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황세희] '1.19명'.
4년 연속 세계 꼴찌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지난해 출산율이다.
어린이는 국가의 대들보이자 미래의 희망이다. 그래서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이자 재앙으로 간주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출산 지원금, 영·유아 치료비 지원, 보육시설 확충 등 각종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양육비와 사교육비, 연간 1000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 등은 출산 의지를 접게 한다.
전통적으로 자녀는 나의 유전자를 대물림하는 후손임과 동시에 노후 보장책을 의미했다. 반면 핵가족 사회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자식의 존재가 노후 불안을 상징한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 가정조차 두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다 보면 노후 대책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국가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양육비와 교육비 절감을 위해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암울한 미래를 상징하는 저출산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주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초등학생 급식 예산 삭감안은 대한민국 장래에 대한 우려를 믿음으로 강화시킨다.
최근 경기도 교육청은 농어촌지역 초등학생의 무상 급식을 위해 추경예산 171억원을 편성했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이를 절반 이하 수준인 85억원으로 줄인 것이다. 무상 급식보다 더 시급한 교육 사안이 많다는 게 찬성표를 던진 '교육위원님'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서, 특히 어린이에게 '끼니'보다 더 시급한 교육 사안이 과연 무엇일까.
의학적으로는 어린이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고, 또 시급한 사안은 매끼 적절한 영양을 공급하는 일이다.
우선 어린 시절 건강의 지표인 체격 변화를 보자. 체중은 출생 때보다 첫돌 땐 3배, 세 돌 때 4배, 5세 때 5배 하는 식으로 증가한다. 성인 체중의 절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사춘기 때 형성된다. 키 역시 출생 때보다 5세 때 2배, 8세 때 2.5배, 12세 때 3배로 자라다가 사춘기 때 25~30㎝가량 큰다. 심장·폐·간 등 각종 장기와 근육·뼈·혈액·지방조직 등이 덩달아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성장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선 어린이에게 칼로리는 물론 단백질· 칼슘·철분·비타민·무기질 등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양질의 식단이 제공돼야 한다.
세계 13위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선 어린이에 대한 끼니 제공 여부가 아닌 식사의 질이 논의의 대상이라야 걸맞다.
양질의 식사는 학습을 통한 두뇌 개발보다 우선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어린이 10%가 영양과잉이 걱정되는 사회다. 이런 시대에 끼니 걱정을 하며 지내야 하는 어린이는 훗날 사회에 대한 적개심과 불안정한 정서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기 쉽다.
어린이 영양 공급에 대해 국가가 책임감을 가지고 제공해야 되는 이유다.
'어린이' 밥값 삭감이란 비인도적 결정을 내린 교육위원회 '어른'들의 의견을 심의할 경기도 의회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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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 몸&맘] 아이들 밥값 깎아야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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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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