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교수가 의사의 길을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때 저를 비롯한 거의 모든 친구는 한결같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유독 아버지가 의사인 친구만이 아버지를 존경한다며 직업도 대물림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의사가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심 교수 부모님은 아들이 숙식과 학비가 제공되는 2년제 기술전문학교에 가길 원했다. 그래서 의대 진학을 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전북대 의대 진학을 강행했다.
의대생이 된 이후에는 실망감이 컸다고 한다.“병원에 온 환자는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나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정확한 진단조차 못 내리는 병이 태반이었어요. 그래도 정형외과는 X선 사진을 찍은 뒤 '어디가 부러졌다'는 식으로 곧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정형외과를 전공으로 택했다.
수술할 형편 안 되는 노인 환자 많아
심 교수가 정형외과를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로 자동차와 공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자연히 각종 사고로 정형외과를 찾는 젊은 환자도 급증했다. 1980년대엔 수술을 할 때 나사 등 기구를 삽입해 뼈를 고정하는 신기술도 한창 보급됐다.
심 교수가 원광대 교수로 발령받던 무렵이다. 그 역시 서울대병원 등에서 수술법을 전수받고 외국 연수도 받았다. 모두 새로운 수술법을 익히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배운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시키려니 걸림돌이 많았다.
“저를 찾아오는 분들 중엔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이 많아요. 대부분 허리가 아파 인근 병원에 들렀다가 수술하라는 말을 듣고 온 분들이죠. 하지만 대부분 '수술할 형편이 안 되니 주사로 안 아프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해요.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심 교수는 차츰 수술하지 않고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찾기 시작했다.
수술 대신 통증 차단하는 치료법 찾아
“디스크를 비롯한 척추에서 생기는 통증은 대부분 척추 신경절에서 팔과 다리로 뻗칩니다. 여기에 착안해 수술 전 일단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절을 차단하는 주사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수술 날짜를 받아 입원한 환자에게 일단 이 치료를 했다. 이후 통증이 좋아지지 않으면 그제야 수술을 했던 것이다.
손가락 접합술 등에 활용되던 수술 현미경을 척추 수술에 도입한 것도 심 교수다. 그는 “수술 시야를 밝고 정확하게 확보해서 절개를 조금만 하고도 수술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지금은 이 수술법이 보편화됐다.
심 교수는 “삶의 목적을 유명한 의사가 되는 데 두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근사한 논문을 국제 무대에 발표하는 일에도 욕심이 없다(실제 그는 논문 70편을 모두 국내 학술지에 기고했다). 그저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의 형편을 고려해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힘들고 어려운 수술, 최신 수술 기법은 세계 각지의 우수한 정형외과 의사들이 다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마련이에요. 저의 소임은 저를 찾아올 수밖에 없는 환자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치료법을 찾아 만족하도록 제공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심 교수는 환자와의 만남을 필연적인 인연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불만을 충족시켜주는 일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는다.
“환자를 나 자신, 내 가족으로 생각하면서 치료법을 찾으면 환자와 좋은 인연을 맺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명의로 추천된 심 교수의 환자 사랑은 바로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는 것이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최승식 기자<********************>
김대곤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의사 사이에서 최고 보다 환자에게 최고 의사 택했죠
“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꿈이랄까, 야망이랄까 그런 게 생겨요. 그래서 늘 첨단 치료, 첨단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배워 환자에게 적용하고 싶어하지요. 그래야 시대를 앞서가는 멋진 의사가 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심대무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는 태도가 참 특별해요. 전문가로서 환자에게 신치료법을 이해시키기보다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까'란 생각을 먼저 하거든요. 수술이 본업인 정형외과 교수가 된 뒤에 자신이 근무하는 지방에서는 '선생님! 수술 안 하고 고칠 방법은 없을까요?'라고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 이후로 심 교수는 줄곧 '수술 안 하고 고칠 방법은 없을까?'란 명제를 고민해 온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김대곤(사진) 교수는 심 교수를 이렇게 소개한다.
김 교수와 심 교수는 같은 지역에서 교수 생활을 하기 때문에 종종 만난다고 한다. 그때마다 병원이나 환자 이야기만 나오면 심 교수는 “우리가 지금도 학생 때 가슴에 새겼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고 있는 걸까”란 질문을 한단다. “꼭 국제적인 유명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해야만 명의가 되는 건 아니지요. 심 교수처럼 자기가 선 위치에서 환자의 요청에 부응하려고 평생 노력하는 의사야말로 의사의 귀감이 되는 명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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