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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도 미국 듀크대에서 연수하던 시절 우연히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됐어요. 병원 입구에 환자 자원센터라는 곳이 있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환자 면담을 해주고, 환자 보호자의 교육까지도 시켜주더라고요. 거동이 힘든 중증환자들에겐 봉사자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 교육을 제공하는 등 시스템이 매우 체계적이었어요. 미국의 선진의료문화라는 게 결코 최첨단 시설에서만 오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된 신선한 충격이었죠.”
◆ “삼성암센터 차별화, 최첨단 장비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삼성서울병원의 수장이 된 최한용 병원장은 기획실장, 부원장을 차례대로 역임하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일찍부터 병원 선진화에 깨여있던 그는 부원장 재임시절 암센터 개원을 준비할 때에도 “최신 장비를 들여놓고 차별화된 암센터라고 말할 수 없다”며 최첨단 시설과 더불어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병원 시스템 마련에 앞장섰다.
그 결과 암 환자들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암환자 전용 건물 설계를 도입했고, 암 치료를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진료시스템이 완성됐다. 삼성암센터의 진료시스템은 이후 개원하는 암센터마다 벤치마킹할 정도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최한용 병원장의 바람처럼 삼성암센터는 최첨단 하드웨어에 환자중심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돼 선진화된 의료를 제공하는 선두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최 병원장의 선견지명이 특히 돋보이는 대목은 단연 '삼성암교육센터'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이 붙는 삼성암교육센터는 삼성암센터 산하기관으로 외국의 선진화된 암 전문병원의 환자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한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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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는 기본, 암 환자 삶의 질까지 생각해야"
암 조기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조기 발견율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암 치료의 예후도 좋아졌다. 암이 더 이상 불치병, 난치병이 아닌 것이다. 즉, 쉬쉬하고 숨길 필요가 없어진 병이 됐단 뜻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볼 때 병원은 암 치료에만 몰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계산이다. 암 교육센터는 발전된 암 치료와 더불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처음 암교육센터를 추진하려고 했을 땐 병원에서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웃음치료나 요가, 발마사지 같은 것을 한다고 했을 때 교수들의 반발도 거셌고요. 하지만 암교육센터가 자리를 잡고 무료프로그램이 제공되자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암 환자들의 암 극 복과 삶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고 치료 효과도 좋아졌습니다."
삼성암교육센터 프로그램이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자 다른 병원들도 최근 암교육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최 병원장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라면 병원간의 장벽이 없이 공유돼야 할 것"이라며 "최초라는 수식어에 자만치 않고 앞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한용 원장은 암센터의 성공적인 안착에서 나아가 암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 확충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외국 암 전문병원의 앞선 의료문화에 눈과 귀를 열고, 삼성암센터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겠단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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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대화 중시하는 병원장
실제로 최한용 원장은 방광암, 신장암, 전립선암 등에서 국내 최다수술 실적을 보유한 비뇨기종양 분야의 최고 명의로 꼽힌다. 전립선암 수술에서 국내 처음으로 근치적 회음부 전립선 적출술을 시행해 수술 후 대표적 합병증인 요실금을 예방하는데 큰 기여를 한 업적도 갖고 있다. 최 원장은 환자 진료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껴온 의사가 병원의 수장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사실 달라진 점도 많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을 진료할 때 보람을 느끼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원내 20여개 직종, 600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병원장직을 수행하면서부터는 양 어깨가 무거워졌죠. 환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고 동시에 병원 경영 측면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또 사소한 자리에서도 공인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져서 농담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어요.(웃음)”
최 원장은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 6시 40분이면 병원에 도착한다. 제일 먼저 결재 서류들을 검토하고, 메일도 열어본다. 그리고 7시 회의에 참가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병원장과 의사 역할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다 잠시 짬이 생겨도 쉬는 법이 없다. 그럴땐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원내 직원들을 기습적으로 찾아간다. 실무진 입장에선 곤욕스러울 수 있지만 최 원장의 예고 없는 현장방문은 말릴 길이 없다.
“병원장과 직원 사이에 솔직담백한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애환이 있는 지, 얼마만큼 병원에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지, 혹은 그 반대인지 직접 만나서 얘길 들어보면 큰 그림을 그릴 때 분명 도움이 되지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올라오는 보고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직접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취임 1주년을 맞는 최한용 원장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분위기를 만드는데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삼성암센터와 본원의 유기적 관계를 통한 암과 난치성 질환의 치료를 잘 하는 병원을 뛰어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병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경영기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조경진 MK헬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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