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황세희.신동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두렵다. 특히 간혹 동네 의원에서 감기처럼 가벼운 병 치료만 받다가 암 때문에 처음 대학병원을 찾은 환자는 복잡한 병원 구조, 권위적인 진료 절차, 담당 교수의 명성에 주눅까지 든다. 한양대병원 암센터 소장인 권성준(외과) 교수는 이런 환자를 위해 첫 만남 때부터 손을 잡고 대화한다. “어떤 관계건, 체온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위로와 신뢰를 주게 됩니다. 환자와 의사 간에도 손을 잡고 이야기하다 보면 신뢰가 쌓이죠. 환자의 체온이 감지되는 순간, 저 역시 의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힘든 위로도 받습니다.”
암 전문의 스터디그룹 활동
“흰 가운에 청진기를 목에 건 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모습에 반해” 의대에 입학한 그는 치료 효과가 가장 빨리 나타나는 외과의사의 길을 택했다. 1988년 모교의 외과교수로 발령을 받은 뒤엔 국내에서 가장 빈발하는 위암수술을 세부전공으로 정했다.
91년에는 위암수술 연구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국립암센터의 마루야마 교수 연구실에서 한국인 의사로서는 최초로 1년간 연수하는 행운을 갖기도 했다.
“일본 체류기간 중 마루야마 교수에게 단기 연수 온 한국 교수가 열 명 있었어요. 모두 가족과 떨어져 혼자 온 분들이었지요. 저 역시 연수생활을 혼자 했기에 함께 숙식을 하고 지냈습니다.”
이때의 인연을 계기로 92년 5월, 이들이 모여 전임강사·조교수들로 구성된 순수한 스터디 그룹인 '대한위암동우회'가 탄생했다.
“젊은 학자들의 모임이다 보니 학습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부터 모여 저녁까지 하루 7~8시간씩 위암 연구를 했지요.”
수험생처럼 공부를 1년 반쯤 하고 나자 회원 간에 “이제 위암에 대해 꼭 필요한 공부는 어느 정도 마친 것 같다” 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래서 이후론 월례 모임으로 바꿨고,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데 현재 회원은 29명이다.
전국 각지의 교수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학자들이 각자의 병원에서는 열심히 환자를 치료하고 데이터도 발표하지만 이를 총괄해 한국인 전체의 위암 관련 연구 결과를 집대성하는 데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위해 그는 97년, 국내 최초로 보건복지가족부 지원 하에 '위암수술의 표준 술식을 정립하기 위한 다기관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위암 연구 자료 집대성
“진행된 위암수술 때 비장을 절제할 것인지, 대동맥 주변의 림프절은 얼마나 제거해야 할지, 제거할 암덩어리 크기는 얼마가 적당한지 등 세 가지에 대한 수술 기준을 정하는 게 1차 목표였어요.”(권 교수)
이 연구를 통해 진행된 위암 환자 수술 땐 비장절제술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됐고, 이는 2005년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 위암학회'에도 발표됐다. 암 같은 중병을 치료하는 의사일수록 환자 치료에 따르는 보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경험한다.
2004년, 소세포 위암이란 희귀하고 치명적인 병에 걸려 자신을 찾아온 은사가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은 뒤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는 사실은 그에게 “기적 같은 기쁨”을 안겨줬다. 반면 10년 전, 소화불량 증상을 오랫동안 민간요법으로 대처하다 위암 말기에 자신을 방문했지만 수술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채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32세 젊은 엄마의 모습은 아직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조기 위암 치료율 98% 시대의 가장 적극적인 위암 예방법은 정기검진임을 강조한다. “폭증하는 사회적 스트레스, 발암물질 섞인 공해 등으로 20·30대 위암 환자가 전체 위암의 5%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3명 이상 있거나 30대에 발병한 사람이 2명 있을 때, 또 한 명이라도 20대에 위암이 발병한 적이 있으면 젊을 때부터 위암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보통 사람도 40세 이후엔 매년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손잡는 의사 권성준 교수는 기자에게 이 말을 꼭 써달라며 거듭 당부했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동연 기자
<********************>심대무 교수는 이래서 추천했다
“환자들이 형님동생처럼 느껴진다 하더라고요”
“대학병원의 암 치료 의사와 환자는 대부분 초면이잖아요? 환자·보호자는 암 진단으로 인한 걱정뿐 아니라 낯선 병원, 낯선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두려운 상황에 처합니다. 이때 권 교수는 마치 환자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단골 의사보다 더 친밀한 느낌을 갖도록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요. 환자들이 권 교수가 '형님이나 동생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합니다. 국내 위암수술 전문가의 치료 수준은 최고잖아요. 여기에 환자가 가족으로부터 치료받는 느낌을 주는 권 교수야말로 정말 명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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