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마라톤하는 마음으로 치매환자 돌보세요”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
- 등록일 :2009-05-02
마라톤하는 마음으로 치매환자 돌보세요”
( 매일경제 기사 인용)
![]() |
나덕렬(52)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1995년부터 14년째 기억장애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치매 환자를 진료한 그는 뛰어난 의술만큼이나 인술로도 명성이 높다.
“보호자들이 치매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해요. 그리고 보호자들이 쏟는 정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료하고 연구하는 게 제 몫이란 책임감을 더 갖게됐죠.”
나 교수는 김밥 한 줄로 허기진 배를 달래며 치매 연구에 몰두하는 일이 잦다. 대한치매학회와 보건복지가족부 치매센터에서 수장을 맡아 한국인 치매의 기초자료를 만들었고, 지난해 7월에는 ‘앞쪽형 인간’이라는 책도 집필했다. 언론사의 취재요청에도 “환자 진료할 시간도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오랜 시간 환자를 진료하다보니 특별한 환자들도 많다. 그중에서도 10년 이상 치매를 앓고 있는 남자 환자는 더욱 그렇다. 이 환자는 1997년 전두엽 치매진단을 받았다. 병 때문에 성적인 행동을 억제하지 못해 외도를 하고, 주변사람을 때리는 행동을 반복하며,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벌게지도록 웃는 증상을 보였다.
나 교수가 이 환자를 더욱 특별하게 기억하는 건 환자의 부인 때문이다. 믿음직스러웠던 남편의 외도에 상처를 받았던 부인은 이후 남편의 증상이 의심스러워 나 교수를 찾았고, 치매라는 확진을 받았다. 부인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남편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며 나 교수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나 교수는 이들 부부를 3개월마다 진료하고 있다. 부인은 치매에 걸린 남편을 보살피면서 불평 한 번 하는 법이 없었다. 전두엽 치매는 사납기로 유명한데, 이 환자만은 유독 보호자의 말을 잘 듣고 행동이 난폭하지 않은 이른바 ‘예쁜 치매’로 발전했다. 진료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 교수와 하이파이브를 할 정도로 성격도 쾌활하다.
“치매는 웃을수록 치료 효과가 높아지고 증상이 더뎌집니다. 치매환자들이 더 많이 웃으며 밝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이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나덕렬 교수와 치매의 첫 만남은 언제부터였을까? 나 교수가 의대공부를 했을 당시만 해도 신경과, 더군다나 기억장애는 의대생들이 외면하는 분야였다. 그가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전공의 1년차 때 인지기능이 손상된 환자가 시계의 오른쪽 반만 그리는 모습을 보며 궁금증을 품게 된 것.
“외국에서는 인지신경학자들이 치매환자들을 진료합니다. 저 역시 인지기능을 연구하고 자연스럽게 치매 환자들을 돌보게 됐습니다.”
나 교수는 하루 평균 4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다만 몇 분이라도 진료 시간을 더 갖기 위해 한 시간 일찍 출근한다. 그를 만나기 위해 불편한 몸으로 목욕재계하고 장시간 차를 타고 온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의 눈가가 또다시 촉촉해진다.
“치매를 치료하려면 평균 10~13년이 걸립니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다면 그 긴 시간동안 한결같이 보살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그래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것은 마라톤과 비슷하단 생각을 합니다. 너무 서두르지도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게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 마라톤을 하면 골인지점이 까마득해도 남은 힘을 다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잖아요. 보호자분들 모두 힘내세요.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겠습니다.”
[조경진 MK헬스 기자 nice2088@mkhealth.co.kr]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
- 이전글
- 다음글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