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사항
혐오시설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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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8-03-12
“혐오시설이라고요?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이전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국립서울병원”
정신병원은 영화나 소설에서 불길한 징조가 가득한 곳으로 묘사되곤 했다.(중략)
단지 “창작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대중매체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정신병원에 대한 위험한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미디어에서 나왔던 모습을 상상하면서 무작정 혐오스럽고 무서운 곳으로 생각한다. (중략)
그러나 정신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쌓이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신병에 대한 인식 부재에 있다. 기자가 찾아간 국립서울병원도 이런 선입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병원은 수도권에 있는 정신병원 중 국가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곳으로 워낙 시설이 낙후돼 있어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정신병원은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다른 데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양춘석 사무관은“주민 65%가 재건축을 찬성하고 있다”면서 곧 있으면 15년에 걸친 재건축 문제가 일단락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민 20%정도가 이전을 주장합니다.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들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중략) 의료 선진국에서는 마을 내에 요양시설이나 의료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국립서울병원도 지역 주민들과 공존하는 병원,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의 정신병원으로 서고자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병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재건축돼야 합니다.(중략)
개발논리에 떠밀린 국립서울병원 어디로?
지난 1962년에 개원한 국립서울병원은 7백여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정신병 전문병원이다.
이 병원은 2002년 5월 6일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명칭을 개정하고 “정신병원”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정신병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이다.
재건축을 하면서 3.500평 부제에 공공시설을 설립하고“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병원”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인건강센터”를 짓고 정신건강연구소를 설립해 의료 수준도 높일 계획이다.(중략) 몇몇 주민들은 병원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현대적인 상업시설이 들어오길 희망한다. 혐오시설을 빌미로 재산을 불려보겠다는 심사다. 이는 전형적인 “님비증후군”의 하나다.
“님비증후군”은 "Not in My Backyard"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 방사능, 쓰레기처리장, 고아원 같은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시설들이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자기중심적, 공공성 결핍증상을 뜻한다.
역세권 노른자위인 국립서울병원 부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광진구는 구의 정수장 부지로 병원 이전을 권유하기도 했으며, 어떤 이는 공동묘지 한 가운데 비어있는 곳을 추천하기도 했다. 양사무관은 “나 같은 사람은 그곳에 가면 더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며 어처구니가 없는지 웃어버렸다. (중략) 현재 국립서울병원은 지하철 중곡 역에서 가까워 많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정신병원이 혐오스럽다고요?
집값을 올리기 위한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이전요구에 시달리는 국립서울병원이 정말 혐오시설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직접 보지 않고서는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았다.(중략) 기자도 어느 순간 정신병을 앓고 입원하게 될지 모른다.
이처럼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현대사회가 발달해갈수록 정신과 상담도 많아지며 대중화돼가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기분 나쁜 일로 여긴다. 정상인 같은 사람이 정신병원에 입원해도 큰 일이 난 것처럼 말한다. 정신병에 대한 편견 때문이지만 이러한 반응은 최근 메스컴에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사람들의 실태가 보도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중략)
양 사무관을 따라 처음 들린 곳은 소아자폐증 및 발달장애아동들을 집중적을 치료하는 병동이었다. 병원이라면 소독 냄새 때문에 코끝을 찡그리게 되지만 이곳은 유치원이나 일반 어린이집과 비슷해 방끗 미소가 피어올랐다.
병동 입구에는 풍선을 둥그렇게 매달아 출입구를 만들어 놓았고, 치료실 벽에는 양지바른 뜰에 핀 꽃과 아기자기한 동물 그림 등으로 꾸며져 있었다. 굳이 병원이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다. 양춘석 사무관은 “국립서울병원에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소아청소년들을 위해 병원학교인 ”참다울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략)
낮병동은 출퇴근을 하면서 치료받는 형태로 운영되며,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적응하고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재활훈련을 받게 된다. 쉽게 얘기하자면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옆으로는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응급진료실이 있었다. 의학이 발달하고 약이 좋아지면서 특별하게 발생될만한 문제는 없지만 퇴원한 뒤 약을 먹지 않거나 하여 병원 치료프로그램을 잘 따르지 않아 재발 될 경우 여기에 오게 된다.
개방병동은 환자들이 낮 동안 병동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다.
환자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재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곳은 입원하기 전의 생활처럼 정상적인 환경을 제공해 사회복귀와 직업재활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곳의 구조는 출입구를 지나면 긴 복도를 따라서 양 옆으로 탁구대와 책상, TV, 책 등 놓인 휴게실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환자들이 거주하는 병실이다.
국립서울병원에서는 “중독”환자를 위한 병동도 개설해 놓고 있었다.
술, 도박, 게임 등 중독증상을 치료하는 곳이다. 급성환자들은 병동 출입이 금지된 곳에서 치료를 받다 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태경 전문의는 “서울병원에서는 중독 환자들이 원만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조 모임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기도 한다 ” 고 소개했다.(중략)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정신병원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새롭고 낯선 것들을 맞이하기 어렵고, 적절한 직업 활동이나 현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주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사람들의 편견처럼 어둡고 침울한 곳도, 억제할 수 없는 발작과 폭력이 벌어지는 곳도 아니었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 조금이나마 정신병원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기자도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정신병원은 환상이었고 사말들을 자극하기 위한 허구에 불과했다.(중략)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이태경 전문의의 안내로 시설 곳곳을 돌아보면서 정신병원은 영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병원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단지 국립서울병원에서 부족한 게 있다면 시설이 낙후됐다는 것이다.
병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낡아 마치 오래된 공장처럼 보였다.
이곳이 국가에서 운영하는 중앙의료기관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중략)
복도 천정에는 천정 칸막이 공사가 되지 않아 온갖 파이프와 전선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벽에는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흉물스러운 인상을 풍겼다. 건물은 단단해 보였지만 현대의학에 맞게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치료도, 입원생활도 모두 어려워 보였다.
양춘석 사무관은 “보온이 되지 않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면서 “보수하면서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는데도 에너지 절약형 건물이 아니어서 효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경 전문의는 “하루라도 빨리 재건축 문제가 해결 돼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공립 병원을 늘려야 의료 선진국된다
양사무관은 국공립 의료시설의 확대만이 의료선진국으로 아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진단했다. 국립서울병원 재건축이 꼭 필요하다고 돌려 강조하는 말이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계층 중에는 국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립서울병원에는 의료급여 대상 환자들이 50%에 육박합니다. 집안에 만성질환자가 있으면 가계가 풍비박산이 나고 맙니다. 정부에서 그런 것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잘 갖춰야 합니다. 나라가 성장하는 마당에 의료서비스가 후퇴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중략)
수도권 인구가 2천만 명인데 국가 정신병원은 국립서울병원과 시립은평병원 뿐입니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 이동권 기자, 사진= 김철수 기자
[월간말 2008 03월호 182P - 187P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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