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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청객…
우울증 300만명 시대
2주일 내내 기분 나쁘고 이유없이 일이 손에 안잡혀
대기업 영업담당 이모(45)씨는 몇 년째 월말이면 실적 압박으로 침울해지고 짜증이 난다. 부장 승진에 몇 번 미끄러진 그는 올 연말 인사를 앞두고 2주일 넘게 밤잠까지 이루지 못하자, 수면제 처방을 받으려고 서울 강북의 대학병원 정신과에 갔다. 의사는 "누적된 스트레스가 병적인 우울증으로 진행됐으며, 뇌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겨 항우울제를 먹지 않으면 나을 수 없는 단계까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일상 생활 중의 스트레스와 짜증을 방치하다가 병적인 우울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짜증이 병적인 우울증으로 악화되면 뇌의 신경전달회로가 손상된다"며 "이에 따라 세로토닌·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짜증이 뇌의 신경전달회로를 어떻게 손상시켜 병적인 우울증으로 악화되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 우울증으로 진행할지 아닐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스트레스 상황이 아닌데도 짜증이 2주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 가족의 사망 등 자기 노력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스트레스 상황이 이어지는 경우 등은 우울증으로 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 상사와의 갈등, 사업 부진 등 원인이 분명하고 그 원인이 해결될 경우 2주일 안에 감정이 회복되는 수준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우울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단발적인 스트레스가 계속 이어지면 어느 순간부터 이유없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짜증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는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징조이다.
하규섭 교수는 "짜증의 원인이 사라져도 우울한 감정이 계속되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2주일 이상 우울감을 느끼면 뇌 신경회로 손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으로 진행하는 중이므로 반드시 진료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많은 우울증 환자가 우울증은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으면 저절로 낫는다고 착각해 병원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뇌의 오작동이 오래 지속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므로 뚜렷한 이유 없이 짜증과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조기에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
원인과 실태=우울증은 뇌에서 세로토닌·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다. 이 외에 스트레스, 부정적인 성격, 여성호르몬의 과다 분비, 일조량 등도 원인이 된다. 집안 내력도 어느 정도 있으나 반드시 유전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우울증은 어떤 상황에서만 발병한다고 똑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거꾸로 누구나 조심해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매년 한국인의 약 6%인 300만명이 업무 학업 가사 등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지난해 실제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51만명으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17%에 불과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진단 기준=공보금 부산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2주일 내내 하루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고, 평소 하던 일의 양을 똑같은 조건에서 반밖에 못한다면 우울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주말마다 골프 낚시 등산 등을 열심히 다니다가 갑자기 집에서 TV만 보는 사람, 자다가 이유 없이 깨서 30분 이상 뒤척이는 사람 등은 우울증 가능성이 있다. 스트레스가 폭발해도 휴가원을 내고 회사에 안 오면 우울증이 아니지만, 무단 결근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증이다. 우울해 하다가도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책 등을 보고 기분 전환이 되면 우울증이 아니지만 그때 뿐이고 다시 기분이 가라앉으면 병적 우울증이다.
한국인 우울증의 특징=서양인은 울적해 하고 의기소침하는 등의 전형적인 우울 증상을 많이 보이지만, 한국인은 분노나 짜증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는 초조나 불안감이며, 전형적 우울 증상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소아 우울증 환자는 '우울'보다 '짜증과 화를 내는 것'이 주 증상이다.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아동은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짜증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우울증 환자가 분노와 짜증으로 우울증을 표현하는 것도 한국 사회가 정서적으로 미성숙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우울증과 관련된 우리나라 고유 질병인 '화병(火病)'을 미국정신과협회에서 '문화결함증후군'의 일종으로 분류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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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
치료 걸림돌 대처법
우울증 치료를 방해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 걸림돌은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는 "나는 정상"이라고 강변하면서 병원행을 완강히 거부한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은 환각이나 환청 등이 나타날 정도라야 정신질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울증 진료를 받으라면 '미친 사람 취급하지 말라'고 반발한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하지만 한 두 명이 '진찰 받으라'고 권유할 때 거부하던 환자도 여러 사람이 함께 설득하면 고집을 꺾는 경우가 많으므로 온 가족이 함께 설득하라"고 말했다.
두번째 걸림돌은 약 복용을 마음대로 중단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는 보통 6개월 이상 먹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상당수 환자는 1~2개월 뒤 증상이 개선되면 약을 임의로 끊는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항우울제 처방을 받은 국내 환자 3명 중 한 명꼴로 한 달 안에 스스로 약을 끊고, 입원 환자 5명 중 한 명은 퇴원 후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우종민 교수는 "우울 증상이 개선되도 약을 끝까지 먹지 않으면 상당수가 수년 안에 재발한다"며 "환자가 다 나은 것처럼 보여도 식사 때 약을 옆에 놓아 주고, 외출할 때는 2~3회 복용분을 챙겨주면서 꼭 먹으라고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
어느 병원에서 치료할까_초기엔 동네 정신과로 충분
- 입력 : 2010.12.08 08:27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계속되면서, 기분좋은 일이 생겨도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고 업무나 학업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적절한 의료기관에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 진료는 양방과 한방에서 모두 받을 수 있다.
◆양방=내과에서 감기 치료하듯, 우울증은 정신과 어디서나 치료하는 기본 질환이다. 따라서 '명의'나 '전문성'을 따지지 말고 처음엔 동네 정신과 의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정신과를 꺼려 가정의학과나 내과에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진료를 하는 정신과에 가는 것이 좋다. 보통 상담이나 약물로 치료한다. 우울증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원도 있는데,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비롯해 경두개자기자극술 같은 최신 치료까지 가능하다.
한 달에 몸무게가 5㎏ 이상 빠지거나 불면증이 심한 사람, 자살 충동을 경험한 사람은 바로 종합병원 정신과에 가는 것이 좋다. 정신과 의원을 2~3개월 다녀도 크게 좋아지지 않는 사람 역시 종합병원에서 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원급에서 하는 치료와 함께 전기경련요법, 광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쓴다. 이 외에 정신전문병원 등을 포함한 병원급 정신과는 대부분 입원치료가 중심이며 외래 진료를 병행한다. 우울증이 장기화되거나 수시로 재발하는 사람은 전문병원에서 진료 받는 것이 좋다.
◆한방=한방 의료기관에 가도 진단명은 양방과 동일하게 우울증으로 나온다. 다만, 한방은 화병(火病)이 동반된 우울증 치료를 많이 한다. 한의원은 초기 우울증 등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 가보는 것이 좋다. 보통 소화불량, 가슴 답답함, 치밀어오르는 열 등 화병 증상을 침과 한약으로 다스린다. 한방신경정신과 전문 한의원이나 대학한방병원은 3개월 이상된 우울증이나 가족력이 있는 우울증, 어린시절부터 앓아온 우울증 등 심한 우울증 치료도 가능하다. 침과 한약을 비롯해 한방심리치료, 기공 등을 이용해 치료한다. 특히 대학한방병원은 양방과 연계돼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입원치료도 가능하다.
아주 심한 우울증 증상이 있으면 한방 보다 양방 치료가 권장된다. 화병 증상이 동반된 우울증은 한방에서 효과적으로 치료하지만, 상태가 나빠 자살 충동이나 공황 상태가 있는 환자는 한의사도 양방 병원으로 보낸다. 우울증은 양방과 한방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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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푸른 생선·양배추·현미밥은 우울증 증상을 가라앉힌다. /조선일보 DB |
양배추, 호두, 등푸른 생선 등을 많이 먹으면 우울증 예방과 증세 완화에 도움이 된다. 현미밥과 맥주도 효과가 있다.
윤수정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교수는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가라 앉히는 효과가 있는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우울증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 주는 대표적인 성분이다. 호주 시드니 대학 볼커 박사팀은 "오메가3가 뇌의 신경전달물질 흡수를 자극해 우울증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정신과학회는 "오메가3 지방산을 매일 1g 섭취하면 불안 수면장애 자살충동 성욕감퇴 등 우울증 증상이 50% 줄어든다"고 밝혔다. 오메가3는 연어 고등어 청어 정어리 참치 등 등푸른 생선과 호두에 많이 들어 있다.
양배추도 우울증 예방 효과가 크다. 미국 암학회(AACR)는 양배추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준다고 발표했다. 맥주의 효모에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등이 많아 우울증을 완화시켜 준다. 아미노산은 우울증 치료에 중요한 물질이다.
윤수정 교수는 "현미 또는 도정을 덜 해 현미에 가까운 누런 쌀로 밥을 지어먹어도 좋다"며 "현미는 혈당을 낮추고 감정의 기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담배 커피 육류 설탕은 우울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김태열 헬스조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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