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씨의 고민은 뭘까? 내용을 알고 보면 크게 심각한 것도, 걱정할 것도 아니었다.
같은 나이 또래 여자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재미있게 살고 있는데, 자신은 서른이 넘도록 애인도 없다는 것이 첫째였고, 이국 땅에 혼자 와서 원래의 계획과는 달리 빠른 성과를 못 내고 있는데다, 회사의 소모품처럼 주말도 없이 밤새도록 일만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는 것 정도가 둘째 이유였다.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쉽게 악화되는 병이다. B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우울감이 심해지더니 멍하니 업무시간을 흘려 보내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회의시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중요한 일을 빠트리곤 하게 되었다.
밤잠을 설치게 되고, 밥맛이 없어져서 체중이 크게 줄었고, 한국의 모 유명여배우가 택했던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집안에서 목매달아 자살하고픈 충동을 자주 느끼게 되었다.
B씨로 인해서 다른 동료 직원들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불만이 쌓여갔다. B씨가 회사에 결근하기 시작하면서, 고민 끝에 A씨는 B씨에게 한국으로 돌아가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권고했다.
B씨는 혼자서 고민하다가 서울의 정신과의사 C박사가 우울증에 대해 쓴 글이 자신의 상태와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인터넷을 통해 상담을 요청했다. C박사는 B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항우울제 복용과 전문적 상담치료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친절히 안내해 주었다. 그녀는 임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서울로 돌아왔다.
도심의 서비스 레지던스에 여장을 푼 그녀는 C박사로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정신과 약물치료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치료효과가 확실히 입증돼 있고, 부작용이 예전의 약보다 훨씬 줄어들어 안전하고, 중독이나 의존성도 없다는 주치의의 말을 믿었다. 당연히 꾸준히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담당의사와 상담을 계속해 나갔다.
몇 주가 지나면서 우울증의 증상이 호전되자 약을 그만 먹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담당의사에게 얘기를 해보니, 주치의는 일정기간 약물치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사동 거리를 거닐어 보고, 옛 친구를 만나면서 아직 싱글인 자신이 결혼한 친구들보다 나쁠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완쾌된 그녀는 다시 현지로 복귀해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박사학위를 계획대로 따게 되었다. 최근의 우울증 약은 이처럼 사람을 재탄생하게 만드는 보물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거부감을 가질 필요 없다는 뜻이다. 우울증 약에 대한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알아보았다.
[성승모 대구 성동정신병원 정신과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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