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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왜? 전문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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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5-31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극단적 선택 왜? 전문가 분석

기사입력 2009-05-25 03:12 기사원문보기


"명예 실추로 존재이유 상실"

"스트레스로 우울증 겪은 듯"

"모방·추종 자살 경계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심리적 배경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들은 "도덕적 이미지가 실추된데다 '망신주기식'으로 진행된 수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또 자살 모방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평생 쌓은 도덕적 이미지가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다 깨지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은 것 같다"며 "이미지 실추로 자신의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자살로 내몰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자신의 사회적ㆍ도덕적 위상의 추락으로 인한 '무통제적ㆍ무규범적 자살'(Anomic suicide)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통에서 벗어나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서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 자신과 주위 사람이 힘들다고 생각한 점, 삶과 죽음을 같은 것으로 봤다는 점,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한 점 등은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울증 중에서도 갑작스러운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일어나는 '반응성 우울증'으로 짐작된다"며 "검찰 수사과정에서 평생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적응장애를 겪었을 것이고 이 점이 결국 자살로 내몰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부연구위원은 "자신을 잃고 좌절하게 되면 적지않은 사람이 죽음을 '차악(次惡)의 선택'으로 보게 된다"며 "노 전 대통령이 도덕성이란 가치가 무너지면서 고통이 너무 심해 차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살 이유를 개인적 책임감에서 찾는 해석도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최준호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서에는 억울함이나 한스러운 감정이 잘 나타나지만 노 전 대통령 유서에는 그런 점이 없다"며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책임감과 죄책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이은 '모방 자살'이나 '추종 자살'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방 자살은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자살방법 등을 따라하는 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말하고, 추종 자살은 자살할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추종자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앙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 자살하면 모방 자살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매일경제

노 전 대통령의 자살, 정신학적 분석

기사입력 2009-05-25 09:29 |최종수정 2009-05-25 17:35 기사원문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거했다. 이번 서거 소식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며 사회적 이슈가 돼왔지만,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이번이 최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 전대통령의 경우는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현재의 극단적인 괴로움과 무력감으로부터의 도피, 무너진 명예 회복의 수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자살은 주어진 상황에 의한 좌절과 실망이 내재화되고, 타인에 대한 화(Anger) 및 공격성이 자신에게 향함으로서 자신을 살해하는 행위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 △자신으로 인해 괴로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속죄 △현재의 신체적 정신적 괴로움으로부터의 도피 △부활에 대한 환상 등을 위해 자살을 결정한다.

자살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지지를 잃어 고립감, 소외감에 빠져 자살을 하는 경우다. 둘째는 사회 집단과 지나치게 융화돼 사회를 위해 혹은 의무감으로 자신을 희생시키기 위해 자살하는 경우다. 셋째는 사회에 적응 또는 융화되는 것이 차단되거나 한꺼번에 와해됨으로써 행동의 일상적인 기준을 따를수 없을 때 선택하는 자살이다.

남궁기 교수는 “노 전대통령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 및 명예의 급격한 변화 등 자신의 사회적, 도덕적 위상의 와해로 인한 무통제적, 무규범적 자살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자살에 있어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목매달기이며, 여자는 음독, 남자는 총기, 목매달기가 많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방법은 총기 사용과 높은 곳에서의 추락이다. 노 전대통령은 가장 치명적인 방법인 추락을 선택한 것.

자살을 결심하면 공통된 전조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주변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할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자신의 죽음이 주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가질 때.

△ 자살할 의도를 직접적으로 밝힐 때

△ 괴로워하고, 초조, 불안하다가 갑자기 차분해지고 안정될 때

△ 최근 가족, 건강의 상실경험이 있을 때

△ 갑자기 주변, 신변을 정리할 때

△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줄때

특히 자살을 하려는 사람 10명 중 8명은 자살의도에 대해 경고를 하며 50%정도는 숨김없이 ‘죽고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만약 자살을 하겠다고 했던 환자가 전에 비해서 차분하거나 초조함을 덜 보일 경우엔 자살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조경진 MK헬스 기자 nice2088@mkhealth.co.kr]
시론]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정호승·시인

우리는 지금 슬프다 대통령이 희망이 없었다면
우리의 희망은 어디 있겠는가
그의 죽음을 뒤따라맑은 종소리는 들리는데…

대통령은 세상을 버릴 자격이 없다. 오늘 국민장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깊은 슬픔과 통곡 속에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내내 그런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한명숙 전 총리께서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하셔서, 내가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했나, 내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대통령께서 스스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리셨을까, 도무지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은 멍멍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충격 속에 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바로 대통령은 스스로 세상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를 쓰는데 대통령이 그러시다니….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목숨을 던진다 해도 안 되지만 대통령은 더더욱 그럴 자격이 없다.

대통령이 세상을 버리셨다는 것은 국민인 내가, 나아가 국가가 그렇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죽음을 대통령의 '서거'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지만, 그 서거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분의 아픔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아직도 멍멍하다.

노 대통령을 극단적인 고통에까지 몰고간 여러 외인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노 대통령께서는 결코 그 길을 선택하지 말아야 했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서는 살아계셔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죽음으로 덮어버리셨는가.

덕수궁의 대한문 앞에서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한 모자(母子)를 지하철에서 봤다. 그들의 가슴에 달린 검은 리본을 보자 새삼 대통령을 잃었다는 사실이 현실로 느껴지고 그 현실은 비통으로 이어졌다. 엄마는 아이에게 노 대통령이 스스로 절명하셨다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그리고 그 아이는 대통령의 자결이라는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혹시 그 아이는 자결과 죽음을 동의어로 이해하지는 않았을까.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결국 희망이 없을 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런 출구도 보이지 않을 때, 삶 자체가 죽음일 때 스스로 목숨을 던진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희망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또한 희망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이 세상을 버릴 정도로 희망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우리에겐 어떤 희망이 있는 것인가.

그동안 우리 사회는 수없이 희망을 이야기해왔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오뚝이처럼, 흙을 뚫고 나오는 봄날의 죽순처럼, 단단한 아스팔트의 틈새를 뚫고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희망으로 피어나자고 했다.

노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의 희망의 죽음이다. 우리는 지금 희망을 잃었다. 노 대통령을 잃은 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었다. "대통령도 살기 힘들면 죽는데 나 같은 것은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두렵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을 때만 허락되는 말이다. 생사불이(生死不二)라고 해서 우리는 생을 함부로 내던질 수 없다. 생이 있기 때문에 사가 있는 게 아닌가. 사가 있기 때문에 생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도 나는 노 대통령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그의 죽음을 어떻게 용납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이것은 국민인 나의 숙제이자 우리 국가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노 대통령께서 쓴 유서에는 우리 국가의 앞날에 대한, 통일 조국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당부의 말씀이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국민에 대한 어루만짐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러셨을까.

우리는 지금 슬프다. 슬프다 못해 노 대통령을 따라 죽고 싶다. 노 대통령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전 대통령들의 제왕적, 독재적 모습에서 대통령도 바로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모습으로 다가온 분이었다. 그러나 죽음이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나 그분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분의 죽음 자체는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분은 왜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으면 아니 되었던가. 오늘의 국민장을 비통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대통령의 죽음은 곧 국민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장을 치른 우리는 지금 국민이라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우리는 이제 기다려야 한다. 사람은 죽은 뒤 그 관을 두드렸을 때 나는 소리의 청탁(淸濁)에 의해 역사가 평가를 내린다. 이제 노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났다. 부디 그에게서 맑은 종소리가 들려오기를 소망한다. 그분의 명복을 빌면서 우리의 힘들고 지친 가슴속에 한줄기 맑은 바람이 끝없이 밀려오기를 기도해본다.

국민일보

[노 전 대통령 서거] 극단적 선택, 왜?

기사입력 2009-05-26 11:07 기사원문보기
[쿠키 건강] ‘승부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국민들은 비통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국은 애도의 물결로 넘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심경과 현재 국민의 감정 상태를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전문의 이민수 교수를 통해 추정해봤다.

이 교수는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일부에서 주장하듯 우울증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최정상에 계셨던 분이니만큼 최근 겪은 여러가지 일들로 인한 충격과 압박, 상실감과 괴로움이 컸을 것”이라며 “서거 일주일전 병원을 예약한 사실이나 최근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여러 정황은 우울증 소견이긴 하지만 의학적 소견으로는 이러한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될 경우를 우울증으로 보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고로 노 전 대통령의 비롯한 주요 저명인사가 휴일이나 새벽시간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는 휴일이나 새벽녘에 모든 생각이나 일을 정리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 감정상태, 우울감보다는 ‘충격’”

이 교수는 현재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우울감이라기보다는 멍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큰 충격에 빠져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단기간에 슬픔을 이겨내고 극복하려하기보다는 충분한 슬픔과 애도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사회적으로 우려되는 추종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오히려 적다며 오히려 지금의 애도의 반응이 끝나고 찾아 올 수 있는 우울반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 달 전후가 되면 충격과 슬픔, 애도의 마음이 정리되면서 갑자기 추구하는 바가 없어지는 등 극심한 우울감과 상실감이 찾아올 수 있다”며 “이 때 (추종자살과 같은)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때는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화합으로 극복의지와 해결책 모색해야

이 교수는 끝으로 슬픔과 절망감을 딛고 모든 국민이 화합을 통해 극복의지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지금은 괴롭고 슬프지만 이러한 고통과 슬픔을 통해 성숙해진 따뜻한 마음은 국민을 위했던 국가지도자인 고인의 숭고한 뜻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며 “애도의 마음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절망감, 상실감, 허무함, 무기력함을 어떻게 승화시키냐가 관건”이라며 “마음의 에너지를 모아 극복의지를 다져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자신의 생각과 행동, 일상적인 생활양상의 변화 등 예전과 다른 점이 많아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혼자 있은 마음이 자주 든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을 찾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슬픔과 괴로움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기자 chy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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