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종인플루엔자 A(H1N1)으로 인한 사망자 두 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증상이 나타난 후 보건소와 의료기관을 찾았음에도 조기에 진단과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 밝혀짐에 따라 현재 보건당국의 방역관리체계에 많은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번째 사망환자는 태국 여행 후 발열 증상으로 보건소를 찾았지만 체온이 신종인플루엔자 진단기준인 37.8℃에 0.1℃ 못미처 귀가 조치됐으며, 다음날 증상이 악화되어 인근 병원에 입원했지만 4일째에 타미플루가 투약되었고, 확진판정은 사망당일에나 이뤄졌다.
두 번째 사망환자 역시 증상을 보인지 보름만에야 항바이러스제가 투여 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특히 두 번째 사망환자의 경우 신종인플루엔자 환자의심의 전제 조건인 7일 내 유행지역 여행이나 확진환자 접촉력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 의심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는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초기에는 일사분란한 방역체계를 매우 효과적으로 가동했지만 학교에서 환자가 유행하면서 지역사회 전파가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21일에 위기단계를 '경계'로 격상시키며 시의 적절하게 대응해 나갔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 정책전환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따라주지 못했다. 조만간 시 군 구의 치료거점병원에 전달하겠다던 항바이러스제는 한 달이 지나도록 각 병원에 전달되지 않고 있고, 각 병원에는 의료인을 위한 방어복이나 보호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의료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고, 신종인플루엔자 진단 기준 역시 부적절했기 때문에 환자가 보건소와 병원을 찾았음에도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신종인플루엔자 확산 초기에는 공항만에서 검역과 환자격리.치료를 통해서 효과적인 방역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이미 지역사회 전파까지 발생된 현재의 상황에서는 민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치료 위주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치료거점병원 의료진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확진검사법 역시 거점병원 현장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현재까지 신종인플루엔자의 진단기준이었던 37.8℃의 발열과 해외여행과 같은 역학적 관계는 이번 두 사망자를 통해 부적절함이 밝혀졌으므로 이제라도 지침을 적절히 수정하고 의료기관에 적극 전달하여 차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해야 한다.
더불어 당초 목표했던 10월까지 1300만명분의 신종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백신공장이 가동되면서 연내 500만명분의 확보는 가능해졌으나 나머지 800만명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확보에 나서야 한다. 10월과 11월에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서늘한 날씨와 개학, 휴가철 여행과 어학연수를 떠났던 내국인들의 입국 등의 원인으로 신종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체적인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확보와 접종계획을 준비해야한다.
정부와 함께 의료기관 역시 중증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두 명의 사망자 역시 의료기관에서 조기 진단과 항바이러스제의 조기 투약이 이뤄지지 못했던 만큼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신종인플루엔자가 급속도로 퍼져나가 갑자기 많은 환자를 격리, 치료하게 되면 의료기관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의 협조도 필요하다. 신종인플루엔자에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주변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최대전염기간인 7일 동안 또는 완치될 때까지 집에서 자발적으로 격리하며 휴식을 취해야한다. 또한 인근 보건소 또는 의료기관에 연락하여 조치를 받아야하며, 폐렴 등 중증인 경우에는 입원하여 항바이러스제를 조기 투약받음으로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평소 손씻기와 기침예절을 지키는 실천도 필요하다.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과학적인 근거와 사실에 의거해 구체적인 대응을 세워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주먹구구식 대응과 안일한 대처는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국민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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