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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몸&맘] 건강 기자가 ‘학파라치’를 반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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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8-06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몸&맘] 건강 기자가 ‘학파라치’를 반기는 이유

[중앙일보 황세희] 마침내 지난주부터 학파라치 제도(학원 불법교습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됐다. 서울 고교생의 경우 학원교습 시간이 밤 10시를 넘기면 신고 대상이다.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국가의 미래 자산 가치로 생각했다면 진작에 정착시켰어야 할 제도다.

의학적으로 성장기 자녀에게 숙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소아·청소년학계에서 권장하는 적정 수면 시간은 유치원생 11~12시간, 초등학교 저학년생 10~11시간, 고학년생 9~10시간, 사춘기(중·고등학생) 땐 8~9시간이다. 아침 등교시간을 고려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할 밤 10시 이후에 학원교습을 또 받게 하는 것 자체가 자녀의 심신 건강을 박탈하는 일종의 학대인 셈이다.

의학계에서 숙면을 강조하는 첫 번째 이유는 성장·발육·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호르몬이 밤에 푹 잘 때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잠들면서 증가해 깊은 수면에 빠질 때 최대치에 도달한다. 일례로 인공조명 없이 밤 시간을 14시간 정도 연장하면 성장호르몬 분비는 2배가량 증가한다. 각종 질병에 대처하는 면역세포 역시 푹, 잘 자야 잘 만들어진다.

깨어 있는 낮 시간의 정신건강도 숙면과 직결된다. 실제 원기를 회복하는 작업도 수면 중에 일어나며, 뇌에 입력된 정보를 기억중추에 저장시켜 나중에 기억해 내도록 하는 과정도 잘 때 진행된다. 또 뇌 세포를 구성하는 아미노산도 숙면을 취해야 활발하게 분비된다.

잠을 제대로 못 잘수록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학습능력은 저하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성적 향상을 진정으로 원하는 부모라면 제도적인 규제가 없다 하더라도 밤 10시 이후엔 자녀에게 학원 교습 대신 잠자리에 들도록 독려하는 게 맞다. 숙면의 필요성은 인간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기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숙면을 못 취하면 두뇌 발달이 떨어지고, 정서가 불안해진다. 짜증도 많이 내고 감정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구미 선진국 부모들은 자녀가 혹시라도 TV·인터넷·전화 등을 하느라 밤잠을 뺏길까 걱정하고 10시면 잠자리에 들 것을 지도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선 성장기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어른이 돼 심장병과 호흡기 질환, 비만 등에 잘 걸린다는 발표도 한 바 있다.

학파라치 제도에 대해 일부 학원가에선 “고액 비밀 과외만 부추길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원가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만의 하나 자녀에게 심야 학습을 시킬 계획이 있는 부모라면 과연 내 행동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자녀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부터 자문해 보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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