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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동고동락, 다시 찾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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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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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 교수에게도 뜻하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최근 한 사건을 계기로 의사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 것. 노 교수는 “내가 환자를 위해 희생했을 때 과연 돌아오는 건 무엇인가? 의사 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5년 11월. 유명 대학병원 정밀검사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가 노 교수에게 찾아온다. 노 교수는 검사 결과를 토대로 수술을 했으나, 환자의 떼어낸 조직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환자가 정밀검사를 받았던 대학병원의 과실이었다. 다른 환자의 정밀검사 결과와 뒤바뀐 것이었다.
환자는 정밀검사를 했던 병원과 수술한 노 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정밀검사가 뒤바뀐 병원에게는 의료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지만, 노 교수에겐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신뢰할 수 있는 다른 병원에서 암으로 확진하면 재검사를 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법정은 노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주위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노 교수는 당시 자신을 죄인 취급했던 언론과 연구실로 들이닥친 기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보다 노 교수를 힘들게 만든 건 환자의 돌변한 태도였다. 처음엔 ‘의사 선생님’이라며 수술을 부탁하더니 하루아침에 그를 ‘파렴치한 놈’이라며 막말에 협박까지 일삼았다.
“회의감이 들었어요. 내가 의사 노릇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별별 생각이 들었죠. 환자가 처음 왔을 때 왜 정밀검사를 받은 병원에서 수술하지 않고 내게 찾아왔냐고 물어봤어요. 그 환자에게도 다른 환자들처럼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일이 이상하게 꼬인 거죠. 마치 막 태어난 아이의 팔찌가 바뀐 것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생긴 겁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과실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게 맞죠.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의료계 전체를 매도하고 개인을 매장시키는 분위기로 몰아가선 안됩니다. 의사도 사람인데,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소신을 갖고 일하려는 마음이 저절로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누구보다 환자를 사랑했던 의사였기에 환자에게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될 수 없었다. 이런 노 교수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긴 터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은 환자들이었다.
“제게 수술 받았던 환자들이 찾아와 힘을 주더군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신들이 나서서 해명하겠다며 위로를 줬어요. 그들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면 다시 칼을 잡는 것이 기약 없이 힘든 일이었을 지도 모르죠.”
노 교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사건을 계기로 노 교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이번 여름엔 유방암 환우회에서 워터파크로 수련회를 갔다 왔어요. 환우들과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는데 동심으로 돌아간 듯 모두 신이 났죠. 수영장에서 찍은 단체사진에서는 저만 사우나에 온 사람처럼 웃통을 벗고 있으니 지금 다시 봐도 정말 우습죠. 유방암 수술을 받고 당당하게 수영복을 입기까지 모든 아픔과 좌절을 극복한 환우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눈물 나게 아름다웠습니다.”
노 교수는 앞으로도 힘이 다할 때까지 외과의사 노동영으로 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새롭게 태엽을 감고 태엽이 다하는 순간까지 쉴 틈 없이 일하는 것이 나의 행복”이라며 “내 몸이 고장이 나서 어느 날 갑자기 이 태엽이 확 풀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매순간 남김없이 태엽을 감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경진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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