예상
28일 서울서부지법의 존엄사 허용 판결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더는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의사 표시를 하거나 평소 이런 뜻을 보여 왔다면, 이런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불필요한 연명 치료의 ‘기준’을 두고 견해가 갈리는 등, 제도 마련 과정에서 생명윤리, 종교, 사법, 의학 분야 등에서 많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연명 치료의 중단을 허용할지를 두고 본격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이 병원 의사 2명은 환자 가족의 요구에 따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퇴원시킨 뒤 환자 집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환자가 숨졌다. 7년 공방 끝에 2004년 대법원은 의사들에게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결 뒤 현대 의학 기술 수준에서 어찌할 수 없는 환자도 퇴원이 불가능해졌다.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하는 환자의 보호자들은, 환자가 깨어나리라는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간호 및 치료비 부담에 힘들어해야 했다.
그사이 존엄사와 관련한 여론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치료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고,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10월 국립암센터 조사에서 응답자의 87.5%가 연명 치료가 의미가 없을 때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2004년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이번 판결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인공호흡기를 떼는 등 연명 치료를 중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세브란스병원 쪽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므로, 의료인과 법률인들이 논의한 뒤 항소 여부 등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사실상 안락사’를 인정했다는 견해와, 치료할 의미가 없어 이를 중단하는 ‘존엄사’를 인정한 판결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기준을 두고도 의료진 사이에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재판부가 존엄사를 허용하며 여러 엄격한 전제 조건들을 둔 만큼,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법을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논란과 난항이 예상된다. 이숭덕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판결은 의미 없는 연명 치료 등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며 “제도적인 안착을 위해 의료계, 종교계, 윤리계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② 회복 가능성 ‘0’일때
③ 생명권< 존엄권 경우
생명에 대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존엄사와 이어진 몇 가지 쟁점과 관련해 존엄사를 인정하기 위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우선,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는 치료 중단 당시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은 ‘환자 본인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환자 자신의 의사 확인 없이 가족들이 ‘진료비 부담 등 다른 이유로 생명 연장 치료를 중단하게 해 달라’고 하는 요구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처럼 의식불명 상태인 환자의 경우 ‘평소 환자의 의사표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 생활 태도, 다른 사람의 치료에 대한 반응, 나이 등을 고려해, 환자의 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또 연명 치료 효과 유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나 가족, 해당 의료진과 관련 없는 ‘제3의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환자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두 병원 모두 “회복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가 검토한 의학문헌에도 ‘통상적인 식물인간은 발생 뒤 3~6개월이 지나면 의식이 돌아올 가능성이 0~8%’라고 돼 있는데, 이번 환자는 76살로 고령인데다 식물인간이 된 뒤 여덟 달이 지났어도 의학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명 치료를 두고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환자의 존엄권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사의 의무가 충돌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이 인간의 존엄과 인격적 가치를 해하면”이라는 조건 아래 환자의 자기 결정권 행사를 인정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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