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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문제, 사회·개인·정신적 접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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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5-31
[시사 이슈로 본 논술] 자살 문제, 사회·개인·정신적 접근 필요

  •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 자살공화국의 불명예

    ◆인터넷 자살 사이트를 통한 집단 자살 사례 증가

    최근 전국에서 잇따르는 집단 자살이 사회문제화됐다. 특정 지역에서는 보름 새 연쇄 집단 자살로 1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데 자살 수법이 똑같았다. 이는 집단 자살을 모의하는 공간으로 인터넷의 블로그나 카페가 적극 활용되고, 자살에 대한 자극적인 언론의 보도가 한 몫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경찰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와 전면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작년 10월에는 국회에서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서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언제 입법화가 될지 오리무중이다.

    ◆통계로 확인하는 우리나라 자살 현황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에 자살로 인한 사유가 1992년에 10위, 1998년에 7위, 2005년에 4위로 올랐다. 작년에는 인구 10만명당 24.8명이 자살을 하고, OECD가입국 중에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1위를 차지함으로써 자살공화국의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경제력이 부족하고 가족 해체에 대한 고립감 증대로 노인들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청소년 사망의 두 번째 요인으로 자살이 차지할 정도다.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10명 중 4명은 누구나 자살할 권리가 있다는 설문 결과는 자살이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3조원 이상인데,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 예산은 5억원에 불과하다. 일본이나 선진국들이 자살률이 높다는 통념을 깨뜨리는 우리나라 자살 관련 통계 자료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국가의 적극적 예방책을 절실히 요구한다.

    ◆자살의 복합적 원인

    자살은 사회 환경적 요인, 개인적 요인, 정신의학적 요인 등 복합적 요인이 중첩돼 발생한다.

    첫째, 자살의 충동은 개인의 선택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하는 인자는 사회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자살은 일시적인 절망감이나 불행 때문에 결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자기의 인생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에도 더는 나아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누적되면서 발생한다. 중산층이 붕괴하고 빈곤층이 확대되는 사회경제 구조와 내면적 성숙보다 외형적 성공을 중시하는 사회문화 구조가 수레의 양 바퀴가 되면서 사회 구성원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둘째, 국가나 기업, 학교 등 모든 조직이 적자생존의 논리로 운영되면서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 속에서 사회구성원은 심한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하나뿐인 생명을 버리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단 한 순간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정글의 세계를 견뎌내기가 어렵다.

    셋째,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 올수록 사회적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있다. 대가족보다 핵가족이 증가하고, 이혼 및 별거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능력,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 등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실상은 그러지 못한다.

    넷째, 자살을 충동하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됐다. 신문이나 방송은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소개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자살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의 자살 보도는 일반인의 자살 심리를 부추긴다. 새로운 미디어로 등장한 인터넷은 자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껴서 혼자 자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줌으로써 개인적 자살 외에 집단 자살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만들어낸다.

     조선일보 DB
    ◆다차원적으로 접근해 자살의 해결책 마련하기

    자살의 원인이 복합적이듯 자살의 해결책도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세상에 자기 혼자라는 소외감이 치밀어 오를 때 자살이 생기기 때문에 누군가 혼자 힘들어하면 그 아픔을 공감해줘야 한다. 함께 밥 먹고, 놀고, 공부하며 쌓은 우정은 일종의 자살 예방 접종이다.

    둘째, 생명 존중은 인권의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치관의 변화는 단순한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 구조나 법제도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방향으로 정비될 때 실효성이 있다.

    셋째, 자살자의 70~80%가 우울증을 앓고 난 뒤에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자살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울증 치료 비율을 적극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우울증 걸린 사람 대부분이 자살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은 위험하다. 혹은 자살은 정신이상자의 행동이라고 치부해서도 안 된다.

    넷째, 부의 양극화가 제도화되면 희망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자살'을 '살자'로 바꾸는 것은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사회가 보여줬을 때 가능해진다. 그런 희망이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배려가 필요하다.

    다섯째, 자살자의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할 수 있도록 자살도구나 방법에 대한 적극적 통제가 필요하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인터넷 자살 사이트 및 유해 물질 판매 게시물 단속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동반 자살 실패자를 자살방조죄로 엄벌하면 삶의 의욕을 꺾어 오히려 또 다른 자살을 유도할 수 있어 적절한 수준의 감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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