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직 공무원의 일과 삶] 국립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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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15-06-19
국가 정신건강을 위해
미쳤다? ‘조현병’에 걸린 것
응급실엔 금속탐지기, 환자의 난동은 다반사
[특수직 공무원의 일과 삶] 국립서울병원
[132호] 2015년 06월 01일 (월)
이상동 기자sdlee@laborplus.co.kr
경악할 만한 사건, 사고가 많은 사회다. 최근 예비군훈련장 총기난사 사고만 봐도 그렇다. 사고가 나면 주로 이슈가 되는 것이 그 사람의 정신병력이다. 뉴스에서는 정신병 때문에 그런 사고를 일으켰다고, 사회부적응 혹은 정신이상자이기 때문이라고 몰아간다. 하지만 정작 그런 ‘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정신병이 터부시되고 정신병자를 기피하는 현대사회에서, 국가의료기관으로서 정신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립서울병원을 방문했다. 국립서울병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일과 삶을 소개한다.

국가병원에서 일하는 공무원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병원도 적진 않다.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서울, 공주, 나주, 부곡, 춘천의 각 지역에 배치된 5개의 정신병원과 목포와 마산의 결핵병원, 국립재활원과 소록도 병원까지 포함하여 9개의 국립병원이 있다. 보건복지부 소속이 아닌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경찰병원, 국방부 소속의 군인병원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립병원 등에도 공무원이 근무한다.
일반 병원과 달리 국립병원은 수익사업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익이 나긴 어렵지만 꼭 유지해야 하는 부분을 국립병원이 담당하는 것이다. 국립서울병원 역시 국립의료기관이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 비해 1/3, 많게는 1/6까지 저렴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국립서울병원은 정신과만 다루는 단과 병원이다. 정신과에서 노인, 청소년, 소아, 중독, 만성 등의 세부 분과로 나눠져 진료한다. 병원의 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등 모두 공무원이다.

정신분열증, 조현병(調鉉病)
흔히 ‘미쳤다’라고 하는 증세를 조현병이라고 한다. 정신분열증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주로 환시(幻視), 환청(幻聽), 환촉(幻觸) 등의 증세를 보인다. 조현병은 남자는 15~25세, 여자는 20~30세에 주로 발병한다. 사회적응능력을 키워야 할 시기에 조현병이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체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편이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어떤 이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척되어 각 증상에 맞는 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완치는 힘들다. 한 번 발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사람이 일시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은 치료를 통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병은 평생 관리를 하면서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 정신과에서 회복이라는 의미는 일반 내과나 외과에서의 회복과는 다르다. 고혈압과 같이 평소에 관리하며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상태를 회복이라고 부른다.
국립서울병원에서는 의사의 진료, 복약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회복을 돕는다. 음악, 미술, 문예치료 등을 통한 인지기능 회복과 그룹치료도 진행한다. 자신의 증상을 말하고 상대의 증상을 듣는 등 서로간의 상호관계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환자 개인의 가족사나 생활환경을 놓고 역할을 바꿔 행동해 보는 등 상황의 이해를 돕는 심리극도 진행한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환자의 회복과 처우개선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가족들도 조현병 환자를 수치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고 집에서 보호하기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병원에서 어느 정도 회복이 돼서 퇴원을 시키려 해도 보호자들이 거부하기도 한다. 환자 본인의 정신이 돌아와도 큰 공허함을 느끼거나 심할 경우엔 자살하기도 한다.
조현병의 특징 중 하나는 환자가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증세가 악화돼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등 행동을 보일 때 경찰이나 구급대에 붙잡혀 온다. 응급실에서 주로 이런 환자를 받는다. 응급실로 온 환자는 증세에 따라 3일까지 응급입원이 가능하고 추가 입원이 필요할 땐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의사가 입원을 결정해도 직계존비속(直系尊卑屬) 2인 이상의 서명이 있어야 입원을 시킬 수 있다. 보호자와 연락이 되지 않을 땐 환자가 사는 지역의 지자체장의 서명으로도 입원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환자의 거주지가 광진구이고 보호자가 없으면 광진구청장의 서명으로 입원하는 것이다.

거친 환자들, 응급실에 금속탐지기도
국립서울병원의 응급실은 일반병원의 응급실과 많이 다르다. 응급실에는 공항에서 사용하는 금속탐지기도 있다. 간혹 환자가 흉기를 소지한 채 응급실로 실려올 수도 있어 환자가 도착하면 흉기 소지 여부부터 검사한다. 칼, 회칼, 손도끼에서부터 야전삽 등을 챙겨와 자신을 입원시키면 가만 안 두겠다고 위협하거나 난리치는 일도 종종 있다.
병원에 불을 지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일반 병원과 달리 국립서울병원은 직원의 안전도 챙겨야 한다.
국립서울병원 간호사는 눈이 앞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있다. 뒤에서 갑자기 환자가 때릴 때도 있어서 주변 360도 전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한 환자도 있지만 폭력적이고 거친 환자도 많다.
어떤 환자는 잘 지내다가 갑자기 때리거나 목을 조르기도 한다. 직원을 메치는 등 폭력적으로 변할 때도 있다. 때론 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다치는 직원도 있다. 환자에 의해 위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생명수당 5만 원이 추가되지만 치료비와 병가를 내주는 정도의 보상밖에는 없다. 그리고 환자와 직접 대치하는 직원들에게 추가로 주어지는 혜택도 없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한 환자가 병실 문을 막고 자해하겠다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그냥 놔둘 수 없기 때문에 문을 밀고 들어가 환자를 제압해야 한다. 결국 환자도 다치고 직원들도 다치게 된다. 일부 환자들은 경찰에 고소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취하한다.
환자가 난동을 부리는 등 위험한 상황이 되면 병실마다 있는 응급벨을 누른다. 그러면 직원들이 함께 모여 상황에 대처한다. 어쩔 수 없이 환자를 묶기도 하는데, 환자가 이를 인권위원회에 고소하는 사례도 있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입원한 환자를 대할 때에도 조심스럽다. 각 병동마다 인권위 함이 있어 편지를 쓰거나 경찰에 신고해 인권 침해사례를 신고하기도 한다. 때론 부당하게 입원했다고 신고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조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의 검진 후 직계존비속 2인 이상의 동의에 의해 입원되기 때문에 부당한 입원은 없다.

인력부족은 고질적 문제
병원은 일반 병원과 동일하게 24시간 운영된다.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고 수련의는 당직을 선다. 야간에는 조무사 2명과 간호사 1명이 조를 이뤄 근무를 한다. 환자가 야간에 갑자기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아무 일 생기지 않는 것이 다행인 것이다.
일반 병원과 비교하면 급여수준은 낮은 편이다. 일반 병원과 일하던 간호사가 국립서울병원에 취직했을 때, 급여가 약 1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고 했다. 이는 야간 수당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일반병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1.5배의 수당을 지급하지만 공무원은 공무원 봉급 규정에 따라 수당이 책정되기 때문에 일반 병원보다 낮다. 하지만 대부분 장기근속을 생각해 공무원이 된다고 한다. 15년 이상 장기근속을 할 경우엔 사립병원의 급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또한, 공무원연금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이 된다.
그리고 일반 병원보다 수익에 대한 압박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환자를 진정한 마음에서 대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력부족은 국립서울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법에는 환자 5명 당 간호사 2명을 두게 돼 있다. 단순히 생각하면 간호사 2명이 환자 5명만 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간호사가 3교대 근무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교대 근무로 빠지는 간호사와 주말 근무로 늘어나는 업무시간을 생각하면 간호사 2명이 책임지는 환자는 20~30명 이상이 된다.
문제는 일반 병원만이 아니다.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신병원의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은 1:13으로 정해져 있다. 결국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는 60여 명을 넘어간다. 일반 병원과 달리 환자들이 난동을 부리거나 싸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인원부족은 더욱 큰 문제가 된다.
단순히 조현병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시설이 아닌 치료시설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좀 더 현실적인 인원 조정이 필요하다.
기피대상 정신병원에서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신병원에서 일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놀라기도 한다. 병에 걸린 ‘환자’로 보기보다는 기피대상으로 여기거나 두려워하고 꺼려한다. 당연히 병원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다.
한때, 병원을 이전하고 새로 짓기 위해 다른 지역을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신병원이 들어온다는 소문만 전해져도 지역주민들이 반대했다. 그만큼 정신병원은 기피시설인 것이다.
결국 이전할 위치를 찾지 못했고 지역주민들과의 기나긴 협의 끝에 국립정신건강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롭게 건물을 짓게 됐다. 2016년 완공 후 상반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국립서울병원은 기존의 조현병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각종 중독, 청소년 공황장애 및 스트레스 등 더 많은 정신건강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폭력이나 소방관의 정신적 후유증 치료, 세월호 사건 이후엔 심적외상치료팀을 파견 하는 등의 활동도 한다.
연쇄살인이나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언론은 가해자의 정신병을 들춰내며 정신병 문제로 몰아간다. 물론 정신병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사회적 낙인에 조현병 환자들이 더욱 설 곳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은 사회적 낙인에 더욱 움츠러든다. 따라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환자들을 관리하고 예방을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언제나 정신병에 책임을 떠넘긴다.
‘정신과는 모르는 게 정신과’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질병은 명확한 구별이나 확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신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치료하는 것이 국립서울병원이다.
국립서울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로 확대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치료는 물론이고 국가정신건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역할은 국립서울병원의 공무원들이 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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