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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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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8-24

[커버스토리] ‘나쁜 친구’ 호흡기 질환



[중앙일보 황세희]

신종 플루 공포로 호흡기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호흡기 질환이 드물다는 복더위에도 새로운 환자가 꾸준히 늘어 21일엔 258명까지 보고되고 있다. 호흡기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신종 플루 대유행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가을부터 RS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계절성 인플루엔자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린다. 그렇다고 숨을 쉬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 4~5초에 한 번 외부 공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당신의 기관지는 안전할까.

2007년 폐렴 사망자 4536명…대부분 노인

호흡기는 외부에 항상 노출된 유일한 기관이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서지영 교수는 “기관지는 하루에 2000번씩 공기와 접촉해 병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호흡기 감염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장·간·신장 등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폐렴에 의한 사망은 2007년의 경우 4536명에 이른다. 호흡기 질환은 나이에 따라 병의 위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폐렴 사망자 중 65세 이상 사망자가 4090명인 데 반해 65세 이하는 446명에 그쳤다. 특히 65세 이상 폐렴 사망자는 1998년 2101명에서 2007년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면역력에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외부 공격을 막는 첨병은 호흡기를 보호하는 점막이다. 그 때문에 기관지 점막의 상피세포가 손상되거나 섬모 운동이 약하면 각종 병균이 침범하고 번식도 빠르다.

흡연율 높아 '잠재 환자' 많아

문제는 호흡기를 약하게 하는 흡연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대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흡연을 반영하는 질환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9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7년 COPD환자는 1251명에서 2006년 1862명으로 49% 정도 증가했다. COPD는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망가져 자가호흡이 어려운 질환.

가천길병원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는 “COPD 증상은 흡연 후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 높은 흡연율을 반영할 경우 앞으로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PD 환자의 호흡기 감염은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도 심각하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당 60㎍ 정도. 보통 두세 배 이상인 150〜200㎍이면 환자가 급증한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하게 날리는 날은 응급실 환자가 30〜40% 급증하며, 이들 대부분이 호흡기질환과 심장병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치료 효과 적어

1주일 동안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를 다녔던 김모(서울 송파·35)씨. 단순히 감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아이가 기침을 하는가 싶더니 가래가 끓으면서 숨찬 증세를 보이자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폐렴이었다.

어린이 호흡기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발육을 계속한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고영률 교수는 “가스를 교환하는 폐포(허파꽈리)만 하더라도 숫자는 사춘기, 크기는 성인이 돼야 다 자란다”고 말했다. 기도의 직경도 어릴수록 좁아 기도 저항도 크고 점액선이 밀집돼 일단 염증이 생기면 분비물이 많다.

어릴수록 호흡에 필요한 근육도 미숙하고 쉬 피로해지는 것도 문제다. 또 일단 병에 걸렸을 때 기관지 확장제 등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적은 것도 어린이 환자의 특징이다.

고 교수는 “특히 영·유아는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초기부터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빠른 진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기·몸살 증상 나타나면 병원으로

호흡기 질환은 가벼운 감기·몸살 증상으로 시작한다. 콧물·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인플루엔자만 하더라도 두통·열·인후통·근육통 등 몸살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나 이틀 지난 뒤에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열이 나거나 두통, 가벼운 감기·몸살 증상이 있더라도 곧 병원에서 확인해 보는 게 안전하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신종 플루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첫 증상이 있은 지 48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지염· 폐기종·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 환자는 요주의 대상이다. 삼성서울병원 서 교수는 “이들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가래 배출을 잘하고, 필요하면 예방적 항생제를 즉시 복용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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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열·기침 없다고 방심하다 … ‘도미노’ 시작되면 손쓰기 힘들어요

[중앙일보 박태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의 결정적 사인이 됐던 폐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도 급성 폐렴으로 병세가 악화된 지 20일 만에 숨졌다. 미국의 배우 찰스 브론슨·브렌다 조이스('타잔'의 제인역)·에바 가드너·수전 헤이워드의 사망도 폐렴이 주범이었다. '현대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의사 윌리엄 오슬러는 1세기 전에 '폐렴은 노인의 친구'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폐렴 환자의 절반 이상, 폐렴으로 숨진 사람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면역력 떨어져 입원기간도 젊은 환자의 두배

노인은 감기 등에 걸린 뒤 곧잘 폐렴으로 발전한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져서다. 영양 상태도 대체로 불량하다.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COPD)·당뇨병·심장병·신부전·암·뇌질환·간질환 등 폐렴 발생을 돕는 질환을 한둘 정도 갖고 있다. 김 전 대통령도 만성 신장부전으로 6년 가까이 신장 투석을 받고 있던 터였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임채만 교수는 “나이가 들면 기침 반응이 떨어져 이물질을 잘 뱉지 못하고, 삼키는 능력이 줄어 음식이 바로 기도나 폐로 들어간다”며 “이 때문에 노인이 복용 중인 약 가운데 사레가 잘 걸리도록 하는 것도 있다”고 경고했다.

폐렴은 폐렴구균(가장 흔한 원인균) 등 세균과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폐렴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은 1% 이내다. 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라면 사망률이 8〜15%로 높아진다. 노인성 폐렴 환자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입원치료를 요한다. 입원 기간도 젊은 환자의 두 배다. 특히 중환자실(집중치료실) 신세를 져야 하는 중증 폐렴 환자의 사망률은 40% 이상이다.

폐렴 도미노 땐 생존율 잘해야 20%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거나 도파민 등 혈압상승약을 처방하는 폐렴이 중증 폐렴”이며 “김 전 대통령의 폐렴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의료진의 집중치료를 받아도 폐렴이 나아지지 않으면 위독 상황이다. 폐렴구균 등이 낸 독소가 혈액 내에 들어가면 패혈증→패혈성 쇼크→뇌·심장·신장·간 등 여러 장기가 망가지는 다발성 장기부전→급성 호흡곤란증후군 등 절체절명의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다. 호흡곤란증은 인공호흡기를 단 상태에서도 올 수 있다.

아주대병원 호흡기내과 황성철 교수는 “'폐렴 도미노'가 시작되면 생존 가능성은 10〜20%에 그친다”며 “환자가 이미 다른 질환을 갖고 있으면 생존율은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면역력·체력이 바닥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노인이 폐렴에 걸리면 감염 사실을 신속하게 알아내 바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노인의 폐렴은 증상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한양대병원 호흡기내과 윤호주 교수는 “젊은 사람과 달리 고열·오한이 없다”며 “기침·가래도 적고 가슴 통증도 두드러지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조기 발견도 쉽지 않다. 폐렴 원인균에 감염된 채 며칠 '허송하다' 보면 증세가 빠르게 진행돼 패혈증 등 심각한 상태에 빠진다.

신종 플루·계절성 인플루엔자·A형 간염 등의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개인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출 뒤 손발을 깨끗이 씻는 것은 기본. 사레가 들지 않도록 음식은 천천히 먹는다.

물 한 시간에 한잔 … 65세 이상은 백신 필수

감기·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할 때는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과 병원 출입을 삼간다. 방의 에어컨은 늘 청결하게 관리한다. 에어컨에 오염된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냉방병이 폐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내엔 가습기·실내분수·어항·화분 등을 놓거나 수건을 널어 호흡기가 마르지 않도록 배려한다.

노인 주변에서 흡연은 금물. 간접 흡연으로 인해 가래를 밀어 올리는 기관지 섬모의 기능이 떨어지면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적절한 휴식과 수면, 충분한 영양 섭취도 필요하다. 과로·수면 부족·영양 결핍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물은 한 시간에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기침할 때 폐의 분비물이 쉽게 밖으로 빠져 나온다.

경희의료원 호흡기내과 강홍모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은 폐렴구균 백신·인플루엔자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며 “폐렴구균 백신은 노인성 폐렴, 특히 중증 폐렴 예방 효과가 있고 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춰 준다”고 소개했다.

폐렴구균 백신은 5년에 한 번 맞으면 된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매년 9〜11월이 접종 적기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호흡기 감염에 의한 입원율·사망률을 낮춘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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