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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대표적인 사망 원인인 암. 높은 사망률과 치료과정의 고통 때문에 이름만으로도 두려운 질병이다. 하지만 이런 암과의 사투에서 이겨내고도 또 한 번 암환자를 공격하는 질병이 있으니 바로 ‘우울증’이다.
최근 국립암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암환자의 15~25%가 우울증을 나타낸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계획한 사람도 5%에 이른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불안증이나 불면증 환자에 비해 자신의 증상을 드러내어 호소하지 않는다. 때문에 얼핏 아무 문제도 없는 모범적인 환자로 보여 우울증의 진단을 놓치기 쉽다.
김종흔 국립암센터 정신건강클리닉 박사는 “암환자 중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이들 대부분이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암환자의 자살율은 통계수치보다 실제는 더 많을 것”이라며 “암환자의 우울증은 통증의 민감도를 높여 암과 관련없는 통증까지 합해 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치료 순응도가 떨어져 치료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치료,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치료의 부작용이나 막대한 치료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가정이나 직장생활 등 일상적인 삶에 지장을 받을 뿐 아니라 치료가 끝난 후에도 피로와 우울 증상에 시달려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겪게 된다.
정신종양학에서는 이러한 암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정의한다. 스트레스와 달리 디스트레스는 당혹감, 슬픔, 두려움 등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상적 반응에서부터 우울이나 공황,사회적 고립, 실존적 위기와 같이 심리 사회적 기능 손상을 일으키는 병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는 “모든 암환자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가 수술 후 어깨 통증이 있으면 혹시 암이 재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더 불안해지고 여기에 피로감과 통증이 동반되면 상호작용을 일으켜 우울증을 부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나'에게 집중하면 우울, '남'을 돌아봐야 희망 생겨
암환자의 우울증 여부를 알아보려면 가족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일시적인 고통에 의해 슬픈 감정이 드는 것은 우울증이 아니다. △식욕 부진이나 식욕과다 △불면이나 과다수면 △처진 느낌 △무가치함 △죽고싶다는 생각 △집중력 감소 △흥미 상실 등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한다.
이 때는 우울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암 때문인지 치료과정의 고통 때문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을 파악한 뒤에는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인 지지와 함께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유은승 국립암센터 임상심리 전문가는 “암환자의 우울증은 ‘나, 미래, 주변’에 희망이 없음을 느끼는 것인데 실제로 치료가 잘 돼 몸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우울증이 있으면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게 되므로 전문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며 “실제로 암환자들을 접해보면 자신의 고통에만 몰입하는 사람과 가족들, 아이들을 보면서 꼭 이겨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치료 순응도가 달라져 결국 치료 결과까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암과의 행복한 동행. 51세 박인순(가명)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2002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박씨는 다혈질에 부정적인 성격이 암 치료를 하면서 온유해졌다. 암에 걸린 순간의 절망감은 컸지만 열심히 치료하면서 삶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 암 치료 후 박씨는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생겼다. 자연의 꽃과 나무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부터다. 박 씨는 암 치료 후 새로운 '꿈'이 생겼다. 시골에 마을버스가 없어서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것이다. 현재 박 씨는 남편과 상의해 1종 면허를 따기위해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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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승 임상심리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것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목표를 만드는 것이 좋고, 특히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등 행복찾기에 주목하면 그 모습 자체가 아이들에게 큰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흔 박사와 유은승 임상심리 전문가가 권하는 '암환자의 디스트레스 관리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치료가능성 00%에 든다’는 긍정적 생각 갖기
2. 통증 잊고 몰입할 일 찾기
3. 식사·운동·수면 관리로 규칙적 생활하기
4. 언제 스트레스 받는지 알아두기
5.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만들기
6. 말과 글로 감정 적극 표현하기
7. 환우 모임이나 환자 교육에 꼭 가기
8. 보람 느낄 만한 일 마음에 새기기
9. 마음 보듬어 줄 전문가 찾아가기
10 어려움 이겨내 남에게 모범되기
[김소현 MK헬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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