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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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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8-24

황세희 기자의 의료현장⑨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중앙일보 황세희.신인섭]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 그중에서도 환자가 가장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곳이 중환자실이다. 그곳엔 보호자도 없다. 사경을 헤매는 환자 역시 말이 없다. 대신 적막을 가르는 긴장된 표정의 의료진과 각종 모니터에서 들려오는 기계음만 가득하다. 모든 환자가 온몸에 혈압·맥박·체온 등을 실시간 관찰하는 각종 장치를 부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균·바이러스 걸러주는 기계 틀어

8월 17일 오전 11시, 서울아산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은 출입부터 까다롭다. 들어갈 때는 물론 나갈 때조차 의료진만이 아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 들어가자마자 손 씻는 시설이 비치돼 있다. 병약한 환자들에게 병균이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환자실 실장인 고윤석(호흡기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은 2003년부터 중환자실에 세균과 바이러스를 걸러주는 '헤파 필터'가 작동한다”고 밝힌다.

28개 병상마다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을 돌보는 의료진은 고 교수를 포함해 교수 3명, 임상 강사 1명, 내과 전공의 6명, 수련의 4명, 3교대 하는 간호사 56명, 보조 간호사 10명 등 80명에 달한다.

중환자들은 저마다 팔·다리·목 등의 혈관을 통해 링거수액이 연결돼 있다. 이 라인을 통해 각종 영양과 약물을 제공받는다.

인공호흡기 치료 땐 진정제 투입해 기억 가물

병실을 둘러보니 유독 한 명의 남자 환자만 인공호흡기 대신 코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고 있었다. 중환자실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무슨 환자입니까?” 기자가 묻자 고 교수는 “폐농양이 갑자기 진행돼 호흡곤란과 더불어 혼수상태로 입원했던 환자인데 치료가 잘 돼 오늘 중으로 일반 병실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들려준다.

환자인 강무웅(66)씨는 고 교수가 다가가자 기분 좋게 인사한다.

“입원 당시 상황을 기억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씨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한다.

기자는 또다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상황을 떠올려 보라고 부탁했다. 강씨가 여전히 “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다”고 밝히자 고 교수가 대신 설명을 했다.

강씨는 지난 9일, 기침과 열이 나면서 숨찬 증상을 느껴 동네 병원을 방문해 약물 치료를 받았다. 그래도 상태는 시시각각 악화돼 의식불명 상태까지 이르렀다. 가족은 12일, 강씨를 아산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환자는 도착 직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폐농양을 일으킨 혐기성 세균을 박멸하는 항생제도 투여했다. 다행히 환자 상태는 급속히 호전됐다. 그리고 15일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었다. 3일간의 인공호흡기 치료가 강씨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순간부터 기억이 납니다.” 강씨가 말하자 고 교수가 “병도 위중했지만 인공호흡기 치료 도중엔 진정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면 기관지 삽입 튜브를 몹시 불편해하기 때문에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런데 폐농양은 왜 생겼을까요?”(강씨)

“입과 목에는 누구나 여러 가지 세균이 상주하는데 이 균이 기관지로 침입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흡연 하시죠?”(고 교수)

“어른 되면서 피웠으니 지난 45년간 하루 한 갑씩 피웠어요.” 강씨가 대답한다.


“그 정도 흡연 경력이면 폐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당장 금연하셔야 됩니다.”(고 교수)

“물론입니다. 새 생명을 얻은 셈이니 소중히 관리해야죠.”(강씨)

고 교수는 기자에게 “강씨는 인공호흡기 치료가 생명을 구해준 전형적인 사례”라고 들려준다.

인공호흡기, 호흡곤란 환자의 유일한 '희망'

강씨 건너편 침대엔 7일부터 혼수상태로 입원해 인공호흡기 치료와 24시간 인공신장기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53세 남자 환자(신모씨)가 입원해 있다.

환자는 독버섯을 잘못 먹어 간이 온통 녹아버렸고, 독성 물질이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채 혈액순환을 한 탓에 폐와 신장도 거의 작동을 멈춘 상태다.

인공호흡기와 인공신장기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 환자의 유일한 희망은 간 이식 수술이다. 이식 후 간이 제 기능을 되찾으면 폐와 신장 기능도 회복될 것이다. 인공호흡기와 인공신장기는 그 순간까지 지금의 위기상황을 버티게 해 주는 수단이다.

“최근 인공호흡기 치료를 연명치료 수단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인공호흡기 치료야말로 폐렴 등으로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에 빠진 환자의 생명을 유지해 주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만일 돌아오는 가을·겨울에 신종 플루가 집단 발병하고, 이 중 일부 환자가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에 빠질 경우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환자를 회복시킬 희망은 인공호흡기 치료예요.” 고 교수가 기자에게 인공호흡기 치료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동안에도 담당 간호사는 신모씨의 소변량을 체크하고, 환자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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