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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출 욕망과 이성의 신체에 대한 성적 관심은 인간의 본능이다. 만약 이 같은 욕구가 없었다면 현생 인류는 존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남성은 여성의 벗은 몸,특히 성기나 유방 등 **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위를 보고 쉽게 자극받는다. 변연계 등 뇌내 특정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성적 흥분이 높아지는 것이다. 외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남자들이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와 관련된 여성의 신체 부위를 확인코자 하는 습성이 형성됐고 이것이 진화를 통해 본능화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공공생활에서 도에 넘치는 노출이나 훔쳐보기(peeping)는 어느 선까지 정상이고 어디를 넘으면 비정상 또는 병으로 봐야 할까. 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요컨대 상대방에게 심한 불쾌감과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병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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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은 기본적으로 이성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그 밑바닥에는 이성의 관심을 유발하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자신을 위해 노출한다고 말하는 경우에도 대개 이성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무의식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과도하게 노출한 여성이 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순간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쳐다보는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실컷 벗어놓고 좀 쳐다보니 얼굴을 찡그리다니! 왜 이런 역설이 생길까? 볼륨감 있는 몸매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공공의 시선이 과도하게 '음흉'하다고 받아들일 때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은 '자율성'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수치심'도 함께 발달한다고 논했다. 즉 자율성에 따라 과감히 노출에 나섰지만 그에 대한 음흉한 관심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한편으로 모든 인간은 타인과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멀어지면 가까워지고 싶고,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마음이다. 노출하는 여자들의 심리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자신의 몸매에 대해 타인이 관심을 가져주고 인정해주는 것에는 만족하지만,한편으로는 자신의 심리적 경계 안으로까지 사람들이 침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어서 양자 사이를 진자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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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노출을 대화의 주제로 삼는,즉 '너무 밝히는' 남자들 중에는 의외로 내면에 여성 또는 **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레 두려움이 많아 일종의 '정면돌파'로 해결하려는 셈이다. 이런 남자들은 요즘처럼 성희롱의 개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내면에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지 심리상담을 받아보면 불미스러운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병적인 수준의 노출증,관음증은 다양한 심리적 콤플렉스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보편적인 수준에서 여성의 노출은 눅눅하고 찝찝한 여름을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일종의 공공 서비스재이자 시원한 청량제다. 다만 노출이든 관음이든 '중용의 덕'이 필요한 법이다.
강은호 교수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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