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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추천한 명의] 김대곤 전북대 소화기내과 교수 → 심대무 원광대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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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8-06

[명의가 추천한 명의] 김대곤 전북대 소화기내과 교수 → 심대무 원광대 정형외과 교수

[중앙일보 황세희.최승식] 정형외과 의사는 수술이 본업이다. 그런데 수술을 받겠다고 찾아온 환자를 가능하면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방법을 찾는 정형외과 의사가 있다. 원광대 의대 정형외과 심대무 교수다. 그도 처음엔 수술이 좋아 정형외과를 전공했다. 그러곤 열심히 노력해 대학병원 교수로 발탁됐다. 세부 전공도 수술 환자가 가장 많은 척추 분야를 택했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햇수가 늘수록 가급적 '비(非)수술적' 치료법을 찾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이 들고 가난한 환자를 많이 치료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심 교수가 의사의 길을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때 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친구는 한결같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유독 아버지가 의사인 친구만이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직업도 대물림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의사가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심 교수 부모님은 아들이 숙식과 학비가 제공되는 2년제 기술전문학교에 가길 원했다. 그래서 의대 진학을 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전북대 의대 진학을 강행했다.

의대생이 된 이후에는 실망감이 컸다고 한다.“병원에 온 환자는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나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정확한 진단조차 못 내리는 병이 태반이었어요. 그래도 정형외과는 X선 사진을 찍은 뒤 '어디가 부러졌다'는 식으로 곧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수술할 형편 안 되는 노인 환자 많아

심 교수가 정형외과를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로 자동차와 공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자연히 각종 사고로 정형외과를 찾는 젊은 환자도 급증했다. 1980년대엔 수술을 할 때 나사 등 기구를 삽입해 뼈를 고정하는 신기술도 한창 보급됐다.

심 교수가 원광대 교수로 발령받던 무렵이다. 그 역시 서울대병원 등에서 수술법을 전수받고 외국 연수도 받았다. 모두 새로운 수술법을 익히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배운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시키려니 걸림돌이 많았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 중엔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이 많아요. 대부분 허리가 아파 인근 병원에 들렀다가 수술하라는 말을 듣고 온 분들이죠. 하지만 대부분 '수술할 형편이 안 되니 주사로 안 아프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해요.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심 교수는 차츰 수술하지 않고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찾기 시작했다.

수술 대신 통증 차단하는 치료법 찾아

“디스크를 비롯한 척추에서 생기는 통증은 대부분 척추 신경절에서 팔과 다리로 뻗칩니다. 여기에 착안해 수술 전 일단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절을 차단하는 주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수술 날짜를 받아 입원한 환자에게 일단 이 치료를 했다. 이후 통증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제야 수술을 했던 것이다.

심 교수 나름의 이런 치료법으로 4명 중 1명은 치료 후 5년 후에도 수술하지 않고 지낸다. 심 교수는 자신의 치료법을 대한정형외과 학회지에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인정도 받았다.

손가락 접합술 등에 활용되던 수술 현미경을 척추 수술에 도입한 것도 심 교수다. 그는 “수술 시야를 밝고 정확하게 확보해서 절개를 조금만 하고도 수술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지금은 이 수술법이 보편화됐다.

심 교수는 “삶의 목적을 유명한 의사가 되는 데 두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근사한 논문을 국제 무대에 발표하는 일에도 욕심이 없다(실제 그는 논문 70편을 모두 국내 학술지에 기고했다). 그저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의 형편을 고려해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힘들고 어려운 수술, 최신 수술 기법은 세계 각지의 우수한 정형외과 의사들이 다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마련이에요. 저의 소임은 저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치료법을 찾아 만족하도록 제공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심 교수는 환자와의 만남을 필연적인 인연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불만을 충족시켜주는 일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는다.

“환자를 나 자신, 내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치료법을 찾으면 환자와 좋은 인연을 맺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명의로 추천된 심 교수의 환자 사랑은 바로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는 것이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최승식 기자<********************>

김대곤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의사 사이에서 최고 보다 환자에게 최고 의사 택했죠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꿈이랄까, 야망이랄까 그런 게 생겨요. 그래서 늘 첨단 치료, 첨단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배워 환자에게 적용하고 싶어하지요. 그래야 시대를 앞서가는 멋진 의사가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심대무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태도가 참 특별해요. 전문가로서 환자에게 신치료법을 이해시키기보다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란 생각을 먼저 하거든요. 수술이 본업인 정형외과 교수가 된 뒤에 자신이 근무하는 지방에서는 '선생님! 수술 안 하고 고칠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 이후로 심 교수는 줄곧 '수술 안 하고 고칠 방법은 없을까?'란 명제를 고민해 온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김대곤(사진) 교수는 심 교수를 이렇게 소개한다.

김 교수와 심 교수는 같은 지역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종종 만난다고 한다. 그때마다 병원이나 환자 이야기만 나오면 심 교수는 “우리가 지금도 학생 때 가슴에 새겼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고 있는 걸까”란 질문을 한단다. “꼭 국제적인 유명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만 명의가 되는 건 아니지요. 심 교수처럼 자기가 선 위치에서 환자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평생 노력하는 의사야말로 의사의 귀감이 되는 명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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