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저지른 살인 범행에서 쾌감을 느끼고 제2,제3의 희생자를 찾는 돌연변이들이 있다. 연쇄살인범이다. 그들에게 살인은 놀이인 동시에 치밀한 두뇌게임이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SUNDAY가 강호순과 한국·미국 연쇄살인범들의 특징을 짚어봤다.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외모에 상냥한 말투, 보험금으로 타 낸 수억원대 재산, 네 번의 결혼’….
강호순(38)은 동네 사람들에게는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2006년 12월부터 2년여에 걸쳐 벌어진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부녀자 7명을 연쇄살인한 범인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강은 안산의 마사지업소 직원으로 일할 때 실력이 좋아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여름엔 안산저수지에서 피서객들에게 음료수와 옥수수 등을 팔았다. 평소 모자를 눌러 쓰는 걸 즐겼다. 하지만 몇 차례 살인을 저지른 뒤 범행 현장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대담해졌다. 강은 범행 동기에 대해 처음에 “2005년 네 번째 부인이 화재로 사망한 이후 여자들을 보면 살인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31일엔 “성욕을 참지 못해서도, 돈 때문도 아니며 나 스스로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살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강호순에게 성적 쾌락은 1차적인 동기였을 수는 있지만 최종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더 큰 쾌감을 얻은 것은 결국 살인 행위와 이후 암매장을 통한 완벽한 범죄 은폐에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가정 내 폭력이 있어서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며 “평범한 결혼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고 풍파가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쇄살인범을 괴물이라고 보면 오산”
강은 연쇄살인을 통해 욕정(성적 만족)과 스릴(살인 쾌감)을 동시에 추구했다. 쾌락형으로 분류된다. 2004년 1월~2006년 3월까지 관악·구로·동작구 등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 13명을 살해한 정남규에겐 스릴이 더 중요했다. 정은 2006년 4월 말 검거 직후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살인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붙잡히지 않았다면 계속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는 프로파일링 인터뷰에선 “비 오는 날 범죄 충동이 컸고 절도·강간·살인 중에서 살인이 제일 짜릿했다”고 했다.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은 복합형이다. 욕정·스릴 외에 권력까지 세 가지 쾌락을 모두 추구하면서 부유층과 윤락여성을 단죄해야 한다는 사명의식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회적 동기’ 많아
과거 한국의 연쇄살인범들은 세상에 대한 복수를 범행 이유의 하나로 내세웠다. 지존파 두목 김기환은 “입시 부정 등 가진 자들의 부정부패가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지존파 사건은 1994년 김기환 등 7명이 전남 영광의 외딴집에서 5명의 무고한 인명을 살해한 뒤 그중 2명을 소각로에 태워 버린 사건이다. 검거됐을 때 방송사 카메라에 대고 “더 못 죽인 게 한이다”라고 외쳤다.
70년대 경기도 수원·평택 일대 시골의 외딴집을 돌며 17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김대두는 ‘묻지마 살인’의 원조로 꼽힌다. 90년대는 훔친 택시를 이용해 연쇄살인을 저지르며 ‘살인일지’를 썼던 온보현이 있었다. 2000년대엔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한 정두영이 나타났다. 정두영은 동거녀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10억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범행을 시작한 ‘이득 추구(강도살인)형’이다. 유영철은 2004년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어렸을 때는 가난에 허덕였고 커서는 범죄 전과로 인해 사회에 진입하지 못하고 적응에 실패했다. 여기다 이상 성격으로 인한 이혼과 실연, 사람들과 사회에서 단절된 생활로 인한 외로움 등이 겹쳤다.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로 풀어냈다. 이들에겐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경찰대 표창원(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연쇄살인』이라는 저서에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개인적 문제와 결합하면 (연쇄살인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연쇄살인 사건은 해결됐지만 86년 9월~91년 4월 사이 10건의 성폭행 살인사건(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공소시효는 2006년 4월로 지났다.
미국에선 대부분 성적 동기
‘둘 이상의 연이은 살인. 각각이 독립적인 사건일 것. 살인은 몇 시간 혹은 몇 년이 지난 뒤 일어날 수도 있음. 범행 동기는 심리적인 것이며 가학적인 성범죄 양상을 띰’.
미국 국립법연구소가 내린 ‘연쇄살인’의 정의다. 서구 연쇄살인범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심리분석관 로버트 레슬러가 80년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연쇄살인범의 특징은 ▶25~35세 사이의 백인 독신 남자 ▶심리적 문제가 있지만 지적 능력은 높은 편 ▶어릴 때 육체적 혹은 성적 학대 경험 ▶이성의 옷 조각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페티시즘, 엿보기 좋아하는 관음증, 폭력적인 포르노 집착 등이다. 사회적 동기로 연쇄살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FBI가 연쇄살인범 3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64%가 성적 동기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테드 번디’는 미국판 강호순이다. 시애틀대 법대 학생이었던 그는 소년같이 귀여운 외모로 여성 희생자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했다. 주차장이나 해변가에서 다친 척 도움을 청한 뒤 특정 장소로 유인해 살해했다. 인육도 먹었다. 73년부터 5년간 플로리다 등 5개 주에서 30명의 여성을 강간살해했다. 89년 사형당했다. 온보현 같은 택시운전사 연쇄살인범은 흑인 온 드로소(35)다. 2003년 1월부터 한 달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임신한 젊은 흑인 여성 4명을 강간살해했다.
표창원 교수는 “동일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다 해도 이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면 피카소나 반 고흐 같은 천재적 예술가가 될 수 있는 반면 학대와 냉대의 세례를 받으면 연쇄살인범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SUNDAY 조강수·고성표 기자
30일 연쇄살인범 강호순(39)의 행적을 분석한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강은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이른바 '사이코패스'(psychopath)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의 주요 진단 기준은 ▲성적으로 난잡하고 ▲사회적 규범을 지키지 못하며 ▲거짓말을 반복하고 ▲충동적·공격적이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共感)하지 못하고 ▲죄책감 없이 타인을 해치는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또 강이 "전처가 화재로 사망한 뒤 충격을 받고 살인을 시작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데 대해 "이해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정장 입은 뱀 같은 사이코패스"
백석대 김상균 교수(경찰학과)는 "사이코패스는 한마디로 '정장을 입은 뱀'"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편집증·강박증·분열증 환자와 달리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내면은 폭력적이고 교활해도 겉보기엔 멀쩡하다.
전문가들은 또 강이 "전처가 화재로 사망한 뒤 충격을 받고 살인을 시작했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데 대해 "이해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정장 입은 뱀 같은 사이코패스"
백석대 김상균 교수(경찰학과)는 "사이코패스는 한마디로 '정장을 입은 뱀'"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편집증·강박증·분열증 환자와 달리 '현실감각'을 잃지 않는다. 따라서 내면은 폭력적이고 교활해도 겉보기엔 멀쩡하다.
실제로 강은 이웃과 직장 동료들에게 '친절한 아버지', '사근사근하고 일 잘한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러나 강의 전처들은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교수는 "희생자들이 쉽게 강의 차에 동승한 것도 강이 겉보기엔 위협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외톨이'의 망상이 사이코패스로
강원대 홍성열 교수(심리학과)는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공통점은 이들이 '외톨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잔혹한 망상에 젖고, 성장한 뒤에는 죄책감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내면에 축적된 노여움이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충동적으로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것도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다. 강이 A(여·21세)씨를 살해한 뒤 열 손가락 끝을 예리한 흉기로 훼손했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백석대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은 시신을 불에 태우거나 훼손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며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훼손하면서 감정적 절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충동 조절 장애자일 수도"
그러나 반론도 있다. 강의 행태는 사이코패스보다 '충동 조절 장애'에 더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남대 이창무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강의 첫 살인은 우발적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살인에 대한 저항심리가 약해지는 이른바 '문턱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며 "살인을 통해 강한 자극을 맛본 뒤 이보다 더한 자극을 찾을 수 없어 살인을 반복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첫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이 자신을 붙잡지 못한 데 자신감을 얻은 강은 ▲스타킹으로 희생자의 목을 조르고 ▲노래방 도우미와 버스정류장에 혼자 있는 여성을 노리는 등 첫 살인 때 쓴 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교수는 "성공에 의한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이홍식 교수(정신과)는 성 충동에서 범행의 원동력을 찾았다. 이 교수는 "강은 네 번 결혼하고, 복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으면서도 계속 새로운 대상을 찾았다"며 "끊임없이 성을 갈구하는 '성 충동 무절제자'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처 사망으로 충격받아 살인?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전문의(정신과)는 "정상적인 사람이 일시적으로 자포자기해서 강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는 어렵다"며 "강이 치밀한 수법으로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을 보면 단순한 심리적 충격에서 출발한 범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외톨이'의 망상이 사이코패스로
강원대 홍성열 교수(심리학과)는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공통점은 이들이 '외톨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사이코패스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에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혀서 잔혹한 망상에 젖고, 성장한 뒤에는 죄책감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내면에 축적된 노여움이 한순간에 폭발하면서 충동적으로 잔인한 행동을 하는 것도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다. 강이 A(여·21세)씨를 살해한 뒤 열 손가락 끝을 예리한 흉기로 훼손했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백석대 김 교수는 "사이코패스 살인범들은 시신을 불에 태우거나 훼손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며 "강도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훼손하면서 감정적 절정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충동 조절 장애자일 수도"
그러나 반론도 있다. 강의 행태는 사이코패스보다 '충동 조절 장애'에 더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남대 이창무 교수(경찰행정학과)는 "강의 첫 살인은 우발적이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살인에 대한 저항심리가 약해지는 이른바 '문턱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며 "살인을 통해 강한 자극을 맛본 뒤 이보다 더한 자극을 찾을 수 없어 살인을 반복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첫 살인을 저지른 뒤 경찰이 자신을 붙잡지 못한 데 자신감을 얻은 강은 ▲스타킹으로 희생자의 목을 조르고 ▲노래방 도우미와 버스정류장에 혼자 있는 여성을 노리는 등 첫 살인 때 쓴 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교수는 "성공에 의한 학습효과"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이홍식 교수(정신과)는 성 충동에서 범행의 원동력을 찾았다. 이 교수는 "강은 네 번 결혼하고, 복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으면서도 계속 새로운 대상을 찾았다"며 "끊임없이 성을 갈구하는 '성 충동 무절제자'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처 사망으로 충격받아 살인?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전문의(정신과)는 "정상적인 사람이 일시적으로 자포자기해서 강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는 어렵다"며 "강이 치밀한 수법으로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을 보면 단순한 심리적 충격에서 출발한 범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